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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사망' 아베 신조, 최장수 총리 재임한 일본 우익 상징

'아베 1강' 이끌었으나 개헌·납북 문제 등 숙원 못 이루고 사임

등록 2022.07.08 20:53수정 2022.07.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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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향년 67세.

1954년 일본 도쿄 출생으로 외조부가 미일안전보장조약을 개정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조부는 중의원을 지낸 아베 간, 부친도 외무상을 역임한 아베 신타로가 있는 정치 가문에서 자랐다.

세이케이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쳐 고베 제강에 입사했고, 외무상에 취임한 부친의 장관 비서관으로 일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일본 모리나가제과 마쓰자키 아키오 회장의 딸인 마쓰자키 아키에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다.

유력한 총리감으로 꼽히던 부친이 암으로 급사하자 1993년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제1선거구를 물려받아 중의원(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하며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모리 요시로 총리 시절 내각 관방 부장관에 임명되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에는 자민당 간사장을 맡는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고이즈미 전 총리의 북한 방문에 동행해서 당시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고, 일본인 납북 문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존재감을 키웠다.

정치 명문가 등에 업은 전후 최연소 일본 총리 

2006년 9월에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경쟁 후보인 아소 다로를 꺾고 승리하며 52세로 총리에 취임, 일본의 전후 세대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총리 취임 후에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경색한 한일, 중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일본의 과거사를 풀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각료들의 잇단 비리 스캔들과 망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2007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했다. 또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까지 악화되면서 취임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한동안 건강 회복에 힘쓴 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하며 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한국과 중국에 강경 자세를 보이며 우익 세력을 기반으로 삼는 등 사뭇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이후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에 다시 오르고, 그해 12월 치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공명당 연합을 이끌고 325석을 확보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민주당에 빼앗겼던 정권을 탈환해 아베의 2차 내각이 출범했다.  

잇단 스캔들에 막내린 2차 내각... 그리고 총격 사망 

2차 내각에서는 일본 경제의 오랜 과제인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대담한 금융 정책을 통한 양적 완화,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민간투자 활성화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쏘는 '아베노믹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중·참의원 선거에서 연승을 거두며 '아베 1강 체제'를 굳혔다. 또한 2020 도쿄올림픽 유치,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개최, 미국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의 히로시마 피폭지 방문 등을 실현하며 국제사회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측근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의과대학 설립 편의를 봐줬다는 사학 스캔들, 정부가 주관하는 벚꽃 구경 모임에 지역구 주민들을 초청해 향응을 제공했다는 벚꽃 스캔들 등이 잇달아 터지자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굳건하던 지지율이 흔들렸다.

결국 2020년 8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 징후를 보였다는 이유로 7년 8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고, 1차 내각을 합하면 통산 8년 8개월(3188일) 재임하면서 일본의 역대 최장 재임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당시 총리직 사임 발표 회견에서 어떤 정치적 유산을 남겼느냐는 질문에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퇴임 후에도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면서 현직 총리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했고, 정치적 숙원이었던 자위대 헌법 명기를 위한 개헌과 방위비 증액 등을 추진해왔으나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숨지며 '비운의 총리'로 남게 됐다.
#아베 신조 #자민당 #일본 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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