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지영 제공
-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를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잖아요. 근데 교수님은 2일 소셜미디어에 이태원은 책임이 없다며 '10.29 참사'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왜 이런 제안을 하셨나요?
"국내 언론에서는 거의 다 '이태원 참사'로 표현하고 있고요. 그리고 외신을 보면 '서울 크라우드 크러시'라고 '서울'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것에 서울이나 이태원이라는 이름들이 들어가는 게 과연 괜찮을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2019년부터 세계를 흔든 감염병의 이름이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다가 2015년 새로운 질병 이름에 대한 WHO의 권고안에 따라 COVID19이 되면서 국내에서는 국민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코로나19'가 된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WHO는 이름을 붙일 때 '이러이러한 것들은 쓰고 이러이러한 것들은 쓰지 말자'라는 지침을 만들었고 그 지침에 의해서 이런 것들이 나왔는데요. WHO의 권고안을 보면 가능한 것에는 병에 대한 설명 용어라든지 원인균과 관련되는 용어 그 다음에 첫 발생 연도 그 다음에 임의 식별 기호 같은 것들은 괜찮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쓰지 말아야 한다고 지침에 들어가는 게 도시나 국가 지역 대륙과 같은 지리적인 위치라든지 아니면 사람의 이름이나 동물이나 음식, 문화, 인구 산업 직업명 등으로 돼 있습니다. 왜냐면 그런 것이 이름에 쓰여면 낙인이 찍혀서 혐오감을 주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거든요. 이번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거든요. 그래서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넣거나 서울 참사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지명이 들어가지 않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겁니다."
- 이전에도 용산 참사, 상주 참사 등 지역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었는데.
"물론이죠. WHO의 권고안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페인 독감 같은 것도 있었고요. 지카 바이러스, 돼지 독감 이런 식으로 지명이나 동물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죠. 그런데 WHO가 이런 식의 이름 붙이기에 낙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안 뒤 2015년에 권고한을 만든 겁니다. 옛날에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 낙인 효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요?
"예를 들어 '이태원'이라는 이름이 '참사' 앞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매우 위험하고 가면 안 되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나 그 지역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그 지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낙인이라는 건 긍정적인 효과가 아니라 부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10.29 참사'로 부르자고 얘기한 겁니다."
- 명칭이 바뀔 수 있을까요?
"바뀔 수 있으려면 우리가 동의해야 해요. 바뀔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 예를 듭니다. 옛날엔 국민학교였잖아요. 그런데 국민학교가 하루아침에 초등학교로 바뀌었어요. 그건 국민학교가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개념에서 온 거라는 걸 알고 우리는 더 이상 일본의 식민지가 아닌데 왜 우리가 그런 학교를 다녀야 되냐는 물음에서 초등학교로 바꾸는 데 모두 다 동의했고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꿨죠.
또 최근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났죠. 우리는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의 수도를 키예프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키예프는 러시아식 발음이었어요. 그래서 러시아식 발음으로 부르지 않아야 한다고 우크라이나 쪽에서 이야기했죠. 언론 등이 이 이야기에 동의해서 '키예프' 표기를 버리고 우크라이나 발음으로 '키이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꿀 거냐 아니냐는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유족과 상의도 않고 사망자라 부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