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무효' 비상 걸린 국힘... 하태경 "심판 받은 것"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왼쪽 주호영 비대위원장.연합뉴스

[기사 보강: 26일 오후 3시 47분]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정지시켜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이 26일 일부 인용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주말인 오는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들이 비대위로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일부러 '비상상황'을 만들었다면서 사실상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관련기사 : 이준석이 이겼다... '주호영 비대위' 사실상 무효 http://omn.kr/20fqr).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26일) 소속 의원 전원에게 '긴급 현안 논의'를 주제로 한 의원총회 소집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님들께서는 지역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의원총회에 반드시 전원 참석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총회에서는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가 결정된 만큼, 다시 공백 상태가 된 지도체제를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선 이전 체제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의 복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본안 확정 판결 전까지 (주호영 위원장은) 직무정지니깐 사실상 비대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본안 확정 판결이 나오려면 6개월은 걸릴텐데 그때쯤이면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마치고)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납득할 수 없다, 비상상황 판단은 당 자체 판단이 맞아"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즉각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이날 따로 논평을 통해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면서 가처분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절차가 당헌과 당규에 따라 진행되었고, 연이어 개최된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는 압도적 다수의 당원이 찬성표를 보내주어 비대위가 의결됐다"면서 "오늘 법원의 결정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의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당내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상상황에 대한)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정당한 유권해석을 법원이 임의로 뒤집은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따로 낸 입장문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정치적 해법 거부한 당 지도부, 파국 상황 책임져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당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쓴 소리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면서 지도부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앞서 비대위 전환 당시 이 전 대표를 강제해임하는 대신 복귀할 수 있는 '상생 당헌 개정안'을 주장하는가 하면, 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양측의 정치적 협의를 주장한 바 있다(관련기사 : '국힘' 조해진·하태경 "이준석 복귀 가능한 '상생안' 발의" http://omn.kr/204ll).

하 의원은 "파국만을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한 달여간 당이 진행시킨 일들이 정당 민주주의에 위반된다는 법원의 지적이 매섭다. 국민의힘이 반(反)민주정당으로 낙인찍힌 것"이라며 "이제라도 민주적인 정당으로 재탄생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탄생한 정권에서 그 여당이 공정과 상식을 철저히 말살하는 짓을 저지른 것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 측은 이번 법원 결정을 즉각 이행할 것을 당에 촉구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가 정당 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 행위에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 자리는 당헌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아직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는 앞서 이날 오후 예정됐던 방송 인터뷰 출연 일정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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