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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법카 이용 내역', 검찰은 왜 안 밝히나

[김용 공판 분석④] 정민용 7200원 음료수 결제까지 제시했는데... 선택적 기억 보강?

등록 2023.04.05 09:52수정 2023.04.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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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원 중 6억원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그 전달 경로를 검찰은 남 변호사 측근인 '이○○ → 정민용 → 유동규 → 김용'으로 보고 있지만, 특히 '유동규 → 김용' 전달 상황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군부독재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검찰이 강행하게 만든 사건, 공판 과정에서 나오는 물음표들을 하나 하나 따져본다.[편집자말]
: "2020. 12. 24. 11:19경 '(주)호텔신라제'에서 4,185,800원을 결제하였는데, 피의자가 제주 신라호텔에 묵었던 것인가요."

: "제주 신라호텔에 묵은 적은 없습니다. 그 부분은 유동규가 사용한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정민용 변호사의 2021년 10월 25일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한 대목이다.

2021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정 변호사를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유원홀딩스, 즉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설립한 회사의 법인카드(체크카드) 사용 내역에 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다. 남욱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투자했다는 35억 원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위 조서 내용이 그 일부다.

당시 조사에서 정 변호사는 유원홀딩스 체크카드를 정 변호사 자신과 유 전 본부장 그리고 회계 직원 등 세 사람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정민용 7200원 편의점 결제까지 파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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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용 변호사가 지난 3월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진행 중인 김용 전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사용내역'은 검찰 수사를 뒷받침하는 주요 정황 증거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 언제 오갔는지 피의자들 진술로는 특정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1차 공판 당시 이뤄진 서증(문서)조사가 한 예다.

"순번 281번, 유원홀딩스 계좌 거래 내역이다. 정민용이 사용하던 체크카드, 2021년 6월 6일 오후 9시 47분 경 (정민용)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서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민용은 주거지 인근에서 이○○로부터 5억 원을 전달받은 뒤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하고 담배를 피웠는데 그 결제내역이다."


남 변호사가 만든 8억4700만 원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에게 전해졌는데, 1억 원(1차) - 5억 원(2차) - 1억 원(3차) - 1억4700만 원(4차)와 같은 순서로 이뤄졌다. 위 서증조사 내용은 2차 전달 상황에 대한 것으로,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해당 결제 금액이 7200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이○○씨에게서 정 변호사에게 5억 원이 전달된 시점을 6월 6일로 사실상 특정했다. 

1억4700만 원(4차)이 이○○씨로부터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날짜를 검찰이 8월 2일로 특정하는 과정에서도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사용내역은 주요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8월 2일 오후 9시 5분에 유원홀딩스 체크카드가 정 변호사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서 사용됐고, 오후 9시 33분경 '이○○-정민용' 통화내역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민용 → 유동규', 1차 전달날짜만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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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즉 돈을 받은 공동정범(공동으로 범행한 사람)으로 '정민용 - 유동규 - 김용'을 하나로 묶어 기소했다. 다시 말해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해도 정 변호사나 유 전 본부장이 인정하면 김 전 부원장 혐의가 성립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정 변호사는 매우 중요한 고리에 있는 사람이다. 정 변호사가 남 변호사 측근인 이○○씨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상황, 그리고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상황 등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 김 전 부원장의 항변은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정 변호사가 돈을 수수한 사실관계 자체가 흔들리면, 그에 따라 '유동규 → 김용'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앞서 살펴봤던 '이○○ → 정민용'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민용 → 유동규' 전달 상황에 대해서도 여러 '물증'을 제시했다. 5억 원(2차)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날짜를 검찰은 정 변호사의 하이패스 톨게이트 결제내역을 제시하며 2021년 6월 7일로 사실상 특정했다. 1억 원(3차) 전달 날짜는 유원홀딩스 법인차량 하이패스 결제내역을 근거로 6월 30일, 그리고 1억4700만 원(4차)이 전달된 시기는 정 변호사 후불 교통카드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8월 6일로 각각 제시했다.

물음표는 여기서 나온다. 유독 1억 원(1차)이 정 변호사에게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시기에 한해서는 이와 같은 물증 제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내역, 정 변호사 통화기록, 카드 이용 내역 등을 검찰이 파악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구체적으로 돈이 전달된 시점을 제시했던 다른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공판에서 검찰이 김 전 부원장과 정 변호사가 공중전화로 연락하며 세 차례 만난 정황을 공개한 과정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검찰은 두 사람이 2021년 11월 27일, 12월 13일, 12월 29일 세 차례 만났다고 밝혔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민용 통화기록 ▲정민용 카드사용 내역 ▲정민용 휴대폰 인터넷 검색 기록 ▲정민용 휴대폰 일정 메모 ▲김용 통화기록 ▲김용 카드 사용 내역 등을 그야말로 촘촘하게 근거로 제시했다. 

