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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 "휴대폰 교체, 제가 참 영악하지 못해서"

우상호 "영악? 무슨 뜻인가"... 박, 증거인멸 시도 아닌 기기 오작동 때문이라 해명

등록 2023.01.06 13:01수정 2023.01.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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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기계 오작동으로 (휴대전화) 교체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참 제가 영악하지 못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 앞서 본인의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기기 오작동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증거 인멸이나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다만 해명 과정에서 "영악하지 못해서"라는 표현으로 인해 우상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조수진 "박희영, 지자체 책임 없다더니... 뭐가 무서워서 휴대전화 교체?"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6일 오전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질의에 나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우선 박희영 구청장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없다'라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책임이 없다라기보다는…"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지만 좀 내용은 틀리다(다르다)"라고 주장했다. "네, 아니오로 답하라"라고 꼬집은 조 의원은 "바로 이런 게 문제가 되는 거다. 아니, 용산구에서 일어난 축제였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없다? 이거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 책임 면피한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이 "이런 게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나는 부분이다. 구속 피하기 위해서 이런 말 하지 않았느냐?"라고 추궁했고, 박 구청장은 "그건 아니다"라면서 "책임은 있겠지만 법령에 의한 안전관리기본계획을 세울 의무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그렇다면 책임이 없는 사람이 무엇이 무서워서 수사 전에 휴대전화를 빠르게 교체하고 기존 휴대전화 기록을 지웠느냐?"라고 물었다. 박 구청장은 "휴대전화 기록을 지운 적 없다. 모든 비밀번호를 제공해서 포렌식도 다 끝났다"라고 답했다.


조 의원이 "증인, 휴대전화 왜 빠르게 교체했느냐?"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빠르게 교체한 게 아니라 계속 기계 오작동으로 교체를 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곧이어 "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영악하지 못하고..."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이 휴대전화 교체 시점을 지적했으나, 박 구청장은 "절대로 증거인멸을 위해서 바꾼 건 아니다. 그거는 말씀드릴 수 있다, 진실로"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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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박희영 "증거 인멸이나 수시 회피 위해서라면 교체 안 했을 것"
 

조수진 의원의 질의 시간이 끝나자 우상호 위원장은 "수고하셨다. 그런데 영악하지 못했다는 게 무슨 취지인가?"라며 "다시 한 번 설명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제가 영악하지 못해서 휴대폰을 바꿨다' 이게 무슨 뜻인가?"라고 물었다.

박 구청장은 "제가 만약에 의원이 걱정하시는 그런 증거 인멸이라든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면, 그렇게 제가 영악스럽게 생각했다면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저는 그 기계의 오작동이 계속되기 때문에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증거 인멸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오히려 기기를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앞서 박 구청장은 참사 일주일 뒤인 지난해 11월 5일, 본래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대신 아이폰 기종으로 새 휴대전화를 구매해 교체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와 달리, 아이폰은 별도의 '백도어(사용자의 정상적인 방법 외에 타인이나 수사기관이 보안 장치를 해제하는 방법)'를 공개하지 않아 잠금을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해제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특수본은 박 구청장의 휴대전화 교체를 증거 인멸 시도로 간주했다.

당시 용산구청 측은 새로 구입한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이전에 사용했던 개인전화와 업무용 전화도 모두 경찰에 제출했으며, 압수수색 당시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리지 않은 건 디지털 포렌식 때 알려줘도 된다는 변호인의 조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희영 #이태원압사참사 #조수진 #우상호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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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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