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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할머니의 특별한 삼일절, 1만명이 주는 평화훈장

윤석열 정부가 거부한 훈장, 시민들이 수여하다... "일본 사죄배상에 끝까지 함께할 것"

등록 2023.03.01 18:37수정 2023.03.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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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만여 명이 만든 평화훈장'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1만여 명이 만든 평화훈장'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 김보성

a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 김보성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웁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게 이번 104주년 삼일절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부산 시민들이 대대적인 운동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대신해 훈장을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양금덕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사실상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쏘아올린 논란, '평화훈장' 운동으로 번져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권리회복 운동에 한평생을 바친 할머니의 공로를 인정해 서훈을 추천했지만, 정부는 훈장을 수여하지 않았다.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외교부의 의견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양 할머니의 서훈 안건을 국무회의에 제출하지 않으면서다.

상훈법에서 서훈은 나라를 위한 공로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인권위의 추천에도 이를 뭉개며 회의에서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 이후 줄곧 한일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쓴 탓에 일본 정부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전국 곳곳에서 "정부를 대신해 우리가 할머니께 훈장을 주자"라는 시민운동이 벌어졌다. 먼저 광주·울산 등에서 시민들이 뜻을 모아 '시민훈장'을 전달했다. 이어 부산까지 바람이 불면서 그 규모는 더 커졌다. 159개 단체가 뭉쳐 추진위를 결성하고 '평화훈장'을 줄 시민을 모집했다. 한일 양국 정부를 향해 보란 듯 수여식 날짜는 일제에 항거한 삼일절로 정했다.

그렇게 모여진 숫자는 1만419명. <오마이뉴스> 등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2월 20일 2000여 명이었던 추천인 숫자는 2월 26일 6천여 명, 3월 1일 1만여 명으로 급속도로 불어났다. 1천 원씩 자발적인 모금이 더해져 평화훈장 메달에는 순금까지 입혀졌다. 정부가 주지 않은 상보다 더 좋은 훈장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a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 김보성

a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 김보성

 
이날 수여식엔 시민단체 회원은 물론 청소년, 대학생까지 현장으로 나와 잇따라 소감을 얘기했다. 할머니가 받았을 상처를 어루만지며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200여 명의 추천서를 받아온 유양선 부산겨레하나 회원은 "마음이 저렸다. 혼자 정부에 분노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할머니께 힘을 더 보태기로 했다"라고 참여 이유를 말했다.


대학생 박근희씨는 "일본의 눈치를 보다가 취소한 것은 할머니로부터 훈장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뻔뻔한 일본에 힘을 실으며 한미일 군사훈련에 함께하고 있는 모습을 두루 비판했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문아무개양은 "일본에 비위를 맞추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분개했다. 우리가 계속해서 할머니 곁에서 남아 싸우겠다"라며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할머니는 이날 서울시청 앞 삼일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하느라 부산 수여식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할머니를 지원하는 김정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처장을 통해 화상전화로 현장과 연결했다.


밝은 표정의 양 할머니는 "너무나 감사하다"라며 훈장을 전한 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인터뷰처럼 진행된 대화 속에 조만간 부산으로 가겠다던 할머니의 마지막 외침은 "끝까지 같이 싸웁시다"였다. 이날,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서울겨레하나 등 대학생·청년·시민단체들도 양금덕 할머니에게 '평화인권훈장'을 수여했다(관련 기사 : 시민 훈장 받은 양금덕 할머니 "윤석열, 옷 벗어야" https://omn.kr/22wxs ).

행사가 끝난 뒤 거리행진에서는 대형 평화훈장이 대열의 가장 앞머리를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 얼굴도 기습적으로 소환됐다. 참가자들은 일본영사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꺼내 든 대통령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갖고 있던 손팻말을 구겨 던지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했다.
 
a  104주년 삼일절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일 부산에서 열린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와 화상전화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부가 양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여를 뭉개자 부산 등 159개 단체는 지난달부터 “훈장을 대신 주자”는 시민운동을 펼쳐 이날 1만여 명 이상이 참여한 결과를 공개했다.

104주년 삼일절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일 부산에서 열린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와 화상전화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부가 양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여를 뭉개자 부산 등 159개 단체는 지난달부터 “훈장을 대신 주자”는 시민운동을 펼쳐 이날 1만여 명 이상이 참여한 결과를 공개했다. ⓒ 김보성

a '1만여 명이 만든 평화훈장'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 이후 참가자들이 일본영사관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 풍자 그림.

'1만여 명이 만든 평화훈장' 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 이후 참가자들이 일본영사관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 풍자 그림. ⓒ 김보성

 
삼일절에 돌아보는 한평생 일본과 싸운 할머니의 삶

양 할머니는 나주공립보통학교 6학년이었던 일제강점기 1944년 근로정신대로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다.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시너와 알코올로 부품을 닦고 페인트칠하는 중노동을 하다가 눈 한쪽과 코 한쪽의 기능을 잃었다. 일한 대가는 받지도 못했다. 자신과 함께 끌려온 동료들은 여러 사고로 죽어 나갔다.

하지만 해방 이후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양 할머니는 가난과 모진 손가락질 등 두 번째 시련을 견뎌야 했다. 모두 근로정신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러다 1991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양 할머니도 일제의 전쟁범죄 진상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면서 직접 권리찾기에 나섰다.

번번이 패소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잇따라 승소했다. 일제와 전범기업의 만행을 법정에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2018년 대법원에서는 손해배상 확정판결까지 받아냈다. 그런데도 사태는 아직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종결됐다며 판결 이행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일본과 거리를 좁히려 하는 윤석열 정부가 최근 '제삼자를 통한 변제(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금을 출연해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라는 해법을 제시했지만, 양 할머니는 직접 사죄배상이 아닌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단 태도다. 시민단체는 이번 서훈 무산 사태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양금덕 할머니 #강제징용피해자 #평화훈장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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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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