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에서 바라본 오키나와. 아름다운 바다 빛깔이 인상적이었다.
차노휘
오키나와를 처음 소개하면서 전쟁으로 먼저 서문을 연 것은 내가 오키나와를 처음 접한 것이 오래전 자살령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자살령을 피하기 위해서 어느 마을에서는 중학교 교사 한 명에게 학생들을 딸려 보내서 미리 본토로 피신시킨다. 시간이 흘러 본토 사람이 된 그때의 선생이 다시 오키나와를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사 중간 중간 바람이 불 때마다 금단의 언덕에서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어느 한 맺힌 사람의 곡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린다. 결국은 오묘한 각도로 세워진 잘 마른 해골 속으로 통과한 바람이 내는 소리였다. 그때는 그 부분을 무심하게 읽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소리는 일상 속에서 바람이 뒤챌 때마다 해골에 걸러진 누군가의 곡소리가 되어 내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비참한 전쟁의 참화를 한 꺼풀도 아니고 두 꺼풀 세 꺼풀 정화되고 객관화된 글쓰기인 오키나와 문학선집에서 먼저 만났다. 하지만 그 이미지와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생생해져서 오키나와를 직접 가봐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했다. 막연한 머릿속 이미지와 직접 그 땅을 밟으면서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과의 괴리감을 찾아보는 작업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 공항에서 타고 왔던 모노레일
차노휘
그렇게 해서 2022년 12월 29일 인천공항에서 인천에서 10시 10분 비행기를 타고 2시 30분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는 나하시에 있는 국제시장 근처로 정했다. 공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숙소가 있는 번화가 전차 정거장에 도착했다. 블록바닥을 캐리어를 끌고 10분 정도 가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하에서 3일을 머무르고 1월 1일에 나고시로 향할 계획이었다.
오키나와의 바다를 봤더니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나고시는 평화롭고 한적했다. 듬성듬성 가로수로 심어진 야자수 나무가 큰 키를 자랑했다. 도로 위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다. 70여 년 전, 전쟁에서 원주민 3분의 1이 희생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차 정거장에서 5분 정도 걸어가자 상가 거리가 나왔다. 옷 매장과 식당 등이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즐비했지만 화려함이나 북적함과는 달리 어떤 적막함 같은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팬데믹 여파로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나는 늦은 점심 식사를 이자카야에서 시원한 생맥주와 안주로 요기하고는 해가 지기 전에 바다를 봐야한다는 명분으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나미노우에 해수욕장 가서야 그 적막함이 내게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

▲ 나하 시 뒷골목 밤 풍경
차노휘
나미노우의 투명한 바닷물이 깨끗한 백사장을 적시는 것을 보고 있을 때 마침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그때 나는 오키나와가 버림받은 사람이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위로의 공간이기 보다는 버림받았다는 그 느낌을 지독하게 사색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최적화된 장소 같은 곳 같아서였다.

▲ 나하 시 국제거리 밤 풍경
차노휘
무거운 머리를 이고 숙소로 되돌아오는 발걸음은 의외로 가벼웠다. 해가 기울자 거리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초로한 낮과 달리 낡은 건물이 화려한 네온사인 속으로 숨었다.
잠결에는 사이렌 소리를 두 번 들었다. 사고가 난 것인지, 아니면 전쟁이 난 것인지, 비몽사몽 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았고 다시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 와 있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 나하 시 낮 풍경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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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문학박사.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투마이 투마이》, 장편소설 《죽음의 섬》과 《스노글로브, 당신이 사는 세상》, 여행에세이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등이 있다. 현재에는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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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자살령' 다룬 소설, 내가 오키나와에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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