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자유롭지 못할 때까지 사회는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마초의 잡설 2.0] ① 쿠르드 여성민병대(YPJ) 인터뷰

등록 2022.08.09 14:14수정 2022.08.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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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쿠르드족은 아직도 10년 넘게 전쟁 상황이지만, 올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이젠 관심 주는 이마저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금도 쿠르드족은 IS 잔당, 시리아 용병 등을 뒤에 업은 터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월 19일은 "로자바 혁명(Rojava Revolution)" 10주년이었다. 쿠르드족의 현 상황을 알고 싶어 몇 달간 접촉을 시도해 쿠르드여성민병대(YPJ)와 쿠르드방위군(YPG)를 국내 언론 처음으로 독점 인터뷰해 2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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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J 여전사가 전투에서 승리한 후, 점령지 건물에 YPJ깃발을 걸고 기뻐하고 있다. 중앙 붉은 별은 여성 인권 향상의 중요한 상징이다. ⓒ YPJ Intl

 
여기서는 YPJ를 대표하는 여전사 딜란(Dilan)과 보안이 뛰어난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해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했다.

- 쿠르드족에 대해 알고 싶다.

"쿠르드족 지역인 쿠르디스탄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중심부에 걸쳐 있는 문명의 요람이다. 역사적으로 쿠르드족의 땅인 쿠르디스탄은 여러 제국과 국가에 수백 년 간 유린당하였고, 현재 터키, 이란,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져 있다.

침략자의 정체성과 문화 말살, 강제 동화 정책과 학살에 시달려 왔던 쿠르드족은 19세기 초에 들어서며 정당한 자주권을 주장하며 저항해 봉기를 일으켰다. 1968년 쿠르드족의 정신적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의 영향을 받은 쿠르드족의 저항은 1978년 쿠르드노동자당(KWP)의 노력으로 쿠르디스탄 자치구를 건설한다.  

그러나 터키 군사정권은 1980년부터 터키 내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쿠르드어 금지, 쿠르드족 KWP 정치지도자 투옥, 고문, 불법 처형 등 쿠르드족의 독립 의지를 가혹하게 꺾었다. 그러자 KWP의 고문과 처형에 반대하는 쿠르드족이 대규모 단식 투쟁을 해 국제적 주목을 이끌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초까지 여성들이 쿠르드 민족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했고, 쿠르디스탄은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성지가 됐다. 이 민족운동은 외잘란의 철학적 이론을 토대로 저항운동, 자율적 조직, 의회,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진화했다.


1999년 2월 15일 케냐 공항에서 미국 CIA와 공모한 터키 정보부에 납치된 외잘란은 터키로 압송된 후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자, 쿠르드 여성들이 단체를 만들어 터키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린다. 그 여성 단체는 현 쿠르디스탄 여성자유당(PAJK)가 됐고, 국제적 여론에 굴복한 터키는 외잘란을 종신형으로 감형한다.

외잘란은 쿠르드 해방운동이 평화와 정치의 변화를 이끌자고 20년 넘게 독방에서 편지를 통해 호소했다.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이나 무장 투쟁이 아닌, 공동체와 의회를 추구하는 민주연합주의와 모든 민족은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영위할 자치권을 갖자고 제안했다. 민족이 꼭 국가를 구성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존 국경을 인정하는 정치적 해법인 민주적 연합체주의를 제시했다.  

로자바(시리아 북동부 자치행정부)는 쿠르드족이 여러 민족과 공존하는 곳이다. 여기서도 여러 침략자는 쿠르드족과 다른 민족의 문화를 수백 년 간 강제로 말살해 왔다. 1962년 시리아 정권은 30여만 명의 쿠르드족의 시리아 시민권을 박탈했다. 쿠르드족 지역에 소수민족을 강제로 이주시켜 쿠르드족의 인권과 문화적 권리를 와해해 쫓아냈다.

그러자, 쿠르드족은 비밀조직까지 결성해 격렬히 저항했다. 아랍의 봄 물결이 로자바 옆 코바니까지 밀려오자, 2012년 7월 19일 쿠르드족이 봉기를 일으켜 시리아 군대와 행정관청을 쫓아냈다. '로자바 혁명'의 시작이었다. 잇따라, 아프린과 자지라 지역도 쿠르드족 자치정부와 주민공동체가 들어섰다.

로자바 혁명이 시작되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쉬타르(사랑·풍요·전쟁의 여신)'에서 유래한 'Yekitiya Star'가 여성 인권 향상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쿠르드 여성혁명은 모든 민족과 종교에서 여권을 신장시켰다. 2016년 'Kongra Star(여성 별 연합)'로 공식 명칭을 바꾸며 정치, 사회, 문화, 환경, 경제, 외교, 자주,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단체 설립을 이끌었다."  

- 현재 로자바 상황은?

