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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시작. 처음 몇 걸음은 습관적으로 무심하게 걷습니다. 어느 정도 걸으면 몸이 풀려 걷는 품새가 자연스러워지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깁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돋아난 꽃봉오리들, 마주 오는 사람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량들.
어딘가에서 반가운 새소리가 들립니다. 걸음을 멈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봅니다. 참새나 까치는 아닌 것 같은데, 책에서 본 박새일까요. 귓가를 간지럽히는 맑고 고운 새소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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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하다 만난 총총 걸어가는 박새 ⓒ 김지영
새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는 데에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새소리에 포함된 '1/F(진동수) 흔들림'이라는 음이 바로 그 비밀입니다. 강물이나 파도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이 음은, 행복 호르몬인 세르토닌을 생성하고 스트레스 저항력도 높인다고 합니다. 소리와 감정의 연관관계가 참으로 오묘합니다.
세상 모든 소리가 새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반대로 우리 주변엔 듣기 힘든 소음들이 산재합니다. 상사의 피드백을 가장한 비난, 층간소음, 운전자의 감정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날카로운 경적소리 등 평정을 흩뜨리는 소리들이 말입니다. 저에게 산책은 그런 소화할 수 없는 소리들을 걸러내는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체에 거른 듯 고운 소리만을 담아, 잔뜻 굳어버린 마음을 풀어내는 것이었지요.
'오늘도 감사하며, 산책' 연재 기사의 처음 기획 의도는 산책을 하면서 마주하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하지만 그렇기에 종종 놓치게 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