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일부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발, 그 주장의 허점

[주장] 청소노동자를 고용한 건 대학생들 아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 키워야

등록 2022.10.23 17:53수정 2022.10.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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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오전 시위에 나서기 전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 ⓒ 이현성

 
지난 6월 28일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해당 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에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의 시위로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고려해 총 638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눈이 가는 점은 이들이 실명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원들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폭력" "정신적 피해와 장기적 트라우마"라는 등, 피해자의 위치에서 언어를 사용한 부분이다.

이는 요즘 세대가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노동자의 권리투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바라보는 관점과도 비슷하다.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들의 이동권 보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당장의 지하철 지연 등 자신만의 불편함에 주목하며 시위자들을 가해자로 취급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소송제기 학생은 "내가 낸 등록금"이라지만... 따져보면 이상한 주장

또한 소송을 제기한 이동수씨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현수막이나 피켓처럼 합법적인 시위였다면 고소는 없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 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활동으로 인해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되어야 하느냐"라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우선 '합법적 시위'라는 개념은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니다. 이들이 형사고발의 이유로 내민 '미신고 집회'라는 명분 역시, '협력업체 노동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집회신고를 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는 2020년 대법원 판결에 비춰보면, 이런 주장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먹고 사는 청소노동자"라는 대목은, 그 문장을 읽는 사람마저 부끄럽게 만든다. 먼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납부하는 직접적인 대상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아니라 학교에게다. 학생이 노동자들의 고용주가 아니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쟁의대상 또한, 학생들이 아닌 학교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의 방향은 조금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한편, 몇 년 전만해도 각 학교에 노학연대(노동자·학생연대)는 명맥이 끊기지 않고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함께 움직였다고 안다. 당장 연세대학교만 해도 2007년 노학연대를 통해 학교를 상대로 노동조합 발족과 처우개선, 체불임금 확보라는 성과를 냈고, 이를 2012년<빗자루는 알고있다>라는 책으로도 출판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늘날 학생들은 스스로 연대의 고리를 끊어내며, 을과 을 사이의 싸움을 시작하는 듯 보인다. 학생과 노동자들이 대결 구도에 놓일 때, 그 싸움을 보며 과연 누가 웃을까.

값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과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두 주체의 싸움 속에서 웃음 짓는 것은 아마도 이득은 챙기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학교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분절된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뒤틀렸는지 보여주는 한편, 아직은 정교하지 않은 '비대한 자아'와 함께 출현한 '에브리타임 세대'를 어떻게 진단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공감과 연대가 아니라, 논리와 공정을 원하는 세대에게 최저시급 인상에 맞춰 시급 400원을 인상하고 샤워실을 늘려 달라는 목소리가 그저 '소음'으로만 들린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대학생 #노동 #노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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