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근로환경조사(2017), 전국여성노동조합 플랫폼기반 청년 노동자 실태조사(2020)
안전보건공단, 전국여성노동조합
휴일이 존재하지 않는 삶
과도한 노동량은 주7일 중 7일 노동을 당연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손꼽아기다리는 연휴에도 연재 위주로 창작 노동을 하는 웹툰·웹소설 작가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지기도 한다. 연휴를 앞두고 사측은 작가들에게 종종 마감을 앞당기길 요구한다. 회사가 쉬어야 하니 그 전에 원고를 검토할 수 있도록 미리 보내달라는 것이다. 애초에 노동량이 과해 제대로 쉬지 못하는 판국에 며칠씩이나 마감이 앞당겨지면 작가들은 결국 잠을 더욱 줄여가며 원고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건강을 비롯한 개인 사정을 이유로 휴재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작가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회사에서 휴재를 거절하는 탓에 이를 악물고 작업을 지속하다 쓰러지는 작가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렇게 우리는 당사자로서, 혹은 어떤 작가의 팬으로서 다양한 소식을 듣는다.
어떤 작가가 암 투병을 시작했다. 또 다른 작가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또 어딘가의 작가는 손목이 망가져 펜을 들 수 없게 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나쁜 소식이 끊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식들은 대부분 '그런 이유로 해당 작품은 연재를 중단 혹은 무기한 휴재합니다'라는 내용으로 끝나기 때문에, 마치 그 정도의 사정이 아니라면 쉴 수 없다는 경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연재 위주로 활동하지 않는 창작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단행본 위주로 계약하는 웹소설 작가나 대부분의 작업이 외주계약인 일러스트 작가들은 창작물에 대한 턱없이 낮은 단가나 사측이 매기는 비싼 수수료 때문에 결국 투잡과 단일 과노동 사이의 이지선다를 마주한다.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고 나서야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는 탓에 연재 계약보다 수입이 더욱 불안정하다는 점도 생계에 큰 위협이 된다. 그리고 그 점은 고스란히 과노동으로 이어져 그들의 건강을 짓밟는다. 어떤 방식으로건 디지털콘텐츠를 창작하는 노동자들에게 쉴 시간은 없는 셈이다.
근로기준법의 목적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기 위함이라면 국가는 노동자 전체의 생활 역시 보장하고 향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디지털콘텐츠 창작 노동자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를 아예 잊은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모두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인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 노동형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인간이 비인간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는 노동제도를 시급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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