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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산 마을에 국화 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충남 청양군 남양면 구룡3리 마을, 쓸모없는 땅에 꽃 가꾸며 찾아온 변화

등록 2022.10.27 11:21수정 2022.10.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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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남 청양군 남양면 구룡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20년 부터 마을 도로변에 국화를 심고 가꾸고 있다.

충남 청양군 남양면 구룡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20년 부터 마을 도로변에 국화를 심고 가꾸고 있다. ⓒ 이재환

 
충남 청양군 남양면 구룡리의 구봉광산은 전국 최대 금광으로 지난 1911년부터 1970년까지 운영됐다. 구봉광산이 폐광된 이후 마을의 논밭에서 맹독성 중금속인 비소가 검출돼 복토를 진행했다. 비소에 노출된 주민들이 진폐증에 걸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러한 아픔을 겪은 구룡리 마을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귀농한 농부들을 중심으로 꽃을 심으며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구룡3리에는 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2020년부터 마을의 610번 도로변 1200평에 국화를 심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정부나 군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마을 '백만송이 국화 축제(아래 국화축제)'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지난 22일 끝났지만 찬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면 11월 중순까지는 마을에서 국화를 만날 수 있다. 비교적 추위에 강한 마당볼, 지니볼, 레드볼 등 국산품종을 심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한양수 구룡3리 국화축제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폐광 후 중금속이 나와 피해를 입었지만 안 좋은 환경을 극복하고 꽃마을로 바꾸며 희망을 키워 가고 있다"고 했다. 

"도로변을 풀밭으로 방치하지 말고 국화를 심어 가꿔 보자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잡초보다는 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국화를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캐나다와 독일 등 외국에는 폐광지역을 공원화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 마을은 이제 출발이다. 주민들이 무언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축제 때 관청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다."

고령인구가 많은 시골 마을에서는 60대도 청년이다. 60대의 구룡리 마을 주민 15명은 국화사랑모임을 만들고 2020년부터 자발적으로 국화를 심고 가꿨다. 해마다 4월이면 국화밭에서는 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4월에 시작된 제초작업은 10월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주 만나 담소를 나누고 정을 쌓아갔다.


"국화를 구심점으로 주민들이 자주 모이다 보니 마을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민끼리 자주 소통하다 보니 화합이 잘 되고 있다. 귀농한 분들이 특히 더 좋아한다. 마을에 이사 오면 몇 년 동안 주민들을 보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마을의 대동제나 공식행사가 있을 때만 얼굴을 보기도 한다. 주민들의 얼굴을 익히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

하지만 국화 가꾸기를 시작하면서 1년 만에 마치 10년지기처럼 가까워졌다. 폐광지역이다 보니 원주민들이 다소 거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꽃을 가꾸어서일까. 마음이 여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민 사이에 다툼도 사라지고 동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한 위원장은 "과거 우리 마을은 폐광으로 인한 오염지역으로 유명했던 곳이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국화로 인해 오히려 다른 지역에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마을로 변하고 있다. 우리 마을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a  한양수 구룡3리 백만송이 국화축제 추진위원장

한양수 구룡3리 백만송이 국화축제 추진위원장 ⓒ 이재환

 
a  청양군 구룡3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20년부터 버려지다 시피했던 마을 도로변 땅에 국화를 심었다.

청양군 구룡3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20년부터 버려지다 시피했던 마을 도로변 땅에 국화를 심었다. ⓒ 이재환

 
#구룡3리 국화축제 #청양 구룡리 #시골마을 국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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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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