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바라본 오키나와. 아름다운 바다 빛깔이 인상적이었다.
차노휘
오키나와를 처음 소개하면서 전쟁으로 먼저 서문을 연 것은 내가 오키나와를 처음 접한 것이 오래전 자살령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자살령을 피하기 위해서 어느 마을에서는 중학교 교사 한 명에게 학생들을 딸려 보내서 미리 본토로 피신시킨다. 시간이 흘러 본토 사람이 된 그때의 선생이 다시 오키나와를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사 중간 중간 바람이 불 때마다 금단의 언덕에서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어느 한 맺힌 사람의 곡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린다. 결국은 오묘한 각도로 세워진 잘 마른 해골 속으로 통과한 바람이 내는 소리였다. 그때는 그 부분을 무심하게 읽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소리는 일상 속에서 바람이 뒤챌 때마다 해골에 걸러진 누군가의 곡소리가 되어 내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비참한 전쟁의 참화를 한 꺼풀도 아니고 두 꺼풀 세 꺼풀 정화되고 객관화된 글쓰기인 오키나와 문학선집에서 먼저 만났다. 하지만 그 이미지와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생생해져서 오키나와를 직접 가봐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했다. 막연한 머릿속 이미지와 직접 그 땅을 밟으면서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과의 괴리감을 찾아보는 작업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