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주조 막걸리한강주조의 술은 맛과 마케팅에서 기존 술과 차별화를 했다
한강주조
반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맛을 본 전통주들로 인해 고민이 생겨났다. 맛들이 비슷하고 특징 및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통주 전문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이 새롭게 나오는 모든 술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한 막걸리를 참고할 수밖에 없기에 맛들이 유사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물론 비슷한 맛의 전통주지만 다양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맛에 집중하면 그 차이들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소비자에게 오늘 새롭게 출시한 막걸리나 어제 출시한 막걸리의 맛과 향을 다르게 느끼면서 마시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다른 술들도 비슷할 것이다. 맥주나 와인, 사케 등의 술들 역시 술들의 맛을 구별해서 마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술을 구매하고 마시게 하는 힘은 그 술이 가진 스토리가 아닐까 한다.
와인의 경우 제조법으로 보면 포도를 으깨서 효모를 넣고 만드는 단순한 발효법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품종이라는 특성과 떼루아라는 환경적인 스토리 그리고 샤토(양조장)가 가진 역사성까지 그 술을 왜 마셔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거기에 국가별 토착 포도 품종까지 이야기가 더해지면 비슷한 포도의 맛과 향이라고 해도 소비자는 그 술을 사 마셔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맥주나 사케도 비슷하다.

▲진열된 다양한 와인들와인을 차별화 하는 것은 스토리이다
이대형
그에 반해 우리 전통주들은 이러한 스토리들이 부족하다. 많은 양조장은 술을 만들기에 급급해 보인다. 물론 전문적인 마케팅을 하기에는 양조장의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제품이 다 만들어지고 난 후 술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술을 만들 때부터 양조장, 지역, 원료 등의 스토리가 일관성 있게 만들어야지만 차별성이 생겨날 것이다.
전통주가 점유한 전체시장은 적고 그에 비해 새롭게 생겨나는 양조장들이 많기에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생겨나는 양조장들의 제품들이 현재의 시장에 쉽게 안착하는 방법은 기존 술과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어필이 되어져야 한다.
이제 양조인들은 술을 만드는 생산자이자 자신들의 술에 스토리를 입히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양조장에서 맛있는 술만 만들어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을 양조인들 스스로 느껴야 할 것이다. 이제 품질이나 맛의 차별성도 중요하지만 차별성 있는 스토리야말로 내가 만든 술을 다른 술과 다르게 보이는 중요한 요소인 것을 알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