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자갈일까? 알일까?... 내성천의 보물을 소개합니다

[내성천 생태조사] 깃대종 멸종위기 흰목물떼새, 산란중 ... 생태계 위해 영주댐 수문 열어야

등록 2023.04.24 10:24수정 2023.04.24 10:58
1
원고료로 응원
a

2023년 4월 21일 오전 9시 회룡포의 모습. 모래톱에 풀들이 많이 자라났지만, 이곳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통해 모래톱을 긁어서 이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놨다. ⓒ 데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1일 생태조사를 목적으로 내성천을 다시 찾았다. 4월이 다 가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였다. 내성천의 깃대종인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들이 올해도 산란에 성공했는지가 궁금했다. 내성천 중류에 들어선 영주댐의 영향으로 내성천의 생태 환경이 나날이 바뀌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흰목물떼새들이 올해도 잘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맨하류 회룡포에서부터 영주댐 바로 아랫마을인 무섬마을까지 둘러봤다. 회룡포 모래톱과 예천 보문면 우래교 아래 모래톱 그리고 무섬마을 직하류 모래톱을 살펴봤는데, 다행히 세 곳 모두 흰목물떼새의 알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꼬마물떼새의 알집도 눈에 보였지만 이 시점엔 대부분 흰목물떼새 알이 많이 보인다. '흰목이'가 '꼬마'보다 일찍 산란하는 경향을 보여줬기 때문에 올해도 역시 꼬마보다 더 일찍 산란을 했을 터였다. 꼬마보다 알이 조금 더 크고 빛깔도 약간 푸른빛을 보여 크기와 색으로 흰목물떼새의 알을 식별할 수 있다.
 
a

회룡포 모래톱에서 발견된 흰목물떼새 알집의 알들. 앙증맞게 예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내성천 깃대종 흰목물떼새 알집을 찾아서

세 곳 모두 알집에 각각 세 개의 알이 들어 있었다. 4월 초순에 산란했다면 28일 정도 후에 부화를 하니 곧 부화에 성공할 것이다. 다음주에 다시 확인해보면 알을 깨고 나온 새끼 '흰목이'들도 확인할 행운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들의 국내 최대 서식처로 평가받고 있다. 영주댐으로 수몰된 지역에 더 많은 개체가 보고되고 있었기에 댐의 영향으로 그 개체수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아직 적지 않은 개체수가 이곳 내성천 모래톱을 기반으로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모래톱의 육화 속도가 엄청 빨라지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흰목물떼새나 꼬마물떼새들은 모래톱 위 자갈돌이 깔린 곳에서 주로 산란하는데, 풀숲의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a

모래톱 자갈돌 위해 산란한 흰목물떼세의 알집.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자갈과 유사한 보호색을 띄고 있는 알들인지라 천적에 의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자갈밭을 선호한다. 그러나 자갈이 많이 없을 때는 모래톱 위에도 산란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래톱이 점점 육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래톱에 풀과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넓은 개활지로서의 모래톱이 사라진다. 훤히 시야가 확보되는 넓은 개활지 모래톱이 있어야 천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산란을 하는 물떼새들의 습성을 배경으로 두고 보면, 현재의 급격한 육화 현상은 이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위기다. 이 위기가 초래된 것은 무엇보다 영주댐의 영향이 크다. 영주댐으로 막혀 모래와 강물이 예전처럼 내려오지 않으니 영주댐 하류의 모래톱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모래의 흐름은 완전히 끊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모래가 내려와 덮이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영주댐 때문에 생긴 내성천의 급격한 생태 변화

따라서 내성천의 육화 현상과 그로 인한 물떼새들의 개체수 극감 현상은 바로 영주댐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 영주댐은 이처럼 댐 준공 이후 담수가 '녹조라떼'로 변해버려서 댐 무용론이 불거지는 등 큰 사회 문제가 됐을 뿐 아니라, 강의 생태환경에도 엄청난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a

자갈돌이 많이 없는 곳에서는 이렇게 모래톱 위에 그대로 알을 낳기도 한다. 보문면 우래교 아래 모래톱에 산란한 흰목물떼새의 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a

무섬마을 아래 모래톱 한 곳에 앙증맞은 알을 놓아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비단 물떼새들뿐일까. 무수한 생명들이 내성천의 급격한 생태환경 변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댐을 지을 때 왜 신중해야 하는지 이들 물새들 생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영주댐은 이처럼 많은 것을 앗아갔거나 앗아가고 있다. 내성천의 또다른 깃대종인 멸종위기종 1급의 귀한 우리 고유종 물고기 흰수마자는 이곳 내성천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역시 멸종위기종 1급인 먹황새도 내성천을 떠난 지가 벌써 5년째다.

댐은 이들 깃대종 이외에도 다양한 새들과 어류 그리고 양서파충류를 넘어 포유류들까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댐이 들어서게 되면 물리적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변화 또한 수반된다. 댐이 왜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이곳 내성천에서 확인할 수 있다.
 
a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담수 후 매년 녹조라떼를 넘어 '독조라떼'가 만들어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여름이 찾아오면 영주댐 담수에서 또다시 '녹조라떼', 아니 '독조라떼(독이 든 녹조라떼)'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그 독조라떼를 먹고 물고기가 살아가고, 그 독조라떼 물로 인근 주민들은 농사를 짓게 될 것이다. 또한 독조라떼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의 영향으로 독이 든 공기를 마시고 댐 주변 주민들은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야생동식물들도 마찬가지로 겪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재앙이다. 재앙을 하루빨리 멈춰야 한다. 다행히 댐의 수문을 열어 물만 방류해도 내성천의 수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관련 기사 : "영주댐 녹조 해결책은 수문 완전 개방…엽록소 농도 절반 줄어")도 나왔으니 댐을 하루아침에 철거할 수 없다면 수문이라도 활짝 열어서 내성천 물길의 흐름을 되찾는 게 우선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생태적 변화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그것은 거꾸로 생태계 전반의 긍정적 변화를 수반한다. 사라졌던 종들이 다시 내성천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성천이 비로소 내성천다워 지게 되는 것이다.

흰목물떼새 유조를 만나고 싶다
 
a

흰목물떼새 유조가 둥지를 벗어나 물가로 나왔다가 사람들을 만나자 납작 엎드려 가만히 있다. 2022년 6월 당시 사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흰목물떼새 알집의 앙증맞은 아름다움을 보면서 내성천의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 수억 년간 누대로 내려온 그대로의 내성천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변화다.

4월 말이나 5월초 알을 깨고 나온 흰목물떼새의 유조를 만나고 싶다. 모래톱 자갈밭에 꼼짝없이 엎드려 있는 녀석들의 치열한 생존 본능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 옆에 가만히 앉아 이런 내성천의 아픈 흑역사를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나서 내성천의 새로운 희망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희들이 그 희망의 증거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십수년 동안 내성천을 오가면서 내성천의 생태환경 변화를 기록하고 오미아뉴스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내성천 #흰목물떼새 #영주댐 #육화현상 #모래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