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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청화백자 화병에 그려진 문양은 봉황일까 닭일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는 '열린 수장고'가 있습니다

등록 2023.02.17 11:20수정 2023.02.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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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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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백자 화병 2점을 그렸다. 봉황문양이 멋지다. ⓒ 오창환


파주시에 새 어반스케치 챕터가 생겼다. 파주시는 고양시와 이웃하고 있고 같은 생활권으로 교류도 많고 공유하는 것도 많다. 이제 파주에도 챕터가 만들어졌으니 그릴 곳도 더 많아지고 재미있는 일도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파주 챕터의 2월 모임의 장소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다.

새로 생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풍경들


국립민속박물관 본관은 경복궁 경내의 탑처럼 생긴 건물에 있다. 그런데 건물이 협소하고 2030년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를 파주에 따로 만들어서 2021년에 개관했다. 파주 수장고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대부분인 약 100만 점 이상의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보관하고 있고, 요즘 트렌드인 보이는 수장고로 만들어서 시민들이 이용하는 박물관으로도 사용하게 설계되어 있다.

파주 수장고는 파주 헤이리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넓은 부지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는데 좋은 기관이 들어서게 돼서 다행이다. 사실 파주는 '그 동네 가서 소리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요와 농요가 유명한 곳이다. 헤이리 마을 이름은 파주에서 전해 내려오는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말이다. 그러니까 헤이리 마을이라는 이름에 민속박물관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파주 박물관은 자유로 성동 IC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고, 입장과 주차가 무료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파주 챕터 운영진이 반갑게 맞아준다. 박물관 로비에서 보이는 거대한 유리 타워 세 개가 바로 열린 수장고로 소장품 창고 겸 전시장이다. 파주 박물관은 현재 <수장고 산책: 유리정원>을 기획전시 중이다. 유물에서 보이는 꽃이나 풀 문양을 정원에 심어진 식물로 보는 기획이다.

도슨트를 통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유물들도 다시 보인다. 그런데 이 박물관은 도슨트뿐만 아니라 카운터에서 안내하시는 분, 질서유지 하시는 분 등 모든 직원분들이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 친절하고 안내에 적극적이다. 여기서 일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이 박물관은 직장이다. 새로 생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잘 가꾸어 나가려는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그런데 열린 수장고 옆에 보이는 수장고라 하여 실제 수장고 벽을 유리로 만들어 안을 보도록 개방해 놓았는데, 내가 간 날은 휴일이라 직원들이 없었지만 직원들이 출근하면 그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일하는 분들의 근로권을 너무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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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이 해주항아리다. 실제로 보면 상당히 큰데, 이렇게 큰 백자 항아리를 실생활에 썼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른쪽 사진은 자개문양이 멋진 소반. ⓒ 오창환


열린 수장고 유리 정원 전시 중에는 해주 항아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큰 백자 항아리를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그 큰 백자 항아리에 된장, 간장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하니 그거야 말로 선조들의 럭셔리 라이프다.


내가 그린 청화백자 화병과 떡살

그 밖에 흥미로운 유물이 많이 있었지만 나는 나란히 놓여있는 청화백자 화병을 그리기로 했다. 봉황 무늬도 멋지고 색도 예쁘다. 도자기에 그려진 문양은 그림을 전공으로 하는 화공이 그린 것이 아니고 도자기 만드는 도공들의 작품이다.

게다가 도자기 표면에는 종이처럼 섬세한 표현을 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도자기 문양은 단순하고 천진난만하게 그려지게 되는데,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단순하고 소박한 그림이 더 와닿는 듯하다.

내가 그리려는 화병에 있는 봉황도 단순하면서도 멋지다. 백자에 그려진 문양은 각을 딱딱 맞춰서 그리지 않고, 대강 그린 듯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역시 서툴게 보이는 그림이 좋다.

이런 곳에서는 복잡한 밑그림을 그릴 여건이 안되니까 항아리 선을 신중하되 단번에 그어야 한다. 도자기 외형을 그리면 내부에 있는 문양은 편하게 그릴 수 있다. 박물관 안에서는 수채화 채색이 안되니까 박물관 밖으로 나와서 울트라 마린으로 채색했다.

왼쪽 화병은 키가 크고 어깨가 있어 남성적으로 보이고, 오른쪽 화병은 키가 약간 작은 데다가 동글동글해서 여성적인 느낌이다. 나는 화병의 그림이 봉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닭이라고 하는 스케쳐가 있어 데스크에 가서 물어봤다.

"선생님, 이 그림 어떠세요?"
"청화 백자를 예쁘게 그리셨네요."
"저는 이게 봉황인 줄 알았는데 닭이라고 하는 분이 있는데 어떤 게 맞아요?"
"당시 이런 도자기는 굉장히 귀한 것이었는데 닭일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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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떡살 2개를 그리고 색연필로 칠했다. ⓒ 오창환


정면에 있는 타워형 오픈 수장고에는 도자기나 돌 등 햇빛에 강한 유물들이 있고 소반, 떡살, 반닫이 등 목재 소장품은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 따로 전시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떡살이 멋있었는데 예로부터 떡살은 한 집안을 대표하는 물건으로 다른 집에는 빌려주지도 않으며, 동네 사람들은 떡살만 보아도 누구네 떡인지 알았다고 한다. 일종의 가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문양이 예쁜 떡살 두 개를 그렸다. 떡살도 떡살이지만 떡살에 붙어있는 매듭을 한땀한땀 그리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그리고 색연필로 간단하게 채색했다.

그림을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으러 다 모였다. 첫 모임인데도 많은 스케쳐가 오셨고, 특히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여기서 만나 볼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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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파주 전경 ⓒ 오창환

#국립민속박물관파주 #어반스케쳐스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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