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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여자문제""슬슬 반격"... 이예람 중사 사망 후 공보장교가 한 일

정아무개 중령 명예훼손·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재판... 특검, 증거조사 통해 입증 주력

등록 2023.02.28 20:24수정 2023.03.0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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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6월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의 고 이예람 중사 빈소에 군인식표와 공군 배지가 올려져 있다. ⓒ 이희훈

 
"남편의 여자 문제로 얘(고 이예람 중사)가 되게 힘들어했대. 이거 딱 스토리 나오지 않아요?" - 2021년 6월 3일 채널A 강OO 기자와의 통화
"내가 어떻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거 한 번 해볼라 그래. 이게 그렇게까지 커질 일이냐?" - 6월 3일 공군 김OO 중사(고 이예람 중사 동료)
"(공군참모)총장님 위한 카드로 준비한 건데..." - 6월 13일 공군본부 박OO 서기관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슬슬 반격 시작해야죠." - 6월 20일 한OO 공군본부 법무실 고등검찰부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및 보도 직후 정아무개 중령(당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공보계획담당 장교)이 기자, 이 중사 동료, 공군본부 관계자 등과 주고받은 통화·메시지 중 일부다. 심지어 정 중령은 자신의 조카에게 "미친 유족" "다음 주부터 반전" 등의 내용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이 중사 사건을 추가 수사·기소한 특검(안미영 특별검사)은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의 증거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특검은 이날 약 2시간 동안 통화 녹음파일·녹취록,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과거 군 검찰 수사 내용, 특검 수사 내용 등을 제시하며 정 중령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이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는 재판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해 법정을 떠나기도 했다.  

몇몇 기자에 '이 중사 부부 불화설' 뿌려

공보 업무를 담당했던 정 중령은 이 중사가 남편과의 불화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몇몇 기자에게 알리고(사자명예훼손·명예훼손),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직후 통화한 동료(김 중사)의 신상 및 녹음파일을 기자에게 전달한(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정 중령이 사건 대응책을 모색하던 중 이 중사 부부 불화설(실제론 1~2년 전 교제 중 다툼)을 계급 상 차이가 큰 김 중사(이 중사 동료) 압박해 파악한 점 ▲이를 공군 수뇌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메시지·녹음파일을 몇몇 기자에게 전달한 점을 지적하며 증거를 제시했다.


아래는 정 중령이 몇몇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와 통화 내용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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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4일 오후 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 연합뉴스

 
정 중령 : "사망한 이 중사 PC에.. 그런 내용(부부 불화)으로 친한 친구와 주고받은 SNS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이 중사랑 가장 친한 부사관 통해 확인."
A 기자 : "그럼 뭐지. 만약 그게 사실이면 엿 먹으라고 혼인신고하고 그런 건가. (이 중사는 혼인신고한 날 사망 - 기자 주)"
정 중령 : "그렇다고 봐야죠. 게다가 암말 않고 울다가 영상(이 중사가 사망 당시 남긴 영상 - 기자 주) 남긴 것은... 남편에게 남긴 메시지인 거고."

정 중령 : "만약 그 사망한 여군 남편 있잖아요. 걔한테 다른 여자가 있고... 그것 땜에 자살한 거라면?"
B 기자 : "(중략) 설사 실제라고 하더라도 공군이 그걸 흘리거나 그런 쪽으로 몰고 가지 않는 편이 정무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판단."
정 중령 : "ㅋㅋㅋㅋㅋ 난 정무적으로 판단하지 않음."

정 중령 : "오프(더 레코드). OO이(이 중사 동료 김 중사)라는 애가 나한테 신신당부하면서 되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 건데. 남편의 여자 문제로 얘가 되게 힘들어했었대."
C 기자 : "미쳤나 봐! (중략) 아니 내가 그랬잖아. 걔(이 중사 남편)는 뭐가 없을 수가 없어요. (중략) 둘 중 하나 잘라야 한다고 위에서 지시가 왔더만. 근데 (국방부) 장관을 자를 순 없잖아. 그럼 (공군참모)총장이 날아가는 거지."
정 중령 : "이게 보도가 나가면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이날 특검이 제시한 증거를 보면, 정 중령은 기자 4명과 이 같은 취지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이중 채널A 강OO 기자와 SBS 김OO 기자가 취재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정 중령은 이들에게 이 중사 녹음파일(성추행 직후 동료 김 중사와의 통화) 2개를 보냈고 두 기자는 이 중사 유족과 접촉하기도 했다.

특검, 전익수-기자 통화도 공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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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 유족 제공

 
특검은 ▲이 중사 부부 불화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 ▲정 중령이 기자들에게 전한 녹음파일이 전체 중 일부라 왜곡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검은 이 중사 부부 불화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이 중사 남편의 차량 블랙박스 ▲성추행 후 이 중사를 상담한 군 안팎 상담자들의 진술 및 상담일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심리감정서 등을 제시했다.

특검이 내놓은 블랙박스 녹취록(이 중사 사망 전날이자 혼인신고 직전)에 따르면, 이 중사 부부는 서로를 "남편" "아내"로 부르며 "더 사랑해줄 거야"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한 군 안팎 상담자들의 진술과 상담일지, 법심리감정서에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및 상급자들의 2차가해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고, 사망 직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편에 의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 중령 주장의 밑바탕이 된 김 중사(이 중사 동료)도 특검 조사를 통해 '2018년 혹은 2019년에 두 사람이 다퉜던 적이 있는데 이후엔 관계가 좋았다' '결혼 과정에서 다투거나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정 중령이 먼저 이 중사 남편의 사생활을 말하도록 유도했고 공식 조사로 여겨 과거 일을 이야기했다' '대대장이 정 중령에게 일부 녹음파일만 제공한다고 해서 동의했을 뿐 그것이 기자들에게 넘어가거나 내 이름이 노출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은 또 정 중령이 기자들에게 전한 녹음파일(성추행 피해 직후 김 중사와 통화)이 전체가 아닌 일부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일부 녹음파일엔 코로나19 중 회식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라 이 중사가 신고를 걱정하는 듯한 내용만 담겨 있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특히 특검은 이 같은 정 중령의 활동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당시 인터뷰와도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2022년 3월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자살 원인이) 100% 성추행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말했다.

특검은 전 실장과 SBS 김OO 기자(<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별개)의 2021년 6월 11일 통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익수 : "(이 중사 사망에) 다른 스트레스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게 궁금한 거지. 솔직히 이상하잖아. (중략) 뭔가 있어요. 이게. (중략) 나중에 필요하시면 아까 말씀드린 군사경찰 여자 수사관 연락처 알려드릴게. 통화하고 취재해보세요."
김 기자 : "오케이, 오케이. 알겠어요."
: "아니 저희(공군)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잖아요."
: "그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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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4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익수 법무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 중령 측 "기사 내용 바로잡기 위해"

정 중령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이 중사 사망을 처음 보도한) MBC 보도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었고 (정 중령 행위의) 주된 목적은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 중령의 행위에 공연성이 없고 그 내용들도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지난 재판에서 정 중령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은 전부 부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변호인은 "정 중령이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관련해 범죄가 성립되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이라며 "사실의 적시를 한 것이 아니고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해 명예훼손적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중령이 말했던 내용들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 중령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그 내용도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예람 #중사 #재판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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