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수진씨. 김씨가 참사 직전 결혼을 준비하며 찍은 웨딩사진.
유족 제공
장례 후 참사 당시를 되짚어 본 유족은 여러 의문을 품게 됐다. 우선 수진씨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던 남자친구(생존)에게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10월 29일 오후 10시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밀려 수진씨와 같이 넘어진 남자친구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근처에 깔려 있던 수진씨를 겨우 끄집어냈다. 그때가 오후 11시 정도였다. 그때까지 '의식은 없었지만 맥은 뛰고 있었다'는 게 남자친구가 기억하는 수진씨의 상태다.
남자친구는 다른 여성과 함께 CPR을 진행했다. 얼마 후 구급대원이 와 수진씨 상의를 자르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연결하려 했지만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구급대원은 잠시 뒤 들것을 가져와 수진씨를 구급차로 데려갔다. 남자친구가 구급차에 함께 타겠다고 했지만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 수진씨 맥이 뛰고 있었기에 남자친구는 당연히 병원으로 옮겨질 줄 알고 서울 시내 응급실 곳곳을 헤맸다. 하지만 어디서도 수진씨를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야 엄마는 구급차에 탄 딸이 병원이 아닌 원효로다목적체육관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그리고 10월 30일 오전 4시께 경찰에 의해 이미 신원확인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