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스토킹 혐의 '더탐사' 취재진 경찰 출두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고소된 '시민언론 더탐사' 소속 기자와 PD 등 관계자들이 지난 2022년 11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법무부 장관 측은 지난 9월 28일 퇴근길에 '더탐사' 취재진에게 자동차로 미행당하는 등 스토킹 피해를 당하였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었다.
연합뉴스
김 기자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수서경찰서로 향했다. 스토킹법 위반과 관련해 처음 경찰 조사를 받는 날이었다. 전날 경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와 회의도 했다. 언론사에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입기자가 이틀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수사 준비에 써야 했다.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그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의 말은 신입 기자의 자기소개처럼 패기가 넘쳤다.
김 기자는 "권력에 대한 감시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며 "한동훈 장관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본인을 취재하는 기자를 언제든 범죄자로 몰 수 있다면 권력 감시라는 언론 역할을 누가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고위공직자에 대한 취재 활동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는 것을 입증하는 주인공으로서 자부심을 갖는다. 탄압에 맞서는 기자로서 언론의 중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남기고 경찰서에 들어간 김 기자는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장관 관용차를 3번 따라다닌 단순한 취재 행위였지만, 경찰 조사는 적당히 끝나지 않았다. 김 기자는 "경찰의 노력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날 오후 7시경, 장장 5시간 넘는 조사를 마친 그는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2022년 11월 24일] 친구한테 전화한 경찰
경찰 수사는 김 기자의 주변인으로 확대됐다. 경찰은 이날 김 기자의 지인인 A씨에게 문자와 전화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A씨에게 가족들의 연락처까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지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수사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A씨는 그에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고 알리면서 적잖이 당혹스러워 했다. A씨는 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게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는 "이건 사실상 인질극"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으로 그를 아는 또 다른 누군가가 경찰 전화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내가 받는 수사는 그래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이나 지인까지 피해가 간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된 것이 잠시나마 후회가 됐다. 그는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었다"면서 "세상을 이롭게 바꾸고자 기자를 선택했는데, 기자가 아닌 평범한 일을 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27일] "잠깐 나와보세요. 할말 있어요"
이날 친구 결혼식에 가려던 김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서경찰서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담당 경찰관은 휴일날 집 앞까지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경찰은 "집 앞이니 나와서 잠시 얘기하자"고 불러냈다. 경찰관의 손에는 '압수수색 영장'이 들려있었다. 김 기자가 문을 열면 압수수색이 개시될 찰나였다. 그는 이 상황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한 뒤 응하지 않았다.
당시 집에 있던 아버지, 어머니도 아침부터 벌어진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챘다. 집 밖에서는 계속 인기척이 났다. 경찰이 언제라도 문을 강제 개방하고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얼마간 집 앞에 있다가 철수했다. 그는 그때 굳건했던 부모님이 처음으로 약해지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지병이 있었던 그의 어머니는 이날 일을 계기로 몸 상태가 더 나빠졌다.
[2022년 12월 7일] 잠정조치, 또다시 연장
김 기자는 한동훈 장관에 대한 잠정조치가 연장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받은 잠정조치 결정문은 2개. 한 장관에 대한 잠정조치결정문, 또 하나는 관용차량에 동승했던 수행직원에 대한 잠정조치결정문이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행직원이었다.
김 기자는 "수행직원은 전혀 따라다닐 이유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당시 관용차량에 탑승했던 3명(한동훈 장관 포함)이 피해자로 잡혀있다고 했다. 잠정조치 결정은 이중 2명에 대해 내려진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지만 한편으로는 짐작이 갔다. 김 기자는 "고위공직자인 한동훈 장관을 3번 추적 취재한 것으로는 문제 삼기 어려우니까, 고위공직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피해자로 포함 시켜서 만들어보려는 것 아니냐"면서 "경찰이 어떻게든 사건을 기소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2023년 2월 23일] 김 기자는 더 집요해졌다
한동훈 장관에 대한 잠정조치가 해제됐다. 하지만 그가 한 장관을 취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회사 측도 관련된 취재 지시는 하지 않았다. 김 기자는 "잠정조치가 끝나서 한 장관을 취재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 당장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우선 현재 수사받는 사건을 무혐의로 만들고 취재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동훈 장관에 대한 취재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한 장관의 검사 시절 별명은 '조선제일검'. 김 기자는 '칼은 펜을 꺾을 수 없다'는 명제를 스스로 증명해보이려 한다.
"솔직히 지칠 때도 있어요. 사람들도 많이 걱정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제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되게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정치권에서 취재원들을 만날 때 '스토킹 전문기자 김시몬입니다'라고 해요. 그렇게 얘기하면 더 알아봐주시고 고생 많다고 격려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한동훈 장관이요? 더 취재하고 싶어졌습니다."
[기획①] 대통령 40년지기 취재한 기자, 수사·재판에 시달린 450일 https://omn.kr/22z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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