"쿠르디스탄이 추구하는 쿠르드족과 쿠르드 자치권의 가장 큰 위협은 터키 군부독재다. 현재 터키는 서부(로자바)와 남부 쿠르드스탄(바쉬르) 자치지역 주위를 점령한 상태다. 그런데, 로자바는 단순히 쿠르드족의 고유영토가 아니라 혁명으로 얻은 민주적 자치행정의 실질적 상징이다.

로자바 혁명은 민주연합주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사회주의 본보기다. 민족국가가 아닌 다양한 민족 사회를 표현한 정치적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주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민주적으로 표현한 기본조직이다. 공동체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같이 일하고 공동으로 대표한다. 로자바 혁명은 직접 민주주의, 여성 해방, 생태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

외잘란의 사상 '여성의 자유가 국가의 자유보다 소중하다'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드물게 여성 해방을 제시했다. 그래서 쿠르드 여성이 모든 영역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여성 전사들의 뛰어난 활약도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 모든 분야에서 자율적인 여성 교육기관, 독자적 사법제도, 경제구조를 운영하며, 외부 침략으로부터 주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YPJ를 창설했다.

쿠르드어로 '서쪽'을 뜻하는 '로자바'는 시리아 북동부 자치행정부의 공식 명칭이다. 2014~5년간 IS(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가 로자바를 점령했었다. YPJ와 쿠르드방위군(YPG)는 코바니에서 IS를 격퇴했다. 코바니 승리 후, YPJ와 YPG는 시리아민주군(SDF)을 창설한다. SDF의 목표는 아랍계, 기독교계 민병대 및 타 소수민족과 연합해 IS를 격퇴하고 시리아 내전을 종식하는 것이다.  

SDF는 로자바에서 IS를 격퇴하고, 주민들이 직접 자치회를 운영하도록 지원했다. 2019년 IS가 점령했던 락까 등 아랍 거주지역은 전쟁 전 시리아 정부 관할이었지만, SDF의 도움으로 투르크족, 체첸족, 앗시리아족 등 기타 소수민족도 민주주의 권리를 보장받고, 아랍어, 쿠르드어, 아람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해 자치 운영한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가 IS를 격퇴한다는 핑계로 2018년 1월 아프린을 점령했다. 2019년 10월 터키는 세레카니예, 기레스피 등 도시를 잇달아 점령하며 반 인륜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해 수천 명의 민간인이 피해를 보았다. 터키는 점령지에서 이슬람 용병들을 통해 강제로 터키 정책을 시행했다. 터키 통제지역에서 납치, 강도, 강간, 살인, 고문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강제 이주, 추방, 터키 문화 강제 주입, 농산물 약탈, 쿠르드어 사용금지, 터키화폐 리라 공식 통화 등 강제적 터키화가 진행되었다. IS처럼 여성들에게 강제로 검은색 니캅 착용을 강요했고, 학교는 폐쇄해 군 시설로 변경했다. 게다가, 터키는 북·동부 시리아지역에서 IS가 다시 활동하는 것도 용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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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J 여전사들이 전투 중 순교한 동료의 사진을 건 관을 메고 우열하고 있다. 순교자(Sehid)는 순교자 묘지에 안장 되고 가족은 존경 받는다. 쿠르드족은 한과 눈물이 많은 역사를 품고 있다. ⓒ YPJ Intl

 
- 전기, 식수는 어떻게 해결하나?

"3개의 수력발전 댐에서 전기를 해결하고 있다. 자치지역이 시리아 내에 있어 시리아에 부과된 금수조치의 영향을 받는다. 터키 정부가 댐으로 가는 물길을 틀어막고, 댐을 수리할 자재도 부족하고, 가뭄까지 겹쳐 전기 배급이 불안정하다. 터키의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식수 정수장도 깨끗한 식수 공급이 어렵다. 난방, 취사 연료도 항상 부족하다."

- 교육 프로그램과 학교 교육은?

"자치 행정은 7구역으로 나누었고, 각 지역에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협의회가 있어, 쿠르드어로 교육받을 수 있다. 시리아 정권하에선 아랍어만 사용했다. 학생들은 모국어 외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다. 인권과 성평등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타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게 우리 교육 목표다.

아이들은 9학년(중학교 3학년)이 되면 모든 종교에 대해 배운다. 학교 운영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민주적으로 결정한다. 터키가 점령 후 폐쇄한 아프린 대학교를 제외한 로자바, 코바니, 셰르크 대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자치행정 지역에는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 기관들도 있다. 무료로 여성 인권을 교육하는 여성학원은 참여율도 매우 높다."  

