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자락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 오늘도 그대에게 생명을 빚진 자로
박미연
<혼자가 좋다>의 저자 프란치스카 무리는 이렇게 말한다.
홀로있음은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삶에서 당신 스스로를 발견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홀로 있는 시간들을 통해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면, 타자들과도 더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24쪽
나도 혼자가 되는 길을 모색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영덕으로 9박 10일 치유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것이다. 암환자가 아니었더라면 엄두도 못냈을 일이다. 독학 반수생 둘째와 고등학생 막내를 남겨두고 말이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암은 나에게 인생의 쉼표요, 리셋버튼이자, 방향등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암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나를 영덕으로 밀어부쳤다.
그곳에서 처음엔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만큼 총천연색의 자연 치유 밥상이 제일 좋았다. 가족을 떠나 혼자가 되는 것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칠보산 자락 깊은 산 속, 외딴 섬과 같은 그곳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 얼핏 생각하면 외롭고 적막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자연 앞에 오감이 깨어나고 있었다.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 솔잎을 흔들며 내 살갗에도 스쳐지나가는 바람,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새들의 조잘거림, 코끝을 스치는 풀내음과 꽃내음,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산딸기...
거기다 깊이 잠들어 있던 직관까지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닌가.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자각과 함께 더 큰 가족을 얻은 느낌! 모두가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깨달음!
생명의 경이로움을 맛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