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시녀들> 중 마르가리타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
임명옥
예를 들어, 피카소의 어떤 <시녀들>은 온통 무채색이다. 화면 왼쪽에 그려진 거대한 캔버스와 화가는 벨라스케스 그림 속 화가와 비교했을 때 확대되었고 그림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인물들은 단순화되어 나타난다.
또 다른 <시녀들>은 벨라스케스의 구도를 가져오되 선과 선을 좁혀 그려 여러가지 모양의 삼각형과 사각형 도형들로 캔버스와 인물과 공간을 표현했고 화면에 빨강과 파랑과 녹색을 많이 써서 색감이 화려한 <시녀들>을 그렸다. 벨라스케스가 사용한 어두운 배경을 가져오되 형태는 단순하고 빨강과 노랑과 파랑을 써서 아이들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시녀들>도 있다.
또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속 인물 중 하나인 다섯 살배기 공주 마르가리타를 그린 초상화도 여러 점 전시되어 있는데 상반신의 마르가리타, 전신의 마르가리타, 시녀와 함께인 마르가리타, 무채색의 마르가리타 등 여러가지 버전이 있어 이것 역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르가리타의 초상화 역시 형태나 모양에 얽매이지 않아 단순하고 자유롭다. 또한 이렇게 많은 버전으로 <시녀들>을 그린 것을 보면 피카소가 벨라스케스를 존경하는 마음이 남다름을 알 수 있고 피카소의 그림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피카소의 그림들

▲도자기실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
임명옥

▲피카소가 만든 도자기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
임명옥
미술관에는 도자기를 전시해 놓은 방이 따로 있는데 60대에 도자기에 흥미를 느낀 피카소가 만들고 그린 것들이라고 한다. 옛 궁정의 방처럼 꾸며진 도자기실에는 피카소가 만든 접시와 물병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자기 속 그림들 역시 피카소가 추구하는 바대로 아이들 그림처럼 단순한 문양과 자유로운 그림들이 눈에 띈다.
"나는 어린 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라고 말한 것처럼 노년으로 갈수록 피카소의 그림은 복잡하지 않고 자유롭고 단순해진다. 그의 바람대로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히고 미술품 시장에서 비싼 값으로 그림이 팔려 부와 명예를 얻고 살았던 피카소가 돌아간 곳이 어린 아이처럼 그리는 법이라는 것은 그림의 본질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피카소의 도자기들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
임명옥
결국 삶이란 것이 복잡한 것 같지만 본질은 단순하고 명쾌하고 무구하고 난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우리 모두가 지나왔지만 잊혀졌거나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린 아이였던 시절을 떠올리고 그 때의 마음을 되살리고 그때의 눈빛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는 것. 노년의 피카소는 그것을 꿈꾸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피카소 미술관을 나와서 고딕 지구의 오래된 역사가 담겨 있는 골목길을 지나서 일요일의 흥성거리는 레이알 광장을 지나서 바르셀로나의 중심지 람블라스 거리를 지난다. 동생들과 힐링하며 여행했던 바르셀로나의 봄날을 지나서 지금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지난 4월에 보았던 피카소의 그림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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