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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자가 자살 암시?" 이예람 중사 어머니가 실신한 이유

성추행 수사 직무유기혐의 군검사 재판... 피고인측 2차가해성 질의에 재판장도 "적절한가" 지적

등록 2023.03.24 21:57수정 2023.03.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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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9월 29일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어머니 박순정씨가 성추행 가해자 대법원 판결 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어머니 박순정씨가 성추행 가해자 대법원 판결 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여기 사람 좀 불러주세요!"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조용하던 418호 법정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방청석에 있던 고 이예람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 법정 경위와 다른 방청인들이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박씨는 경직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위 10여 명이 추가로 현장에 투입됐다.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가 황급히 공황장애 약을 먹이고 법원 의료진이 도착한 뒤 약 15분이 지나서야 박씨의 호흡곤란은 다소 가라앉았다. 박씨는 법정에 있지 못하고 재판을 화상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 방청을 이어갔다.

피고인 측 문자 내용 질의에 유족 측 "명백한 2차 가해"

이날 재판의 피고인은 군검사 박아무개 법무관이었다. 박 법무관은 이 중사가 생전 신고한 성추행 사건의 수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의도적으로 지연함 혐의(직무유기 등)를 받고 있다. 박 법무관은 당초 국방부 검찰단 수사 때는 기소되지 않았다가 특검(안미영 특별검사) 수사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6명 중 1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이날 윤아무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중사 어머니 박씨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박 법무관 측 변호인이 윤 부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중사에 대한 2차가해성 질문을 이어갔을 때였다. 재판부마저 "그걸 묻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말릴 정도였다.

변호인 : 2021년 4월 15일 피해자(이 중사)가 (성고충상담관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와 당시 국선변호인 이◯◯도 문자를 여러 차례 주고받았습니다.
윤 부장 : 네.


: 그리고 성고충상담관과도 피해자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 네.

: 피해자가 성고충상담관과 국선변호인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봤을 때 어떤 문구가 자살을 암시한 겁니까.
: 그건 제가 잘 모릅니다.


: '나는 목숨을 끊고 싶다'라는 문구를 기재한 것은,
정 부장판사 : 그걸 묻는 것이 적절합니까.

: 증인이 종합적으로 보고받고 조사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해서 저희가 모르는 사실이 있을 수 있어 여쭸습니다.
정 부장판사 : 이 사건 증거열람을 하셨겠지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그것 말고 추가적으로 있는지 왜 증인에게 묻습니까. 문해력 테스트 이런 거 하지 맙시다.


앞서 특검은 '이 중사가 3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부대 관계자들로부터 2차가해를 당했으며, 성고충상담관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박 법무관이 이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박 법무관을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위 질의응답을 통해 박 법무관 측은 '이 중사가 보냈다고 하는 자살 암시 문자가 실제로 진정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셈이다.

재판이 진행되던 중이라 소리를 내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던 이 중사 어머니 박씨는 얼마 후 잠시 휴정하는 동안 결국 심한 공황장애 증세를 보였다.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는 중에도 손바닥에 적힌 글씨를 가리켰던 박씨는 재판 말미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발언 기회를 얻었다. 박씨가 손에 적어뒀던 건 박 법무관 측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박씨의 발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저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기회를 잃어버리면 계속 후회가 남을 거 같아 딸하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중략) 4월 27일은 우리 딸 생일입니다. 그래서 기억합니다. 2021년 4월 26일 우리 딸과 식탁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딸이 '엄마 사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새벽에 잠이 안 와 성고충상담관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어.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도 했었어'라고 말했었습니다.

(이 상황에 비춰보면 딸이 성고충상담관에게 보낸 문자가) 자살 암시 문자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왜 살아있는 사람이 (그것이 자살 암시가 아닐 거라고) 예단합니까. 우리 딸 떠나고 찾아온 우리 여군들이 '군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그랬습니다. 전 우리 딸이, 우리 부부가 조금씩 바꾸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우리 딸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우리 딸 만나서 수고했다고, 엄마가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중사 유족 측 강석민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뒤 "(박 법무관 측 질의는) 명백한 2차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검 공개한 통화내용 '말 맞추기' 정황
 
a  지난 2월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지난 2월 9일 고 이예람 중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공군은 17일 오후 여전히 이 중사가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순직확인서를 전했다. ⓒ 유족 제공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박 법무관과 이 중사 측 국선변호인의 2021년 6월 6일 통화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 통화내용을 통해 박 법무관과 윤 부장의 '말 맞추기' 정황을 지적했다. 박 법무관이 이 중사 조사를 미룬 것에 대해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었다는 취지다. 아래는 이날 공개된 박 법무관과 이 중사 측 국선변호인(이◯◯ 법무관)의 통화내용 중 일부다.

