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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K드라마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곳

드라마 촬영지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포항 사방기념공원

등록 2023.03.11 11:24수정 2023.03.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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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가느냐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거기다 드라마 속 추억의 장면을 연상하며 여행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한 곳이 경상북도 포항에 있다. 바로 영일만 북파랑길에 있는 사방기념공원이다.

포항 사방기념공원은 tvN에서 2021년 8월부터 16부작으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의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이다. 사방기념공원은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극 중 한적한 바다마을 공진에서 청춘 남녀가 벌이는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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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사방기념공원 묵은봉 정상에 올려진 극중 홍반장 순임호 모습(2023.3.5) ⓒ 한정환


특히 사방기념공원 묵은봉 정상에 있는 배 한 척이 화제가 되어 더 유명해졌다. 바다가 아닌 산 위로 올라간 배가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라 유명세를 치르면서, 사방기념공원은 일약 포항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가 끝나고 2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의 하늘길도 열려 드라마 촬영지인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다.

사방기념공원 조성 배경

철강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용광로를 갖춘 종합제철공장을 포항에 건설하면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순시가 잦아졌다. 헬기로 포항을 순시하던 중 영일지구 일대 무분별한 벌채와 도벌 등으로 산림이 극도로 황폐화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더군다나 국제항공노선에 위치하여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산 전체가 벌거숭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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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사방기념공원 '바람의 언덕' 주변 경관(2023.3.5) ⓒ 한정환


헐벗은 산등성이를 헬기에서 내려다본 당시 박 대통령의 특수 사방 지시로, 1973년부터 1977년까지 5개년 계획에 따라 연인원 360만 명이 동원되어 총면적 4538ha 광활한 구역에 묘목과 종자 등을 심었다. 최단기간에 불모지를 울창한 숲으로 변모시킨 전국 최대 규모의 사방사업 성공지가 바로 포항 영일지구이다.

사방사업 성공지로 변모한 이 지역을 지난 2003년에 포항시에서 다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유는 2001년과 2004년 연이어 발생한 두 차례의 산불 때문이다. 산불로 훼손된 면적 18.75ha에 사방기념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5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07년 11월 전국 최대규모 사방사업 성공지 시설을 갖춘 공원을 개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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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사방기념공원 내 고 박정희 대통령 순시기념 조형물(2023.3.5) ⓒ 한정환

 
사방기념공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순시 기념비를 비롯하여 영일 사방 준공비가 건립되어 있어, 사방사업의 역사성 보존과 국내외 사방기술 교육장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의 사방사업을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이룩한 대표적인 지역인 포항 사방기념공원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등 매년 100여 명의 해외 산림경관 복원 관련 담당자들이 포항 사방기념공원을 찾는다.


'산 위로 올라간 배 한 척' 묵은봉

주차장에 내리면 사방기념관과 야외전시장을 뒤로하고, 대부분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인 묵은봉으로 먼저 올라간다. 산 정상에 배가 있는 묵은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 갈래 길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 중앙에 있는 가파를 계단(400m)을 이용하는 방법과 좌우에 있는 무난한 임도(1.5km)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해발 126.3m의 묵은봉은 금방 올라갈 것 같아 대부분 가파른 계단을 많이 이용한다. 계단을 타고 조금 올라가면 바람의 언덕과 만난다. 돌탑을 세워놓았는데 공원처럼 예쁘게 꾸며 놓았다. 별로 높은 곳은 아니지만, 동해안 수평선을 바라보니 막혔던 답답한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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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봉 정상으로 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계단 모습(2023.3.5) ⓒ 한정환

   
계단을 계속 오르다 보면 임도와 만나는데 여기가 계단 중간지점이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본격적인 가파른 계단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45도 각도의 계단을 200m 계속 올라가야 한다.

계단 주변에 앉아 잠시 쉴 곳도 없다. 쉽게 보고 올라왔는데,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힘은 들었지만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일자형 계단길이 퍽 인상적이고, 중간에 한 번씩 뒤돌아보는 바다 풍경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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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봉 정상에 올려진 순임호와 인생 사진 순서를 기다리는 방문객 모습(2023.3.5) ⓒ 한정환

 
10분 정도 오르니 극 중 홍반장 배가 보인다. 계단을 타고 올라온 사람들은 묵은봉 정상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멀리 수평선을 바라본다. 정상에 있는 배 한 척이 마치 수평선 위로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5톤 화물차에 실려 산으로 올라온 홍반장 순임호도 볼거리지만, 이곳은 누구나 한 번쯤 올라와서 보아야 할 멋진 동해안 바다 풍경이다. 평소 해안가에서 바라다본 수평선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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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봉 정상에서 바라다 본 오도리 간이 해수욕장 모습(2023.3.5) ⓒ 한정환


산 정상에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20여 명이 서로 번갈아가며 사진촬영에 열중이다. 극 중 홍반장이 수리하던 순임호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올라가지 못하지만, 저마다 추억의 장면을 연상하며 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묵은봉 앞에는 오도리 해수욕장이 보이고, 바로 오른쪽 방파제 옆에는 오도 주상절리의 모습도 보인다. 오도 주상절리는 예로부터 '3개의 바위섬이 까마귀처럼 검다'한 데서 유래가 되었다. 수면 위로 드러낸 고래의 꼬리지느러미와 흡사한 모양으로 동해안 지역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몇 안 되는 주상절리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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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바라다 본 오도 주상절리 모습 ⓒ 사진제공 : 포항시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배를 타고 200m 들어가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포항시는 이런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설계를 마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탐방로 공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사방기념관 및 야외전시장

묵은봉 정상에서 내려오면 산불로 인하여 훼손된 산림을 다양한 복원 공종 기법을 통해 건강한 산림으로 만든 특수 산림 생태복원 현장도 볼 수 있다. 바로 아래에는 관해루 정자가 보인다. 관해루는 사방기념공원 개원 기념으로 멀리 영일만을 굽어보고 해안선을 따라 전개되는 산하의 수려함을 관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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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사방기념공원 묵은봉 정상 부근에 있는 관해루 정자 모습(2023.3.5) ⓒ 한정환

   
임도 끝 지점에는 사방사업 당시의 모습을 실제처럼 재연한 디오라마(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특정한 풍경 등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든 것)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여기도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사진 포인트이다. 당시 노동자들의 노고와 땀방울이 배어있는 공간이다. 이들이 있어 오늘의 푸른 도시 포항을 만든 원동력이 된듯하여 바라다볼수록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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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사업 당시의 모습을 실제처럼 재연한 디오라마 모습(2023.3.5) ⓒ 한정환

 
바로 아래에는 지상 2층으로 건립한 사방기념관이 있는데 전시관에는 사방사업 기술의 변천사와 페널, 도구 유물 등 549점의 전시물, 다목적 영상실과 다양한 사방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듯 손과 발을 이용한 터치식으로 만들어 사방사업의 이해를 높이는 산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방기념관 주위로 연지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산불 발생 시 없어서는 안 될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건물 주변에 만들어 놓았다. 연지에 비치는 주변 나무와 건물 반영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밖에도 공원 주변에 하트 존 등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고, 주변 경관도 아름다워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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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사방기념관 앞 연지 주변 모습(2023.3.5) ⓒ 한정환

 
포항 사방기념공원은 산책과 등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며, 방문객과 시민들에게는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해 준다. 한적하고 분위기 있는 곳을 좋아하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드라마에 비친 묵은봉 정상에서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루 정도 이곳에서 힐링 여행을 즐겨보면 어떨까 하여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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