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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중대재해 이어지는 현장... 현대중공업의 지금

[중대재해 발생 현장, 변화는 왔는가 ③]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창구 노동안전실장 인터뷰

등록 2022.07.13 10:27수정 2022.07.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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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을 앞둔 1월 24일 오후 5시 15분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크레인으로 철판 적재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크레인의 철판과 공장 구조물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사고 당시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월 2일, 하청노동자가 또다시 가스절단 작업을 하다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노동조합은 '호스와 용접용 절단기 불량 등으로 인해 절단 작업과 관련해 크고 작은 폭발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장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안전 담당 관리자는 없었다.

이렇듯 현대중공업에서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이창구 노동안전실장과 만나 재해 이후 변화는 어떤지 들어봤다. 

"꿈쩍도 않는 현대중공업 사측... 물량팀 속도전, 전체 작업자 안전 위협"
 
a  2021년 5월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현대중공업지부

2021년 5월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현대중공업지부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 현대중공업지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중대재해 사고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어떠한가?

"1월 24일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된 임시산보위는 협의가 마무리됐고, 4월 2일 중대재해 건은 협의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본사의 안전관리부서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현장의 변화를 찾기는 힘들다."

- 현대중공업 중대재해의 특징은 '위험의 외주화의 부메랑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위험이 외주화되면서 피해가 하청노동자에 집중될 뿐만 아니라, 외주화된 공정과 앞, 뒤로 연결된 공정 전체에 위험이 번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하청 4자 협의 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척된 바가 있는가?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당시 노동조합에서 하청업체 소장들을 만나 4자 협의구조에 참여한다는 동의를 받았다. 하청업체, 하청노동자, 원청 노동조합 모두 위험을 소통하고 안전을 통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또한 물량팀의 '속도전'이 물량팀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2016년 산보위에서 물량팀 금지 조항을 안건으로 올렸고, 사측도 합의했다. 그런데 사라지지 않았고, 사고도 계속 발생했다. 이후에도 물량팀1) 관련 안건을 산보위에 다시 올리며,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재해가 발생한 공정을 직영화하자 했다. 사측은 형식적인 답변만을 제출했고, 현재는 동의마저 거부하고 있다.

4월 2일 중대재해 사고 관련 임시산보위에서 노조는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을 원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하청지회를 노동조합 산보위에 참여시키라는 안건을 올렸다. 안전보건에서만큼은 원하청이 따로 없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현장은 차별이 발생한다. 현장 실정을 잘 알고 있는 하청지회가 원청 산보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들, 중대재해 사고조사 백서 호평... 사고원인·대책 자세히 보고 싶어해"

-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은 지속적인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2014년 민주파 집행부가 당선된 뒤로, 중대재해 발생 시 노조가 사고 현장에 먼저 달려가 현장 훼손 전에 사고원인을 밝힐 단서를 찾아내고, 현장 노동자들의 진술을 사측보다 먼저 확보해 사고조사보고서를 작성해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2021년에는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조사 백서 1권'을 연구팀과 함께 정리했다. 노조 차원에서 지속적인 조사와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는 백서가 나와서 다들 좋아한다.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고, 원인이 뭐고, 대책은 어떻게 논의됐는지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사고 관련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다 보니까, 사고 내용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측이 사고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원인을 작업자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작업절차서와 같은 정보를 조작하는 예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도 현장에서 조사하지만 그 내용에 노동조합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사 결과가 공유되지 않고, 현장 개선방안이 사고 이후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백서가 매년 나왔으면 좋겠다. 조합원들이 휴대전화로 사고 관련 내용을 찾아서 볼 수 있게 만들거나 얇은 책자로 만들고 싶기도 하다.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들도 백서 형식으로 계속 나와야 한다. 노동조합에서는 중대재해 관련 기록을 계속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어, 지난번처럼 연구자들과 공동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사측, 개정 안전보건관리 규정도 공개 안 해"

- 연구팀이 자발적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 찾아간 것은 2021년 노조가 '민주항해' 소식지를 창간호부터 뒤져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기록을 정리한 파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기록돼 있는 숫자가 471명이었고, 이후 4명의 노동자가 더 사망했다. 백서 작업 이후, 노동자들의 알권리에 진전이 있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측은 정보를 더 움켜쥐고 있다. 개정된 안전보건관리규정조차 노조에 공개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사고조사 결과 역시 '수사자료'라는 이유로 이전보다 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보들을 숨기다 보니, 현장의 위험은 더 숨겨지고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 중대재해 관련 자료를 노조가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막혀 버렸다. 지금 현장에서는 크레인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사망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고 자체가 감춰졌다. 지난 5월에는 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한 분이 다리가 절단됐다. 

노동조합은 올해 1분기 산보위에 산재 희생자 추모비 건립을 요구했다. 1994년부터 38년째 요구하다, 노조가 독자적으로 추모비를 제작해서 현장에 세웠다. 물론 사측이 엄청나게 반발했지만, 노동조합은 동료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1) 대형조선소의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가장 끝자리에 있는 작업팀이다. 급한 물량이 나올 때 팀을 짜서 신속하게 작업하고 납품한다. 기한 내 작업을 목표로 하다보니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재해도 빈번히 발생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전주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으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조사 백서 연구팀 일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중대_재해 #현대_중공업 #산재_사고_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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