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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껍데기 분향소에 조문... 국가폭력입니다"

10.29 진실버스 여섯 번째 날의 기록... 부산에서 '절규 외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다

등록 2023.04.02 11:12수정 2023.04.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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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자녀, 연인, 친구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도할 새도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지 150일. 하룻밤 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상규명의 과제를 알리기 위해 버스를 타고 전국순회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기록합니다.[기자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진실버스'를 타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한 지 여섯 번째 날입니다. 4월 1일은 부산입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굵직한 사건들 속에는 늘 부산이 있었습니다. 1960년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에 저항한 4.19 민주혁명, 1979년에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철폐를 외치며 부산과 마산(현재 창원)에서 시작된 부마 민주항쟁 그리고 1987년 전두환 군부 정권의 호헌 조치 철폐와 직선제 개선을 요구한 6월 항쟁까지.

1999년 10월 16일, 부마항쟁 20주년 기념일에 문을 연 부산민주공원에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가 담겼습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이곳에 방문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부산민주공원 넋기림마당에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열사들을 기리며 묵렴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부산민주공원 넋기림마당에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열사들을 기리며 묵렴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고 최유진씨의 아버지 최정주씨는 부산민주공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도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이후 정부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고 희생된 아이들의 제대로 된 추모와 애도를 표하기는커녕 온갖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습니다. 정부는 일주일간의 애도 기간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름도 없고 제대로 된 위패와 영정사진도 없는 껍데기뿐인 분향소를 설치하고 빈 천막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인사들이 조문했습니다.

이어진 특수본 수사와 국정조사는 웃으며 집을 나섰던 159명의 아이들이 왜 세상을 떠났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마무리됐습니다.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은 저희 유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한 채 책임을 전가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형식적인 과정으로 일관했습니다. 국가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최정주씨는 3월 30일 광주 일정에서 만난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과 고 박영선 열사 어머니 오영자 여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어머님들 모두 아흔 또는 아흔을 넘으셨다"면서 "그분들이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고 정주희씨의 아버지 정해문씨가 '시민이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고 정주희씨의 아버지 정해문씨가 '시민이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부산민주공원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부산민주공원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날 오후엔 부산시민공원에서 유가족 10여 명과 시민대책회의 관계자 10여 명이 함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며 입법 동의 청원 참여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꽃이 예쁘게 핀 맑은 날씨의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반려견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특별법 제정에 동의해주세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동참해주세요."


길을 지나던 많은 분이 함께해주셨지만 앞서 다녀온 도시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하라'는 말에 유가족에게 욕설을 하는 분도 있었고, 전단을 거절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한 부산 시민이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한 부산 시민이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특별법 제정부터 독립적 진상 규명기구 설치까지, 쉽지 않을 미래를 조금 먼저 경험한 것 같았습니다. 어떤 유가족은 너무 속상해 눈물을 참지 못했고 또 어떤 유가족은 꿋꿋하게 버텼습니다.

지난 닷새간 진실버스 순회를 통해 경험이 쌓일수록 단단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짧지 않을 싸움을 시작한 만큼 더 단단하게 힘차게 움직이도록 마음을 다잡습니다.

10.29 진실버스는 4월 2일 진주에 갑니다. 대학생 간담회를 비롯해 진주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혹시 보라색 버스와 조끼를 입은 진실버스 탑승자들을 만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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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진실버스의 4월 2일(일) 진주 지역 일정 안내 포스터
10.29 진실버스의 4월 2일(일) 진주 지역 일정 안내 포스터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덧붙이는 글 10.29 진실버스는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함께합니다. 특별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은 온라인(bit.ly/ItaewonDisasterAct)으로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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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이 기사는 연재 10.29진실버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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