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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新' 자 붙었을 때, 이렇게 봐야 합니다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과 중국의 뜻 차이, 꽤 크다

등록 2022.06.17 16:57수정 2022.06.1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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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새로운 것)' : '새롭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한 번도 있은 적이 없는, 처음'인 것.

중국 '신(新)' : 1. 처음으로 나타난 것. 2. 기존의 것이 변해서 좋아진 것. 3. 기존의 것이 변해서 새로워진 것.


신(新)의 개념 차이

2017년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헌법(당장, 党章)에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그래서 중국 정부와 언론에서는 '신'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신중국' '신시대' '신발전' '신사회주의' 같은 단어를 많이 쓴다.

한국인은 '신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중국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중국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해석은 틀리다. 중국인은 '신중국'이라는 단어를 '과거의 중국과 완벽하게 단절된 새로운 중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사전에서 신(新)은 '새롭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한 번도 있은 적이 없는, 처음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사용하는 '신시대' '신상품'이라는 단어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중국 사전에서 '신(新)'이라는 단어는 한국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국 사전에서 신(新)은 '1. 처음으로 나타난 것. 2. 기존의 것이 변해서 좋아진 것. 3. 기존의 것이 변해서 새로워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중국인은 이전의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변해서 좋아지거나, 조금 새로워진 것도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한다. 그래서 중국인은 '신중국'이란 단어를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중국이 아니고, '이전과 비교해서 조금 좋게 변한 새로운 중국'이라고 해석한다. 즉 중국에서 단어 '신(新)'은 한국의 개선·개량과 비슷한 의미다.

중국인은 과거에 존재했던 어떤 사상이나 가치관도 현재 상황에 맞게 고칠 수 있다고 여기고. 마찬가지로 현재에 존재하는 어떤 사상이나 가치관도 과거의 사상과 가치관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신(新)'이라는 단어는 과거에는 없었던 어떤 것이 처음으로 생겨났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보다는 과거에 존재했던 어떤 것을 현재 상황에 맞게 고쳤다는 의미로 혹은 현재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것을 과거에 존재했던 것에 덧붙였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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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2021년 7월 1일 경축 행사가 펼쳐진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 연합뉴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현재는 반드시 과거를 거울로 삼아야 하고,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는 결코 없다(觀今宜鑒古, 無古不成今)"는 글귀가 있다.

그러니까 중국인은 현재는 과거와 반드시 연결돼 있고, 과거가 변해서 현재가 있는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현재란 있을 수 없다고 사고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 '신(新)'이란 갑자기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태와 비교해 점진적으로 좋게 변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인은 역사적으로 외래 사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독특했다. 중국인은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외래 사상을 쉽게 수용한다. 하지만 그렇게 수용된 외래 사상은 외래 사상 본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리게 된다.

왜냐면 중국은 그동안 중국 사회를 주도했던 중국 전통 사상에 새로 받아들인 외래 사상을 접목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외래 사상에서 필요한 부분만 받아들이지, 외래 사상을 100% 받아들여 자신들의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외래사상 도입의 역사

중국은 다른 나라 어떤 사상이든 중국 사상이라는 저수지에 모두 담는다. 그러고 나서 다른 나라 사상을 중국적 전통 기반에서 재해석해 중국에 알맞게 변용한다.

당나라 시대 인도에서 받아들인 불교는 중국에서 재해석돼 중국식 '선 불교'로 변했다. 원래 인도 불교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종교였다. 하지만 이런 불교를 받아들인 중국은 중국 사상인 도교의 명상 개념을 도입해 참선을 통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고쳤다.

그래서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는 인도 불교는 한순간에 문득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돈오' '불립문자' 종교로 바뀌었다. 또 중국 불교는 인도 불교 석가모니가 말하지도 않은 '지옥 사상'을 불교에 도입하기까지 했다.

송나라 시대 주자학(유교)은 공자의 유학 사상을 기초로 하고 여기에 불교와 도가 사상을 덧붙여, 이기론(理氣論) 사상을 기초로 하는 새로운 '신유학'을 만들었다.

주자학의 중심이 되는 이기론(理氣論)에서 이(理)는 불교의 화엄철학에서 빌려 온 이론이고, 기(氣)도 이전까지의 유학에서는 없던 개념으로 중국에서는 도가 사상에서 빌려 온 이론이라고 한다.

그래서 1900년대 초반 중국 최고 학자인 양계초는 '주자학이란 표면은 유교이지만 속은 불교'라고까지 말했다. 중국 사전에서도 이학(한국 주자학)을 '유학 학설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불교와 도가 이론이 같이 융합된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사상을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중국은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1947)'면서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열정과 미국 자본주의 실용 정신을 결합해야 한다(1959)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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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당장 ⓒ 중국 바이두

 
그래서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당장(党章) 첫머리에 중국 공산당의 행동 지침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사상을 같이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원래의 사회주의 사상이고 마오쩌둥 사상은 마오쩌둥 자신이 중국인으로 가지고 있던 중국 전통 사상이다.

1949년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이데올로기는 중국의 전통문화라는 기둥에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상 그리고 소련 레닌의 사회주의 사상 여기에 미국의 자본주의 합리주의 사상을 접목해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1993년 덩샤오핑은 시장경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중국 공산당 당장(党章) 첫머리에 중국 공산당의 행동 지침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사상에 추가해 덩샤오핑이론 즉 시장경제 체제를 추가한다.

그러면서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만 있다는 견해는 옳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왜 시장경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장경제는 오랜 옛날 봉건사회 시대부터 시작했던 것이기에 사회주의에서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시장경제를 자본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중국에서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지금 맞닥뜨린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다 쓸 수 있고, 또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도 있다.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에 나오는 글귀다. '세상 어디에나 말을 맬 말뚝 나무가 있고, 세상 누구나 장안(서울)에 이르는 길을 알고 있다(处处绿杨堪系马, 家家有路通长安). 세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내가 그중에서 적당한 방법을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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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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