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6일 중국이 자국 국가 안보에 "사상 최대의 전략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방위비 대폭 증가를 포함한 대규모 국방 정책 개편을 승인했다.
연합뉴스
일본이 3대 안보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개정하면서 반격능력을 갖겠다고 선언했다.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이 상황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그리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국제사회 시선을 우려해 선제타격능력이란 표현 대신 '반격능력'이란 용어를 택했다. 적이 공격을 가하기 전에 행사되는 것이므로, 일본이 말하는 반격능력의 본질은 선제타격능력이다. 전적으로 수비만 한다는 전수방위원칙을 깨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상의 선제타격과 전수방위원칙이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일본 내각이 선택한 용어의 함정
반격능력을 선언하는 기회에 기시다 내각은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며 이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독도를 자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또 강제징용(강제동원)·위안부 문제를 지칭하는 '2국 간의 제반 현안'을 자국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해결할 식민지배 문제는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은 사과·배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도발'로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런 도발이 나왔는 데도 윤 정부의 반응은 예년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항의에 그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반격능력 선언 직후에 윤 정부는 외교부 논평을 통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를 통해서는, 나카시마 다카오 주한일본대사관 방위주재관을 불러 '즉각적으로 시정하라' '향후 이런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다.
공식적 반응과 별도로,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도 언론에 보도됐다. 16일자 보도에 등장하는 이 당국자는 반격능력이 일본 헌법 및 국제법과 전수방위원칙 내에서 행사되리라 판단한다면서, 이 능력이 한반도를 상대로 행사될 때는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은 반격능력이 국제평화를 깨는 쪽으로 행사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를 상대로 행사될 때는 한국의 동의가 전제될 거라는 의미다. 반격능력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이 능력이 한반도에 미칠 위험을 낮게 평가하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안보문서들이 긍정적 측면을 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시다 내각이 <국가안전보장전략>를 통해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우리나라 안전보장으로나 극히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언급하고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 것을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기시다 정상회담을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하면서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양국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반영됐다는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외교부·국방부의 공식 대응을 통해 독도에 관한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한편, 외교부 당국자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격능력 확보를 호의적으로 평하고 그 위험성을 낮게 평가했다.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의 '진의'를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