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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금'을 만들어낸 여성들의 힘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8회 한국여성대회②] 여성의 날 기념 여성주의 영화 추천선

등록 2023.02.28 08:49수정 2023.02.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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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여성의 날에는 꼭 한 가지 실천하려는 게 있다. 바로 여성주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보려는 것이다. 평소에도 여성주의 콘텐츠 위주로 즐기긴 하지만, 날짜를 의식하고 챙기는 건 여성의 날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여성주의 작품으로 무엇을 보면 좋을까. 작품을 고를 때 흔히들 말하는 벡델 테스트부터 여성 주인공이나 주체적인 여성이 나오는 작품, 여성 운동과 여성 인권을 말하는 작품 등등… 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있을 테다. 나 역시 평소라면 한국여성민우회의 '쏟콘빛(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여성주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회원 활동으로 콘텐츠 추천 페이지가 존재한다)'을 보라 했겠으나, 오늘은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올해 38회를 맞이한 한국여성대회의 역대 수상자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혹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그동안 수여한 상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까?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상, 성평등 걸림돌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이름만 봐도 무슨 상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 상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의 성평등에 기여하거나 걸리적거린, 그리고 우리사회의 성평등을 한 발 나아가도록 한 여성운동과 개인·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020년에는 개인적으로 무척 사랑하는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님이 성평등 디딤돌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1997년에도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한 감독님이 있다. 다름 아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장을 누비며 여성인권 회복을 몸으로 보여준" 변영주 감독님으로, 수상 시기에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를 제작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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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_01) * 영화 낮은목소리 3부작 (왼쪽부터 순서대로 1,2,3편) 출처 : 제작사(기록영화제작소 보임) ⓒ 기록영화제작소 보임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낮은 목소리> 3부작은 나눔의집 할머니들의 생애와 목소리를 기록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가시화했다. 하지만 상영 당시 "뭐 이런 부끄럽고 창피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냐"는 반응도 있었단다. 그때 그렇게 반응했던 사람이 제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부디 지금은 과거의 자신을 부끄러워하길 바랄 뿐이다.

세간의 시선이 어떠하든 〈낮은 목소리〉 이후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은 여럿 나왔는데 그 중 평화여성인권운동가이신 고(故) 김복동님의 삶을 그린 영화 <김복동>이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992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후 "전시 성폭력 문제를 국제적 인권 인슈로 이끌어온" 김복동님은 2019년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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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_02) * 영화 김복동 포스터 출처 : 제작사(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2007년에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비정규직화에 당당히 맞선 투쟁으로 우리시대의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KTX 열차 승무지부가 받았다. KTX 열차 승무지부의 모습은 영화 <꽃다운>에서도 등장한다.

2008년 KTX 열차 승무지부와 1978년 김경숙 열사, YH노조를 교차하며 보여주는 이 작품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저마다의 자리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보여준다.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2011년경 복지영화제에서 <꽃다운>을 관람하고서야 여성 노동 문제를 고민하게 됐는데, 그래선지 올해의 여성운동상에서 'KTX 열차 승무지부'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이 영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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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_03) *왼쪽부터 영화 꽃다운, 푸르른 날에, 미싱타는 여자들 포스터 출처 : 제작자 (한국여성노동자회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배급사(필름다빈), 제작사(주 플라잉타이거픽쳐스) ⓒ 한국여성노동자회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민주화운


이와 더불어, 영화 <푸르른 날에>와 <미싱 타는 여자들> 또한 1970년대 주체적으로 움직였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므로 함께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YH노조와 KTX 열차 승무지부를 보며 알 수 있듯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성 노동은 우리사회의 주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반영하듯 2015년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삶을 알려낸" 영화 <카트>로 부지영 감독님과 심재명 대표님이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트>는 2007년의 부당해고 문제를 바탕으로 제작 돼 2014년에 개봉했으나 여전히 공감 가는 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한국은 말할 것 없이 내가 다닌 회사만 반추해봐도, 애초에 여성 직원이 전체의 10%가 안 되는 남초 직군의 기업이었으나 그 적은 인원 속에서조차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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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 포스터 출처: 제작사(주 명필름) ⓒ 명필름


이처럼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현실은 그 무엇도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작금의 사회가 더 후퇴하진 않았나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낮은 목소리> 제작 이후 <김복동>을 마주하는 시선이 달라지기까지, <꽃다운>과 <카트>로부터 2018년의 복직 및 정규직 전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연대는 현재를 이끌어냈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전달하고 있다. 여성의 날에 여성주의 작품을 보는 건 '여성의 날'이라서도 있겠지만, 이런 연결감이 더욱 분명하게 와닿기 때문이지 싶다. 

앞서 한국여성대회 역대 수상자 중심으로 말한다 했으나 '여성의 날에 볼 여성주의 작품'을 적으려니 극히 일부만 언급하게 됐다. 아쉬운 마음에 덧붙이자면 한국여성대회 성평등 디딤돌상과 걸림돌상,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매년 다양한 수상자를 호명하고 기록한다. 그러므로 위에서 짧게 서술하고 지나간 걸 포함해 더 자세한 내용이 보고 싶다면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블로그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올해도 한국여성대회는 3월 4일, 서울광장에 모여 2023년 성평등 디딤돌 상 등을 시상한다. 그렇다보니 다가오는 3월 8일에는 작년 성평등 디딤돌상을 받은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을 다시 볼지, 올해 한국여성대회의 수상자 발표 이후에 정할지 고민 중이다. 물론 이러다가 전혀 다른 걸 꺼내들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번 여성의 날에는 여성주의 작품을 함께 골라보는 게 어떨까? 혼자 보기 아쉬울 정도로 재밌게 본 작품이 있다면 한국여성민우회의 쏟콘빛 콘텐츠 모집 폼에 남기는 것 또한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새벽바람. 2021-2022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여성주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회원 활동 ‘쏟아지는 콘텐츠 속 한 줄기 빛’ 영업팀으로 활동했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여성대회 #여성의날 #쏟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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