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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나겠습니다, 3만 원이 아깝지 않은 투어

[체험기]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영광쉼休,투어'

등록 2023.04.11 13:49수정 2023.04.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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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시작한 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조금씩 무력감이 느껴질 무렵 훌쩍 떠나고 싶었다. 여행지를 정하던 중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았다(관련기사 : '굴비정식' '칠산바다'... 3만 원으로 즐기는 '영광 쉼休,투어'). 많이 지쳐 있었는지 여행안내 포스터의 쉼표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유명한 것은 더없이 많지만 '상사화'라는 곡으로 알려진 영광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마쳤다. 손으로 꼽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여행 전날 전화가 왔다. 참 친절했다. 준비물과 안내사항, 집결 위치를 안내받았다.  


광주광역시 유스퀘어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송정역 시외버스정류장을 경유하고 영광으로 향했다. 총인원은 34명이었다. 거의 도착할 무렵, 강종만 영광군수가 버스에 탑승해 맞아주었다. 투어 첫날이라서 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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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만 영광군수 환영사와 문화해설사 소개 불갑테마공원에서 ⓒ 김민지

 
"영광은 신령 영, 빛 광. 대한민국 세계에 없는 4대 종교의 성지가 있는 곳입니다. 오늘 첫 버스 투어에 오신 내방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멋과 맛. 특히 음식 맛이 좋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이 되십시오."

드디어 첫 번째 코스 '물무산행복숲 황톳길'에 도착했다. 바람이 불어 살짝 차가울 수 있다는 말이 있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냥 멀리서만 구경하려다가 현지 상황 이야기에 믿음이 갔다.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숲 해설사로 근무하던 소나무 해설사의 진행으로 재미난 준비운동과 주의사항을 들었다. 질퍽질퍽한 황톳길과 마른 황톳길로 조성되어 있었다. 질퍽질퍽한 황톳길을 걸을 때 발가락 사이로 살짝 빠져나오는 황토들이 귀여움을 뽐내었다.

발걸음을 내딛을수록 발바닥에 힘이 가해진다. 마른 황톳길은 자연스레 지압이 되는 느낌이었기에 건강해진 듯하다. 그동안 애쓴 발바닥에 힐링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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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을 걸으며 그동안 애쓴 발바닥에 힐링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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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발자랑대회 물무산행복숲 황톳길에서 ⓒ 김민지

 
전국 발 자랑대회가 열렸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발에 진흙 한가득 묻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둥글게 모여 어깨 동무한 다음, 발 사진을 남겼다. 처음 만난 분들인데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재미난 체험을 하니 출출하다.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굴비 합시다' 편이 떠올라 이동 중 굴비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 문화해설사의 박학다식한 지식에 깔깔깔, 웃음 나게 들려주었다. 멀리 바닷가가 보이며 도착이다. 점심 메뉴는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맛깔나 보이는 굴비 한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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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대표적인 맛 굴비한정식 ⓒ 김민지


점심 밥상에는 남도의 대표적인 맛들이 선보였다. 영광 9味(미) 중 단연 1味인 굴비가 있었다. 옛날에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제일가는 특산품 중 하나이다. 상 가운데에는 3味인 밥도둑 간장게장이 있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니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각종 신선한 음식들과 전라도의 상징인 홍어삼합까지 곁들이니 정말 쉼이 가득한 밥상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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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일월 소태산 대종사의 큰 깨달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 ⓒ 김민지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이 창시하여 우주의 근본원리인 일원상(一圓相, 즉 O의 모양)의 진리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는 종교이다. 원불교 영산성지에 도착하니 소태산 대종사 대각터 비석과 일원상이 맞이했다.


문화해설사가 무릎을 굽혀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대안학교 성지고등학교라고 했다. 영산성지를 걸어 더 들어가니 배롱나무 뒤에 가려 '만고일월(萬古日月)' 비석이 반긴다. 만고일월이란, 소태산 대종사의 큰 깨달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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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간당 고택 조선 후기에 지어진 연안 김씨 집성촌의 종가 ⓒ 김민지


매간당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 제 234호이다. 조선 후기 영광지역의 양반 가옥을 대표하는 가옥으로 지방 상류층의 주택 구조와 생활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다. 입구에는 삼효문이 세 분의 효자를 기리려 지어졌고 현판은 고종의 형이 썼다.

이 고택만의 독특한 점은 조선 시대에도 욕실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일제시대 때 공출에 대비해 곡식을 숨기기도 했고, 아씨가 드나드는 정규 길이 있는가 하면 고택 뒤쪽에 따로 난 뒷길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 코스는 3景(경)인 불갑사를 갔다. 입구 계단 앞이 포토존이란다. 4개의 문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기에 그렇다. 법성포를 통하여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가 최초로 세운 절로 알려져 있다.

오랜 역사만큼 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팔상전, 칠성각, 만세루, 범종루, 천왕문 등 귀중한 문화재들을 품고 있다. 평상시 자주 쓰던 야단법석, 이판사판 그리고 괘불지주에 관련된 이야기를 문화해설사를 통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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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쉼休,투어 단체사진 불갑사에서 ⓒ 영광군청 홈페이지 제공

 
집에 돌아와 가수 장민호의 '상사화'를 들으며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천년의 역사와 자연, 음식을 통해 지친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보고 먹고 즐기며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블로그(mjmisskorea, 북민지) "애정이넘치는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애정이넘치는민지씨 #북민지 #영광쉼투어 #방방곡곡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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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저널에 기고한다.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넘치는민지씨>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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