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종일 내린 비로 상당량 가뭄이 해갈된 마늘밭. 땅은 축축하고 고랑에 아직도 물이 흥건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정말 지금 물이 더 필요한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7일 달성군 현풍읍 마늘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농민을 찾았습니다. 농사일이 없는 겨울이라 들판에서 농민을 만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두 분을 운좋게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금치밭에서 시금치를 캐고 있는 강대선(72) 농민은 지금 밭에 물이 더 필요하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땅이 이렇게 질어졌는데 물이 뭐가 필요하냐?"고 반문했습니다. 그 또한 마늘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번 비로 해갈이 돼 3월까지는 물을 댈 이유가 없다. 그리고 양수장도 모내기철인 5월이 돼야 가동하지 지금은 가동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해습니다.
달성군 현풍읍 오산1리에서 마침 이 마을에 볼 일이 있어 찾은 농민 한 분을 더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풍읍 지동에 산다는 이재성(60) 농민은 인근 현풍들에서 "1천평 정도 마늘과 벼농사 등을 짓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에게도 바로 지금 밭에 물이 필요한지 물었더니 "사실 그동안 가물어서 물이 좀 필요했던 것은 맞다. 그렇지만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상당히 해갈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마늘밭에 물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2년 하반기 낙동강 하류 수계 보 운영 및 모니터링 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보 개방 관련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1월 17일 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근 농경지 물 이용에 제약이 없을 경우 2월 2일부터 수문을 닫기로 하는 것입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주말 내린 비로 해갈이 되면서 당장은 물이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실이라면 합천보 수문을 당장 닫을 이유가 없습니다. 환경부의 '플랜2'인 2월 2일부터 수문을 닫는 계획을 가동해도 충분해 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3월초까지 수문개방을 연장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도 수용가능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위 두 달성군 농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참조하면 말입니다.
환경부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 낙동강 지천 회천을 찾은 멸종위기종 1급 야생생물인 호사비오리.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달라진 회천의 변화에 귀한 새 호사비오리까지 찾아왔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따라서 대구지방환경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역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상부 기관인 환경부에 전달해야 합니다. 현장조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역의 여러 농민들을 만나서 의견도 청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환경부의 주된 소관 업무는 이 나라 국토의 생태환경과 야생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입니다. 지금 낙동강을 찾아온 겨울철새들과 야생의 생물들은 되돌아온 낙동강 모래톱에서 그야말로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낙동강을 찾은 이들 야생의 친구들의 평화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환경부 본연의 역할입니다.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 나아가 양수장 취수구를 더 아래로 내리는 취양수장 구조개선 공사를 빨리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합천보 수문이 열리더라도 언제든 양수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이 공사 또한 서둘러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러면 덤으로 녹조 문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 현풍양수장의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나 있다. 이렇게 되면 물을 빨아들일 수가 없다. 저 파이프를 더 깊이 내리는 공사를 해줘야 한다. 그리 되면 사시사철 보 개방을 할 수가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겨울 철새들의 모습과 농민들의 증언을 통해 희망을 얻은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슬픈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환경부의 지시로 18일 오전 9시를 기해 합천보 수문을 다시 닫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활짝 열려 있었던 3개의 수문 중 2개를 닫고 하나만 열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는 긴급성명을 통해 "환경부의 이번 판단은 너무 졸속적"이라고 규탄한 뒤 이번 결정이 "대구지방환경청의 전화를 통한 일부 농민들의 일방적 주장을 여론인양 수렴해서 내린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제대로 판단을 내리려면 "현장 답사도 해보고, 여러 농민들을 만나서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이곳 달성군 외에 마늘농사를 많이 짓는 의성 같은 지역의 마늘농가의 증언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촉구했습니다.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수문개방을 연장해야 한다. 수문을 닫아버리면 낙동강의 평화는 끝이다. 모래톱은 수장될 것이고 강은 6m 이상의 깊이로 깊어질 것이다. 그리 되면 어떠한 생명도 강에 접근할 수 없다. 이 겨울 한 철만이라도 더불어 사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키를 환경부가 쥐고 있다. 다시 한번 환경부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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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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