왜, 1차 전달 상황의 '물증'은 이런 형태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걸까.

"다 법카로 했다"는데... 유동규 '기억 보강'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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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5일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당시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유원홀딩스에 입금한 돈 중 상당액이 "골프장, 스크린골프, 호텔 숙박, 식당, 항공권, 백화점 등에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 이정환

 
1차 전달 상황과 2·3·4차 전달상황과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1차 상황은 '정민용 → 유동규'에게 돈이 전달된 당일 '유동규 → 김용'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의 진술이다. 다른 경우는 '그로부터 다음날 또는 그 다음날'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식이다. 다시 말해 1차 전달 과정 중 '정민용 → 유동규' 날짜를 검찰이 물증 제시를 통해 특정하면, 그 날이 곧 '유동규 → 김용' 날짜가 되는 만큼 김 전 부원장 입장에서는 비로소 구체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 쟁점은 '유동규 → 김용'이다. 현재까지 '이○○ → 정민용'이나 '정민용 → 유동규' 경우와 달리 '유동규 → 김용'의 2·3차 전달(4차 전달은 유 전 본부장까지만 이뤄졌다)날짜 또한 전혀 특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의문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은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통화기록이 안 남는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이용했다"거나 "자신은 메모를 하지 않고 휴대폰 GPS도 쓰지 않는다"와 같은 진술 등이 그 예다.

그렇다면 정 변호사 경우처럼 '유동규 → 김용' 날짜를 특정하려는 상황이 공판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상식적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의 유원홀딩스 체크카드 이용 내역은 검찰이 2021년 수사 과정부터 이미 확보하고 있는 '서증'이다. 정 변호사의 당시 신문조서를 살펴보면 유 전 본부장이나 정 변호사가 개인적인 용도로 '법카'를 상당히 많이 사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 시기 또한 이른바 '불법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시기(4월∼6월)와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유 전 본부장 스스로도 공판 과정에서 유원홀딩스 '법카'를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한 정황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1년 6월 당시 현재 부인이 일을 그만둔 상황에 대한 신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했느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 하면서 받는 돈 있고 법카도 쓰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말도 오갔다. 

: "증인은 골프를 수시로 친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 "법인 카드로 해결했다."

: "골프비용만이 아니더라. 캐디비와 식비도 다 있었다."

: "다 법카로 했다. 유원홀딩스 법인카드로 했다."


유동규 "기억 환기 없었다"... 김용 측 "200페이지 넘었던 그 공소장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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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현재까지 정민용 변호사 경우와는 달리 유동규 전 본부장의 기억을 보강하는 검찰 수사 내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사건과 관련된 유의미한 정황이 유 전 본부장의 카드 이용 내역 등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6일 4차 공판 당시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증인이 날짜를 특정하는데 있어 계좌거래 내역이나 통신 기록 같은 거 보면서 기억 환기하는 절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있었나?

: "통신기록 그런 거 제시하면서 하진 않았다. 녹취록 같은 건 제시했다."

: "기억을 환기하는 도구는 없었다는 건가."

: "그렇다."


김 전 부원장 측은 1차 공판 당시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는 유동규 진술뿐"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 자금이 남욱을 통해 조성됐는지, 유동규에게 전달됐는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사기록"이며 "용두사미"라는 표현도 나왔다. 한 마디로 "실질적 부분이 매우 빈약한 투망식 기소"라는 주장이었다. 군부독재 시절 이야기가 그때 나왔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중 판사 출신이라고 밝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초임 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안기부가 수사를 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단순한 집시법 위반 사건이었는데 피고인의 태생, 자라온 배경, 대학교 때 읽은 책 등이 대부분이었고, 공소 사실, 행위 사실은 한 페이지도 안 됐다. 그런데도 200페이지가 넘었던 그 공소장이 기억난다."

[김용 공판 분석 기사]
③'쇼핑백' 목격했다는 남욱, 그날 유동규-김만배 통화내용 봤더니 https://omn.kr/23an0
② [단독] 남욱 청담동 건물, 검찰 1011억원 추징보전 https://omn.kr/2386w
① 'Lee-list' 1억·다음날 남욱 '3백억 건물' 구입...커지는 물음표 https://omn.kr/23743
 
#김용 공판 #유원홀딩스 #정민용 #유동규 #법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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