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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급식은 있어도 건강한 급식노동자는 없다

[학교 안의 유령, 학교 비정규직 여성 이야기 ①] 급식조리사 유혜진

등록 2022.11.22 10:56수정 2022.11.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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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 유령노동자가 있다. 90%가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체 교직원의 40%를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어 온 돌봄노동이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 그대로 옮겨왔고 임금노동으로 '공식화'되었다.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노동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학교의 많은 직군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적은 인력으로 힘든 일을 시키며 저임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 예산이 넘쳐나도, 국가는 비정규직 노동권 향상을 위해서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공공 교육·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들, '학교 안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급식조리사, 특수교육지도사(특수교육실무사), 청소실무사, (초교병설)유치원 방과후전담사, 돌봄전담사의 이야기를 6회의 연재를 통해 전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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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급식노동자 학교 급식노동자 1인 당 평균 135명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과중한 노동 강도는 온갖 산재 발생의 원인이 된다. ⓒ 조순아

 
1997년 IMF 사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대폭 삭감되었고,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 가정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런 맞벌이 가정의 자녀 돌봄 공백과 저소득 가정의 교육격차 해소를 학교가 담당하게 되면서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이 전면화되고, 이후 중·고등학교로 확대되면서 비정규직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대거 채용되었다. 2011년 공립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한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은 어느덧 12년 차를 맞이했고 모든 초·중·고 전학년 학생이 급식 시간에 친환경 밥상 앞에 앉게 됐다. 이제 급식노동자는 학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동안 급식실에서는 학생들의 건강한 식사를 위해 보이지 않는 악전고투가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군대를 포함한 일반 공공기관의 2배가 넘는 1인당 식수 인원(1인당 평균 135명의 식사 준비를 담당)과 인력 부족, 청결 유지를 위한 청소 업무 등으로 인해 늘 과중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뜨거운 물과 음식으로 인한 화상이나 타박상, 근골격계 질환은 공기처럼 늘 존재하는 위험이다. 급기야 고온의 기름을 이용해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독한 세정제 증기로 인한 폐암 산재가 발생했고, 최근까지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학교급식 종사자의 30%가 폐암 의심이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월 18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집담회에 참가한 유혜진(73년생, 근무 8년차) 급식조리사와 학교급식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폐암 위험에 노출된 급식실, 골병드는 급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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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산재 사고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며 지난 7월 2일 개최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폐암 산재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고 있다. ⓒ 조순아

 
- 학교 급식실의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이야기 들었다. 


"살인적이다. 학교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1인당 식수 인원이 2배에 달한다. 아이들에게 질 좋은 급식이 제공되는 것은 좋지만 정작 급식노동자들은 골병들고 있다. 늘 급식노동자들은 '손목이 아파요, 어깨가 아파요, 허리가 아파요' 등등 통증을 호소한다. 나 역시 일을 시작한 30대 때는 80kg 넘는 식재료를 지고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땐 그런 일들을 일상적으로 했었고 젊어서 그나마 버틴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다. 최근에는 직업성 암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폐 결절이 요리하다가 생길 줄 어떻게 알았겠나. 노동조합 요구로 지난해부터 진행한 폐 CT 건강검진 중간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가 충격적이다. 검사자의 30%가 폐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집담회에 참석한 나 역시도 폐 결절이 나왔다. 6개월 후 추적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두렵다."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환기시설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데 당국에서는 건물을 새로 짓지 않으면 못 고친다고 하더라. 그뿐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일을 분담할 수 있도록 인력을 더 배치해서 일을 더 나눠야 한다. 밥을 짓는 곳인데 정작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점심 먹을 시간도 없고, 심지어 서서 먹는 곳도 있다. 자잘하게 화상 입고 다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만약 어쩌다 학교에 못 나올 일이 생기면 대체인력도 내가 구해야 한다.

긴 시간 동안 인력 문제, 노동안전 문제를 노동조합에서 주장해왔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해결한 적이 없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에게 이 고통과 억울함을 해결해 달라고 말해야 할까. 다행히 이번에 국회에서 관련 예산안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제발 우리 급식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잘 진행되었으면 한다." 

- 노동조합은 어떻게 가입하게 되었는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같이 일하던 조리사님이, 노동조합 지부에서 여는 노동법 강의를 같이 가서 들어보자 해서 한번 가봤다. 그런데 첫 강의부터 너무 화가 나더라. 지금은 노동조합이 열심히 싸워서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당시는 위탁이었고 정말 열악했다. 노동 환경이나 임금 처우 등이 일 하는 사람들 입장이 아닌 오로지 사용자의 입장에서 조정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기억은 2019년 광화문 광장을 꽉 메운 분홍 조끼의 물결을 마주했을 때다. 그날 펑펑 울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날을 기억하면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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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실 인력 충원! 국회는 예산을 편성하라! 11월 8일 국회에서 학교 급식실 인력 충원과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 ⓒ 조순아

 
- 집에서 가사노동은 어떻게 분담하고 있는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또래는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일 끝나고 퇴근하면 또 다른 가사노동이 시작된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가족들 식사 준비하고, 출근하고 나서 급식실에서 밥하고, 집에 들어가면 또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남편도 나이가 드니 설거지 정도는 도와주고, 나중에는 기계를 사주더라. 근데 빨래는 도저히 못하겠단다." 

- 통상업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가?

"방학 전 특식, 요즘은 급식법에 위반된다며 정리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교사용으로 반찬을 한두 가지 더 준비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조리사들에게 운동장 풀을 뽑으라고 지시하거나, 교실을 소독하거나, 강당 유리창을 사다리 놓고 닦는 경우도, 커튼 떼서 빨라는 경우도 있었다." 

- 학교라는 일터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역할로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교육의 주체가 아닐까? 일을 하면서 느낀 보람이나 자부심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아이들이 스승의날 같은 때에 밥 맛있다며 편지를 가지고 온다. 그 고사리같은 예쁜 손으로. 한번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를 드문드문 나오던 아이에게 "학교에 밥은 먹으러 와야지" 했더니 학교를 매일 나오더라. 그 아이가 졸업 후 스승의 날에 선물을 사와서 "엄마~"하며 안아주고 갔다. 아무리 힘든 순간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치유 받으면서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내가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우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당당한 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학교급식 #비정규직 #필수노동 #여성노동 #급식실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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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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