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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당'들 때문에... 4월 14일 세종에 3천 명 모인다

[환경새뜸]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 집행위원장 인터뷰

등록 2023.03.03 13:28수정 2023.11.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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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소득분위별 온실가스 배출량 ⓒ 한재각 제공

 
불타는 지구.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속출하자 전 세계 곳곳에서 '불이야!'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대체 누가 불을 낸 것일까? 위에 있는 표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다. 부자 나라들과 부자들이라는 뜻이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치워야겠지요."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집행위원장(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해법은 단순명료했다. 지구를 파괴하면서 부를 축적해 온 오염자 부담 원칙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 메탄 등을 청소하는 일에 국한된 건 아니다. 지금도 무분별하게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주체들을 저지할 방법이자, 기후위기 극복의 출발선이다.

한 위원장은 10년 넘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이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2019년 '기후위기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는 "연구소를 나와 '데모꾼'으로 나섰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다. 최근 그는 4월 14일에 세종시에서 열릴 '414 기후정의 파업'을 기획하고 있다.

"예전에도 상인들이 일을 멈추고 '철시' 하면서 항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동맹휴업도 했죠. 이런 걸 사회적 파업이라고 하죠. 즉, 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정부와 기업에 항의하기 위해 일상을 멈추고 세종시로 집결하자는 겁니다."

지난 2월 21일 기후정의 파업 기획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시에 온 그를 만났다.

[기후정의] 기후위기는 불평등하고 부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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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한재각 위원장(우) ⓒ 김병기

 
한 위원장이 몇 번이고 강조했던 말은 기후 불평등과 기후 부정의이다. 가령 미국인 1인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21톤이다. 에티오피아는 0.14톤이다. 심지어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71%를 25개 공공 및 민간기업과 그 자회사가 차지했다. 산업혁명 초기인 1850년부터 1988년까지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후위기 조장자들에게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게 가능할까? 한 위원장은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도 '공동의 차별화된 원칙'을 제시했는데, 모두 함께 기후위기에 대처를 하되 많이 배출한 나라가 차별적으로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미국에는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이 있고 홈리스도 많다. 80억 명의 인류 중 상위 10% 부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50%를 배출한다. 저소득층 40억 명의 배출 온실가스 총량은 10%도 안 된다. 그런데 산사태, 가뭄, 홍수 등 기후위기의 피해는 누가 더 많이 볼까? 이게 얼마나 부정의한가? 불평등하다. 이런 상황을 말하지 않고 기후위기를 논하는 것은 위선이다."

현재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전체 총량의 30%를 중국이 배출한다. 미국은 2위로 15% 정도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할까?

한 위원장은 "이산화탄소만 해도 한번 배출되면 최대 500년 동안 대기 중에서 사라지지 않기에 그간 누적된 배출량을 재야 한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2015년까지 중국의 배출량은 12.7%로 미국 25%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따지면 현재 세계에서 상위 7~8위에 랭크된 우리나라도 누적 배출량이 세계에서 16위"라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기후악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 워싱]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 5개월 만에 국회가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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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열린 414기후정의파업 기자회견 ⓒ 김병기

 
지난 2020년 9월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이 때 채택한 결의문 1항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국회는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하여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한다."

그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12월 국무회의는 유엔에 제출할 '장기 저탄소 발전계획'에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명시했다. 그 뒤에 우리는 기후위기에 비상하게 대처했을까?

"답답하다. 2019년 9월에 처음으로 5000명 정도가 대학로에 모여 기후위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그 영향력으로 국회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5개월 뒤인 2021년 2월에 국회가 통과시킨 모순적인 법이 있다."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으로 가장 많다. 승용차 104~158g, 버스 68g, 기차 14g이다. 비행기는 기차보다 20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한 위원장은 "비행기는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동수단이고 그 중 단거리를 이동하는 비행기가 가장 심각하기에 유럽에서는 '비행 수치심'이라는 말까지 한다"면서 "5개월 전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면서 '불이야'를 외쳤는데, 이번에는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고 개탄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탄소중립위원회의 민간위원의 70여 명 중 산업계 대표 10명을 포함해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들이 대부분이고, 기후위기의 피해자 목소리를 낼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기존의 철강산업 구조나 내연기관차를 어떻게 개선하고 줄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하고 전기자동차 생산 등 기업 자본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치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린 워싱'(greenwashing).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의 단면을 보았다는 것이다. 정부만 이런 건 아니다.

