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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놀라운 생명체'가 목격됐다

[현장] 천연기념물 호사비오리와 원앙이 떼로 찾은 낙동강 지천 회천... 합천보 개방 연장해야

등록 2023.01.11 17:53수정 2023.01.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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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원앙이 떼로 모여 있는 회천의 작은 모래섬. 암수 40마리 이상의 원앙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천연기념물 원앙은 가족 단위로 주로 움직인다. 암수가 꼭 함께 다니기에 원앙은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주로 일컬어진다. 그 원앙이 떼로 모여 있는 특이한 곳을 지난 7일 발견했다. 낙동강의 지천 회천에서 만난 귀한 현장이다.

낙동강 합수부로부터 12km 상류 회천에 들어선 수중보 바로 아래 콘크리트 물받이공 아래에 쌓여 있는 작은 모래섬이 이들 원앙떼가 거처로 삼고 있는 곳이다. 뒤에는 옹벽이 앞은 강물로 둘러싸여 삵 같은 천적이 다가오는 걸 미리 알 수 있는 지점이 원앙의 집단 거주지가 된 것.

원앙떼와 맹금류 그리고 희귀조류 호사비오리

20마리가 넘는 수컷 원앙과 같은 수만큼의 암컷 원앙이 옹기종기 모여 추운 겨울날 해를 쪼이고 있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이들의 집단 거주지 주변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무리도 자리잡고 있었다. 무리를 이탈한 가창오리도 몇 마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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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상류는 강물이 얼어버려서 새들이 전혀 찾지 않는다. 반면 보 아래는 강물이 흘러 얼지 않아 여울을 중심으로 원앙을 비롯한 겨울철새들이 찾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겨울철새와 텃새가 공존하고 있는 이곳은 새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보가 있는 상류는 강이 깊고, 물이 고여 있는 통에 강이 얼어버렸고 그 아래는 보를 통과한 강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려와 강물이 여울목을 통해 흘러간다. 덕분에 겨울에도 얼지 않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겨울철새들은 이런 곳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서 회천엔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온다.

회천을 따라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까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새들을 만나게 된다. 수중보가 있는 이곳에서부터 약 12km 아래로 강을 따라가면서 낙동강 합수부까지 이어진다. 이곳에서 만난 맹금류만 하더라도 말똥가리와 흰색 깃털이 아름다운 털발말똥가리 그리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잿빛개구리매와 역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 1급종인 흰꼬리수리 그리고 천연기념물 독수리까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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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깃털이 아름다운 털발말똥가리가 우아한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래강에 이렇게 많은 생명이 살고 있어요 ⓒ 정수근

   
이렇게 다양한 맹금류를 한꺼번에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맹금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곳에 이들의 먹이가 되는 작은 새들과 들쥐 같은 개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생물 다양성의 지표가 된다.

맹금류 외에도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와 머리 깃이 아름다운 댕기물떼새 그리고 삑삑도요와 깝짝도요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텃새인 왜가리와 백로는 부지기수로 만나는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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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천을 찾은 희귀조류 멸종위기 1급종인 호사비오리 기족. 이 귀한 새가 합천보 개방을 기념해 낙동강을 찾았다. ⓒ 왜가리 할아버지 이인식

   
압권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인 호사비오리 가족이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이 희귀조류는 겨울철새 비오리들 중에서도 머리에 깃이 있는 독특한 것으로 전세계적으로도 개체수가 많지 않아 멸종위기에 이른 종이다.

이 예민한 녀석들은 부시럭 소리만 들려도 이내 날아가버려 탐조하기도 쉽지 않다. 이 희귀하고 화려한 친구들을 회천에서 만난 건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만큼 회천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방증이다.


10종의 법정보호종이 찾는 회천의 생물 다양성

주로 일대 주민들로 이뤄진 회천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임 '회천사람들'이 이번 겨울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법정보호종 10종과 일반종 21종의 조류가 회천에서 목격됐다.

10종의 법정보호종은 원앙(천연기념물 제 327호),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 448호, 멸종위기 1급),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멸종위기 2급),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4호, 멸종위기 1급), 참수리(천연기념물 제243-3호, 멸종위기 1급), 새호리기(멸종위기 2급),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제323호, 멸종위기 2급),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9호)다. 

21종의 일반 조류들도 목격됐다. 가창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백할미새, 댕기물떼새, 논병아리, 삑삑도요, 까치, 까마귀, 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백로, 왜가리, 물닭, 박새, 오목눈이, 밀화부리, 직박구리, 참새, 맷비둘기 이렇게 21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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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잿빛개구리매의 멋진 비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렇게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 회천은 모래톱이 아름다운 하천으로 합천창녕보(아래 합천보) 개방으로 모래톱이 다시 돌아왔다. 그 모래톱 위를 맹금류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이 찾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뤄진 합천보 수문개방의 순기능이 낙동강의 지천 회천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이렇듯 합천보의 개방은 수심 6m 이상 됐던 강의 수위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그 결과 그동안 잠겨 있었던 모래톱이 다시 드러나게 되는 중요한 물리적 변화가 강에 동반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낙동강와 연결된 지천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는 반가운 물리적 변화다.

철새들의 쉼터 모래톱 위해서라도 합천보 개방 연장돼야

모래는 수질을 정화시키는 천연필터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모래톱은 생명을 부른다. 특히 겨울철새들은 모래톱을 기반으로 먹이활동과 휴식의 취한다. 모래톱은 이들의 중요한 서식처인 것이다. 이들의 서식처로서의 모래톱의 존재가 합천보 개방으로 복원된 것이다.

이곳에 '독수리식당'이 차려진 배경이기도 하다. 날개폭이 2미터가 넘어가는 이 대형 조류가 내려앉은 곳은 모래톱 말고는 마땅치 않다. 넓은 모래톱이 있기에 이 덩치 큰 대형조류가 내려앉아서 쉴 수도 있고 이곳에서 먹이활동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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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천의 넓은 모래톱 위에 차려진 '독수리식당'. 이날 70여 마리의 독수리가 이곳을 찾아 주린 배를 채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우곡중학교 앞에 차려진 이 '독수리식당'은 회천의 명소로 기능을 한다. 벌써 입소문을 타고 매주 토요일 오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탐조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은백의 모래톱 위를 검은 독수리가 내려앉아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 대형 조류를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기 쉽지 않기에 '식당'이 성업하는 이유다.

합천보가 독수리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이 돌아가는 3월 초순까지 보가 개방되길 원한다. 즉 3월 초까진 모래톱이 드러나 그곳에서 겨울철새들이 편안히 쉬어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재 합천보 수문은 1월 17일부터 31일까지 서서히 닫히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강은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인간의 필요로만 강을 통제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보라는 구조물을 다시 한번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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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독수리의 화려한 비행. 이 독수리들이 있는 3월 초까지만이라도 합천보 수문 개방은 연장돼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과 그 지천들을 다니면서 강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있다. 낙동강이 하루빨리 재자연화 되어서 뭇 생명들과 더불어 공존하는 낙동강으로 되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합천보 수문개방 #낙동강 #회천 #호사비오리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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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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