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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노조 '사업자단체'로 본 공정위…화물연대 조사도 영향 줄듯

건설노조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행위 vs 공정위 "사업자단체의 위법"

등록 2022.12.28 15:10수정 2022.12.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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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휘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지방사무소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경쟁사업자단체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레미콘 운송과 건설기계 운행 중단 등의 압력을 행사한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12.28 ⓒ 안홍기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이 모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현재 조사 중인 화물연대 파업 관련 건을 비롯해 향후 유사한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고라 해도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대가를 받는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로 볼 수 있고, 이들이 모여 다른 사업자에게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면 사업자단체의 위법으로 봐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을 중의 을'인 특고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행동으로 '갑 중의 갑'인 건설사에 맞선 것에 공정위가 제재를 내린 것은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정은 현재 조사 중인 화물연대 파업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 "특고 노동자 조합에 사업자단체 규정 적용 안 돼"

이번 사건의 요지는 부산 지역의 건설노조 지부가 건설사에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레미콘 운송 등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고 일부는 실제로 실행도 했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공사 지연을 우려해 비노조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는데, 공정위는 이 과정을 불공정행위로 봤다.

건설노조는 공정위의 조사·심의 과정에서 지부 조합원들은 특고 노동자이므로 사업자·사업자단체를 규율하는 법률인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조합원들이 건설기계를 빌려줄 때 직접 운전도 하기에 일반 대여업자가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 특고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고를 사업자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특고의 근로자성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정부 정책 기조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었다.

대법원이 2018년 특고인 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점, 상부 조직인 건설노조가 적법한 노조로 오랜 기간 활동한 점을 들어 건설노조 지회를 사업자단체로 봐선 안 된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공정위 "특고라고 사업자 아닌 것 아냐…정당한 노조 행위 아니다"

반면 공정위는 건설노조 지부 구성원들이 자기의 계산 아래 자기의 이름으로 기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으므로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부 구성원들이 특고는 맞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특고라고 해서 사업자의 지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건설노조 지부가 건설기계 대여사업자의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라는 점에서 노조가 아닌 전국건설기계 개별연명사업자 협의회(건사협)와 성격이 다르지 않은 사업자단체라고 봤다.

공정거래법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어 지부의 행위가 노조법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위라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

건설노조 측은 심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을 차별하지 말고 채용해달라고 요구한 것일 뿐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현장에서 배제해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경쟁 사업자단체 소속 사업자의 현장 배제를 건설사에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한 행위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고 노조에 과징금 부과 첫 사례…향후 유사 사례 참고 기준

공정위가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를 거쳐 특고 노조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심사관 전결을 통해 경고 조치를 내린 적만 있다.

특고 노조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명확한 선례가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 유사한 행위에 대한 제재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로 다른 노조가 일감을 달라며 건설사를 압박하는 일은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최근에는 건설기계 공급 과잉, 일감 부족 등으로 분쟁이 더 격화했다.

공정위는 건설노조 지부의 또 다른 위법행위에 대한 신고를 여럿 받아 조사 중이거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 관련 조사에도 이번 제재 결정과 논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 운송 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도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인데, 공정위가 이번 건설노조 지부 사건과 유사한 논리를 편다면 제재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합 #특고 #사업자단체 #공정위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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