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라갯벌에서 서식하는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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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길에서 키가 큰 풀이 무성한 땅으로 내려와 걸으니 얼마 안 가 '통통마디'라고 하는 함초가 눈에 띈다. 해홍나물, 나문재도 보인다. 모두 대표적인 염생식물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의 물막이 공사로 바닷길이 막혔는데도 땅은 여전히 간기를 품고 있다. 처음 바닷물이 빠졌던 2007~2008년만 해도 갯벌 형태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1년쯤 되자 뱀과 개구리, 송사리가 발견되었다. 소나무, 버드나무, 사시나무가 살기 시작했다. 지금은 갈대가 무성하다.
오동필 해설가는 "위성 사진으로 보면 수라갯벌이 다 방수제로 쌓여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닷물이 들어온다"며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오지 않으면 갯벌로 다 복원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물끝선에 가보면 더 많은 염생식물 초본류를 볼 수 있는데 정말 아름답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反)생명
미군기지를 따라 수라갯벌을 걷다 보니 기지 담벼락 아래로 썩은 듯한 고인 물이 보인다. 수풀 사이사이 시야 확보를 위해 베어버린 나무 밑동도 적잖게 보인다. 철거한 철조망을 버려두기도 했다. 화산과 멀지 않은 곳에서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땅이 보였다. EOD(폭발물 처리) 구역이었다. 미군이 폭발물을 수거해서 폭발시키거나 그대로 폭발 연습을 하는 공간이다.
구중서 해설가는 "2006년 3월 물막이 공사 이후 생긴 최초의 구조물로서 새만금 공사를 해서 미군에게 첫 번째로 준 땅"이라고 설명했다. EOD 구역은 새만금 안에 생긴 최초의 구조물이기도 하며, 새만금에서 구정물이 제일 처음 생긴 곳이라고 한다.

▲ 미군기지 주변에 있어 베어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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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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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D를 지나니 화산이 보였다. 화산은 "중생대 백암기 역암층의 지질로 자홍색의 백악기 역질사암, 역암, 이암 그리고 사암으로 구성되고 화강암, 사암, 이암 등이 역으로 나타나며 하도에서 형성된 퇴적암도 자주 관찰되어, 새만금 지역의 백악기 퇴적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¹ 지금은 군사기지가 되었다. 바위산이라 나무가 없나 했는데 전부 베어버린 것이라 했다. 작년 5월에서 9월 사이에 생긴 레이더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함께 만드는 생명의 길
화산을 지나 하제 포구로 와 답사 여정을 마쳤다. 한 참가자는 기분이 멍하다는 표현과 함께 "우리 땅이지만 갈 수도, 갈 생각도 하지 못했던 땅을 밟게 됐다"며 "'길'은 따로 있지 않았지만, 우리가 가서 길이 되었고 여럿이 함께이기에 갈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함께 만드는 생명 평화의 길, 군산미군기지 평화답사는 계속된다.
오는 6월 25일 토요일 열리는 2차 답사에서는 하제포구와 화산의 지질, 식생을 더욱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하제 앞바다는 전국 유일의 어패류 위판장이 있던 곳으로, 1970년 하제 포구가 번창하던 시절에는 강가에 조개껍데기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폐허가 되어버린 하제포구에서 그 흔적을 모아 조개껍데기 도감을 만든다. 물이 막히기 전 활기가 넘쳤던 시절의 생명과 연결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차 평화답사 신청링크 바로가기).

▲ 군산평화박물관의 군산미군기지 평화답사 '유월, 하제포구-화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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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2017년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고군산군도 지질공원 지질명소 발굴 최종보고서」; 양광희, 『600년 팽나무를 통해 본 하제마을 이야기』(2021)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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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갯벌-군산미군기지 경계서 마주한 생명, 반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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