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진혜련
'북유럽(Book you love)'이라는 이름은 몇 년 전 신문을 보다 알게 되었다. 가평의 한 독립서점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 서점의 이름이 '북유럽'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여행 가고 싶은 지역과 책을 연결 지어 이름을 붙인 것이 기발하고 재밌었다. 발음할 때마다 괜히 기분 좋아지고, 책 읽는 우리를 꿈꾸는 여행자로 만들어주는 이름, 북유럽. 나는 교실에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첩에 메모해두었다.
우리반은 매일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한다. 우리는 이 활동을 '북유럽'이라고 부른다. 소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 순서가 되면 작은 포스터를 만들어와 교실 앞 게시판에 붙여놓는 것. 포스터는 각자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만들되, 다음 사항을 담도록 한다.
책 표지 사진이나 그림,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책에서 좋았던 문장. 그리고 마지막에는 책과 관련된 퀴즈를 두세 개 정도 내게 했다. 북유럽 포스터를 교실에 붙여놓으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게 이 퀴즈다. 본인이 참여할만한 게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보는 법이다.
그 옛날 방을 붙여놓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아침이면 북유럽 포스터 앞에 모여든다.
'오늘은 누가 어떤 책을 소개했을까?'
아이들이 무심하지 않고 꼬박꼬박 들여다보는 건 매일 새롭기 때문이다. 북유럽은 콘텐츠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날마다 하나씩 업데이트되니까. 'New'가 붙은 게시물이 있으면 얼른 클릭해보고 싶은 것.
"이거 재밌어 보인다!"
"나 이 책 봤는데 진짜 웃긴 거 나와."
"야. 나 볼 거니까 스포하지마."
"이거 다음 편도 나왔을 걸?"
"이 책 도서관에 있을까?"
아이들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 유튜브, 아이돌이 아닌 '책'을 두고. 나는 평소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 번은 꼭 학교 도서관에 다녀오라는 미션을 준다.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하거나, 그게 안 되면 그냥 도서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