- 누가 적인가?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 후, 쿠르드족에 대한 차별법을 시행했다. 쿠르드족은 고용, 거주, 정치적 권리에서 차별받고, 가난과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란 정권도 쿠르드 정치지도자들을 불법으로 가두고 있다. 쿠르드족 수감자들은 불공정한 재판, 고문, 처형 등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1988년 이라크는 잔인하게 쿠르드족을 탄압했다. 사담 후세인의 안팔 작전은 쿠르드 탄압의 절정인 반인도주의적 집단 학살이었다. 이라크 군대는 4천여 곳의 쿠르드 마을과 소도시를 파괴했고, 18만2000여 명의 쿠르드족 주민을 죽였다. 할라브자 시에서 화학무기로 쿠르드족 5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IS는 고대 종교를 믿는 쿠르드족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을 인종 청소했다. 야디지 남성들은 집단 처형됐고, 여성들은 감금해 개종을 강요하고, 집단 강간하고, 성노예로 인신매매했다. IS는 노예시장을 열어 야디지족 소녀와 여성들을 조직원들에게 팔아 넘겼다. 지금까지 실종된 수천여명의 야디지 여성들의 생사를 모르니 안타깝다.  

수세기간 쿠르드족과 오랫동안 악연이었던 터키는 처음부터 IS 격퇴에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IS와 싸우는 쿠르드 민병대를 공습했다. 미국이 철수하자 본격적으로 IS와 시리아 용병 등과 함께 사방에서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다. 최근 에르도안은 북부 시리아 '안전지대' 30km까지 장기적으로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그래도 유럽연합은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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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J 전사 기관총과 쿠르드족 전통무늬 스카프. 적들은 멀리서 이 붉은 색 스카프가 보이면 전투를 피한다. 여자에게 죽임을 당하면 천국에 못 간다는 이슬람 속설 때문이다. 그런데 나쁜 짓하면 원래 천국에 못 간다. ⓒ YPJ Intl

 
- 우호적인 국가들은?

"'쿠르드족은 친구는 산뿐이다'라는 쿠르드 속담은 수백 년간 쿠르드족이 많은 세력에게 배신당했던 역사를 증명하는 것이다. 쿠르드족의 진정한 친구는 여성운동가,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환경주의자, 민주주의자, 민족해방운동가 및 문화운동가 같은 민주주의 세력이다. 이들이 진정한 동맹이며 친구들이다.

전 세계 시민사회가 쿠르디스탄을 지지하고 있고, 쿠르드족은 전 세계 혁명가들과 민주적 동맹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으로 망명해 활동하는 쿠르드족 정치인들 덕분에 강력한 동맹이 꾸준히 형성될 수 있다.

스페인 광역자치주 까딸루냐 정치인들이 로자바를 방문하며 친밀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까딸루냐 의회가 로자바의 정치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 중요한 결실이었다. 우리에겐 로자바의 자치적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리아 내전과 아사드 정권이 저지른 전쟁범죄 때문에 시리아 내에 있는 로자바까지 지금도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독립된 자치정부로 확실히 인정받아야 시리아 정권에 가해진 국제적 제재에 맞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외국 여성들이 YPJ에 입대하는 이유는?

"수천 년 동안, 여성들은 항상 남자에게 의존하는 약한 존재나 소유물로 인식되었다. 그렇게 여성들은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억압되어 왔다. 그래서 아직도 여성은 사회적 영역에서 동등하지 않고 노예나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공동체 생활, 여성 해방과 사회생태가 로자바 혁명의 3대 주축이다. 모든 여성들은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힘을 기르고, 평등을 위해 싸우고, 공동체를 보호하고, 권리를 위해 싸울 줄 알아야 한다. '여성이 자유롭지 못할 때까지 사회는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라는 외잘란의 말처럼 여성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전 세계의 많은 여성이 로자바를 방문하고 혁명 사상에 감명받고 YPJ에 자원입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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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J 여전사가 석양을 바라보고 서 있다. Biji Rojava ⓒ YPJ Intl

 
- YPJ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외잘란의 철학은 쿠르드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올바른 길을 보여준다. 암울하고 어두운 혼돈의 현실에서 평등하고 정의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빛을 제시한다. 인류를 위해 변화보다 보다 나은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YPJ는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필요로 창설됐다. 그러나 YPJ는 일반적 군대와 다르게 어떤 국가의 이익이나 패권을 위해 싸우거나, 다른 국가의 땅을 침략하지 않는다. YPJ는 주민과 여성을 보호하는 순수한 민병대다. 로자바 혁명 이론에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자발적으로 입대하거나 떠날 수 있다."

'Biji Rojava!(로자바 만세)'를 외치는 YPJ. 아마존 여전사가 신화라면, YPJ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전투부대로 혁명의 주역이자 불법 테러 집단과 항전을 벌이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역사다. YPJ는 2013년 4월에 창설해 "자신을 알고, 자신을 보호하라"는 부대 슬로건 아래에 약 2만4000여 명(2017년 기준)이 근무한다. 외국 여성 자원병 국적과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마초 #마초의 잡설 #MACHO CHO #쿠르디스탄 #YP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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