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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톱 위 큰 발자국, 누군지 알면 놀랍니다

[현장] 각종 새들과 야생동물들이 남긴 발자국... 보의 수문, 하루라도 빨리 열려야

등록 2023.02.03 10:04수정 2023.02.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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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의 모래톱 위에 점점이 박힌 발자국, 누구의 발자국이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일 낙동강 모래톱을 찾았습니다.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수문개방과 더불어 돌아온 은백의 모래톱이 다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 번 밟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은백의 모래톱이 자꾸 보고 싶은 건, 아마도 곧 사라질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합천보 수문이 다시 닫히고 낙동강에 물이 차오르면 그 모래톱도 서서히 물에 잠겨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사각사각거리는 소리를 다시 들어보고 싶어서입니다.

낙동강 모래톱 위의 흔적들

그런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친구들이 또 있었나 봅니다. 그 흔적을 모래톱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발자국입니다. 제가 모래톱에 발자국을 남겼듯, 다양한 야생의 친구들이 발자국을 남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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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톱에 다양한 새들이 찾아와 아름다운 문양을 남겼다. 발자국 작품이다. ⓒ 대굴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주로 새들의 발자국이 많았고, 간혹 야생동물의 발자국도 눈에 띕니다. 그렇게 모래톱에 찍힌 발자국은 하나의 무늬가 돼 언뜻 작품으로까지 보였습니다.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모래톱의 존재가 이런 재미도 선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처음 보는 발자국을 만났습니다. 제 발과 사이즈가 비슷한 이 초대형 발자국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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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보다 사이즈가 큰 이 초대형 발자국은 누구의 것이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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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에 선명하게 박힌 독수리의 발자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래톱에는 다양한 새들이 찾아옵니다. 이날도 청둥오리부터 왜가리와 백로에서부터 민물가마우지와 흰꼬리수리 그리고 큰말똥가리와 큰기러기 무리까지 만났습니다. 이들이 남긴 발자국도 확인해봤지만 이 초대형 발자국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발자국 크기로 추정해 보면 대형 조류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형 조류라면 독수리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초대형 조류인 독수리가 낙동강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모래톱에 내려앉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처럼 모래톱은 다양한 조류들을 불러모읍니다. 또한 수달과 삵과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부르는 '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물' 때문입니다. 강에는 마실 물이 있기 때문에 수시로 물을 먹어야 하는 생명의 특성상 강을 찾을 수밖에 없고 강을 찾아와서 모래톱에 그들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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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모래톱에 남긴 발자국과 흔적들. 수달의 영역 표시 흔적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달 같은 녀석은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넘어 모래톱을 두 발로 비비고 쌓은 흔적을 남겨놓습니다. 일종의 영역 표시로 그 위에 자신의 배설물을 남기는 것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모래톱 위를 걷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생명들의 흔적을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를 위하여

그런데 이 모래톱이 모두 사라지게 생겼습니다. 합천보가 수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2월부터 수위 상승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했으니, 아마 조만간 합천보에 물이 가득 채워질 겁니다. 그러면 강 수위가 6m 이상 올라가니 그동안 드러나 있었던 모래톱은 모두 수장됩니다.

점점이 박혀 있던 발자국도 모두 사라지는 것입니다. 야생친구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아니, 그들이 더 이상 낙동강을 찾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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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의 모래톱 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왜가리 발자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깊어진 물에서는 사냥을 할 수 없는 왜가리나 백로 같은 새들은 강에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이번 겨울 낙동강 모래톱에서 만난 멸종위기 황새도 마찬가지로 낙동강을 찾을 수 없게 생겼습니다.

고라니나 삵과 같은 야생동물들도 모래톱이 사라진 깊어진 강에서는 행동반경이 반토막 납니다. 너무 깊어서 강을 건널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가 없을 때는 강 이쪽저쪽을 맘껏 드나들었던 이들은 이제 강 건너로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낙동강에서 녹조를 없애 건강하고 안전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라도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하지만 이들 야생의 친구들을 위해서도 낙동강 보의 수문은 반드시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더불어 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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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톱을 찾은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무리들. 녀석들도 저 모래톱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겨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 모래톱의 발자국을 보면서 이 모래톱을 찾은 다양한 친구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다짐해봅니다.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이 완전히 개방될 수 있도록 양심의 세력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모래강 낙동강이 미래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그려봅니다. 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고 그 모래톱에선 다양한 야생의 생명들이 해바라기하고 있는 모습 말입니다. 그 옆에서 우리도 등을 대고 누워 모래 찜찔하는 그 오래되고 이상적인 풍경을 그려봅니다.

그를 위해서라도 낙동강 보의 수문이 하루빨리 열려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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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발자국을 남겼다. 이들 야생의 친구들과 한 시공간을 함께했다. 그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모래톱 #발자국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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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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