"기업들은 입만 열면 ESG 경영(Environment, Socia, Governance의 머리글자)을 강조한다. 1~2년 전 포스코가 ESG 경영 기업 1위로 꼽혔다. 포스코는 한국 온실가스 11~13%를 배출하는 1등 기업이다. 석탄을 기반한 철강산업인데 외국에서는 수소 대체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는 이제부터 연구해 2040년 또는 2045년에 대체하겠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포스코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ESG 경영? 이게 바로 기업의 그린 워싱이다."

[원전 최강국] "윤석열 '소형원자로'는 공상과학... 원전 마피아 위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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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열린 414기후정의파업 기자회견에서 한재각 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 김병기

 
윤 정부는 원전이 기후위기의 해결책인양 홍보하면서 원전 지원 예산을 늘렸다. 한 위원장은 '원전 최강국 건설'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기후위기와는 무관한 해결책을 들이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게 핵 발전이다. 핵 발전은 위험하고 폐기물 처리 방법도 없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더 위험한 것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또 핵 발전소 한 개 짓는 데 10년이 걸린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 가능할까."

한 위원장은 "윤 정부는 소형모듈원전(SMR)을 더 짓겠다고 하는데, 그 역시도 상업화된 게 없는 공상 과학 수준의 이야기"라면서 "원자력 마피아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거짓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핵 발전의 비중을 높이고 반대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낮추면서 정부의 역할도 낮췄다"면서 "지금도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시장이 민영화돼 있고 외국 자본도 막 들어오고 있는데, 더 큰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정부는 발전 공기업들이 계획했던 2조 원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취소시켰다. 돈 버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자본들이 그 영역에 들어갈 것이다. 환경 훼손이 심해지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첨예화될 것이다. 그러면 재생에너지 확충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위원장은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 확대를 강조하면서 최근 터진 '난방비 폭탄'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한파 때마다 서민들은 난방비 폭탄을 맞아야 할텐데, 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건물 리모델링을 해준다면 난방비 부담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면서 "그 때마다 재난지원금을 투입하는 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면서 주거복지도 실현할 수 있는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원자력에 골몰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가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414 파업] 주말 아닌 평일, 서울 아닌 세종에 모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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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414기후정의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한재각 위원장 ⓒ 김병기

 
기후정의파업이 예정된 오는 4월 14일은 금요일이다. 서울이 아닌 세종에서 열린다. 지난 1월 26일 출범한 160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오는 4월 14일, 노동자, 학생, 자영업자, 농민 등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3000명의 국민들이 세종정부청사에 모여 기후정의 대정부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기후정의는 결코 추상적인 가치지향이 아니다"면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공공성, 탈핵·탈석탄, 정의로운 전환과 고용보장, 신공항 건설중단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

2019년 9월 서울 대학로에 5000명이 모였다. 2022년 서울시청 앞에서는 3만 명으로 불어났다. 올해에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서울이 아닌 세종에서 3000명 참가를 목표로 기후정의파업에 들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종에는 많은 부처들이 모여있다. 반기후·친자본 정책과 개발사업들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거나 방치해 온 부처들이 많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면 특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평일, 지역에서 열어도 작년의 10분의 1 이상은 모일 것이다. 기후악당 정부를 멈추자고 한 목소리로 외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오는 4월 정부청사를 바라보고, 공무원들을 향해, 장관을 향해서 '석탄발전소 그만 지어라', '신공항 건설 중단시켜라',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면서 "이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손잡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요구들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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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기후정의파업 포스터 ⓒ 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

[환경새뜸]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 집행위원장 인터뷰①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집행위원장(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4월 14일에 세종시에서 열릴 ‘414 기후정의 파업’을 기획하고 있다. 오마이TV ‘환경새뜸’ 코너에서는 한 위원장을 지난 2월 21일에 만나 인터뷰했다. #기후위기 #414기후정의파업 #윤석열 정부 김병기의 환경새뜸 유튜브 : http://omn.kr/1zbr3 ⓒ 김병기

 

[환경새뜸]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 집행위원장 인터뷰② 한재각 ‘414 기후정의파업’ 공동집행위원장(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4월 14일에 세종시에서 열릴 ‘414 기후정의 파업’을 기획하고 있다. 오마이TV ‘환경새뜸’ 코너에서는 한 위원장을 지난 2월 21일에 만나 인터뷰했다. ⓒ 김병기

 
#기후위기 #한재각 #414기후정의파업 #윤석열정부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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