이 법무관 : 불리하실까봐 제가 이야기를 안 하긴 했는데요. 기억이 나긴 하는데 제가 5월 3일 어떠냐고 해서 (박 법무관이) 5월 21일에 하자고,
박 법무관 : 네, 네. 5월 3일이었나. 그때 공판이 있어서요.

: 근데 시각을 보면 저랑 통화한 시각보다 공판이 (5월 3일로) 바뀐 시각이 그 뒤거든요. 어쨌든 시간이 안 맞아가지고,
: 근데, 아 참... 그것도 혹시 이야기 다 하셨나요?

: 어디서요?
: 국회나 다른 데요.

: 전혀 안 했고요.
: 아 근데 그 부분이... 제가 흐음... 어, 그렇구나.

: 그 부분 한 번 보(통)검(찰)부장(윤 부장)과 이야기해보시고요.
: 보검부장과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래서 5월 3일 (공판이 있어서 이 중사 조사를 미뤘다는) 그 부분을 한 번 이야기 맞춰봤으면 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 보검부장과 이야기했는데 그게 안 맞아서 못 하겠다고 말씀하셔서,
: 네. 음 그럼 뭐 제가 소명할 부분이긴 하네요.


이러한 통화내용을 제시한 뒤 이태승 특검보는 윤 부장에게 "공판 일정에 대해 들은 게 있는지" 물었으나 윤 부장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재차 이 특검보가 "증인(윤 부장)과 박 법무관, 증인과 이 법무관이 이야기하다가 '공판 일정이 바뀐 건 이후의 일이라 이론 이야기가 안 되겠다'고 판단한 적 있나"라고 물었으나 윤 부장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이 법무관도 당시 법률적 책임이 예상된 상황 아닌가"라며 "(통화내용에서) 이 법무관의 진술이 모두 다 진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이에 윤 부장은 "제가 답변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중사 사후에 생성된 '진술조서' 한글파일

특검은 박 법무관 업무 PC에서 발견한 '0-1 피해자 진술조서(이다은)', '피해자 진술조서(이다은)'란 제목의 두 개의 한글 파일(hwp)을 제시하며 허위·조작 보고 정황을 지적하기도 했다(이다은은 사건 초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용한 이 중사의 가명). 

이 파일의 생성시기는 각각 '2021년 6월 5일 오후 1시 36분'과 '오후 1시 22분'인데, 앞서 박 법무관이 윤 부장에게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사 사망 전인 5월 7~17일에 이미 피해자 진술조서를 준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태승 특검보 : 박 법무관이 2021년 5월 7~17일 피해자 진술조서를 준비했단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까.
윤 부장 :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에 박 법무관 측은 '오래 전 작성했던 것을 수정해 보냈기 때문에 파일 생성시기가 이 중사 사망 이후로 나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 한글 파일을 상급자에게 보내는데 오래 전 작성한 거라면 한 번은 열어보고 오탈자 등 수정해 보내지 않습니까.
윤 부장 : 당연히 열어봅니다. 저 같은 경우 수정하고 그러면 버전이 여러 가지라,

: 오탈자 수정하면 생성시기가 바뀝니까.
: 그건 저한테 물어볼 것이 아닙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윤 부장은 이 중사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공군의 대처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정진아 부장판사 : 부사관 사이 성범죄는 상대적으로 빈번한 성범죄 유형입니까.
윤 부장 : 상대적으로...

: 빈번하게 일어납니까.
: 종종 일어납니다.

: (이 중사 성추행 건이) 중요사건이 아니었던 취지입니까.
: (성추행 직후 해당 부대에서 2021년) 3월 8일 이메일을 받았을 때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직장 내에서 이뤄진 성범죄는 서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 사이의 성범죄와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아시죠? 직장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곳이며 공유하는 인적관계가 많기 때문에 2차가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건 반드시 지침이 있지 않아도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 아닙니까.
: 그런 부분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분리도 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를 붙이고 성고충상담관과 1대1로 매칭하고 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하급간부인 부사관 사이의 성범죄의 경우 회유나 종용 같은 것이 노골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니 사건을 유념해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까.
: 그 부분은 저희가 부족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했고 그 당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윤 부장은 정 부장판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중사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왜곡된 여론으로 고충 당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군에서 수사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비극적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 때문에 (이 중사가) 죽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다"라며 "이 중사께서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 유족 분들이 분노하시고 힘드신 것을 제가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저도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유족 분들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과장되고 사실이 아닌 것들이 많이 나왔다. 왜곡된 여론으로 인해 고충 당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특검이 생겼을 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판사님들이 고생이 많으시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예람 #중사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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