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큰고니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강... 앞으론 못 볼지도 모릅니다

큰고니들의 겨울 서식처를 빼앗는 수중보 건설... 대구시는 공존 방안 고민해야

등록 2022.12.22 10:03수정 2022.12.22 13:44
0
원고료로 응원
 백조의 호수 금호강. 큰고니가 찾아온 금호강
백조의 호수 금호강. 큰고니가 찾아온 금호강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에 겨울진객 천연기념물 큰고니(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법정보호종인 희귀 조류)가 돌아왔다. 큰고니들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해서 이번주 들어서 전체 200개체 정도까지 늘었다. 특히 금호강 안심습지 부근은 마치 백조의 호수처럼 아름다웠다. 

눈 속 백조의 호수

해가 뜨기 전부터 눈이 내렸던 21일 아침, 안심습지는 눈 속 백조의 호수 같았다. 눈발이 날리는 이른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큰고니 무리는 마치 떼창이라도 부르는 듯 특유의 울음 소리로 주변을 깨웠다.
 
 눈 속의 백조의 호수 금호강 안심습지
눈 속의 백조의 호수 금호강 안심습지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큰고니들이 이른 아침 떼창을 벌이고 있다.
큰고니들이 이른 아침 떼창을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천연기념물 큰고니 무리가 화려한 날개짓을 뽑내고 있다.
천연기념물 큰고니 무리가 화려한 날개짓을 뽑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목청을 맘껏 뽑는 녀석도 있고, 화려한 날개짓을 하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 금호강에서 안심습지 쪽으로 날아, 마치 비행기 같이 내려앉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날 아침은 200여 마리의 큰고니 무리가 내지르는 합창의 하모니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장관이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큰고니 무리는 이곳 안심습지에서만 목격되는 것은 아니다. 개체수는 많지는 않지만, 금호강을 따라서 고르게 분포한다. 특히 보가 없는 구간에 녀석들이 내려앉아 바닥의 수초 뿌리를 캐먹으면서 겨울을 나게 된다.
 
 팔달교와 금호대교 사이에서 수초뿌리를 캐먹고 있는 고니들.
팔달교와 금호대교 사이에서 수초뿌리를 캐먹고 있는 고니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안심습지와 주변 금호강에 대부분의 개체가 도래하고 보가 없는 북구 무태교와 금호대교 사이 구간에 20개체 정도가 매년 도래한다. 그 시간이 벌써 한 10년은 된 것 같다. 그것은 정확히 4대강 공사가 완공된 시점과 일치한다.

즉 보로 인해 낙동강의 물길이 깊어지자 더 이상 낙동강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고니들이 금호강으로 눈을 돌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침에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서 차를 몰고 북대구IC로 들어가는 길목인 서변대교를 지날 때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녀석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그게 특히 아름답다.

안심습지는 대구 도심과 많이 떨어진 동구의 외곽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녀석들을 만날 길이 없지만 무태교에서 금호대교 사이 구간의 큰고니들은 차를 몰고 북대구IC로 들어갈 때나 신천대로를 타고 대구 성서 쪽으로 진행하다 보면 만날 수가 있다.
 
 금호대교 상류서 만나게 되는 고니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금호대교 상류서 만나게 되는 고니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덩치가 큰 백색의 녀석들은 멀리서도 눈에 띄고, 녀석들의 존재를 목격하게 되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겠구나 하게 된다. 그래서 겨울 금호강을 지날 때마다 녀석들을 찾게 된다. 녀석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기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금호강 큰고니들의 위기


그런데 이들이 위기를 맞게 됐다. 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금호강의 유명한 하중도인 금호꽃섬 바로 아래 거대한 수중보 건설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4~5미터 정도의 보를 세워 물길을 가두고 4대강사업식 개발 사업을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즉 배를 띄워 뱃놀이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곳에 보가 들어서게 되면, 낮은 물길에서 수초 등으로 연명을 하는 큰고니들은 보로 인해 물길이 깊어지면서 더 이상 먹이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곳을 찾지 않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녀석들을 만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큰고니 무리들이 겨울 서식처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자연과의 공존의 논리를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환경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있는 21세기에 20세기 방식의 보 건설로 강의 흐름을 막아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 강을 인간이 독점하게 만들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낙동강 독성 녹조라떼를 보고도 깨우치는 바가 없단 말인가.
 
 큰고니들이 안심습지에 내려앉고 있다.
큰고니들이 안심습지에 내려앉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눈 속을 큰고니들이 안심습지 상공을 날고 있다.
눈 속을 큰고니들이 안심습지 상공을 날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우리는 자연과의 공존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시대를 맞아 우리가 가야 할 바른 길이다. 개발이 아닌 보존의 길로, 탐욕이 아닌 공존의 길로 가는 것이 시대 정신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홍준표 시장의 공약 사항인 금호강 르네상스는 지금이라도 전면 철회되거나 전면 수정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대구의 미래를 위해서서 더 바람직한 일이고, 매년 금호강을 찾는 겨울진객인 큰고니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디 금호강을 찾는 겨울진객 큰고니의 우아한 자태를 꼭 감상해볼 것을 희망한다. 그러면 보를 세우겠다는 결심은 자연스레 철회하게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강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금호강 #큰고니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홍준표 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952년 창업, 4대째 하고 있는 빵집이 있습니다 1952년 창업, 4대째 하고 있는 빵집이 있습니다
  2. 2 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정권, 국민이 그리 우습나 거짓으로 거짓을 덮는 정권, 국민이 그리 우습나
  3. 3 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북한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윤석열 정부가 감춘 것
  4. 4 대통령 관저에 실내골프장 설치했나, 시행업체 이메일 공개 대통령 관저에 실내골프장 설치했나, 시행업체 이메일 공개
  5. 5 [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