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캠페인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캠페인
그린피스
장마리의 말처럼, 은폐와 왜곡 그리고 불투명이라는 성벽과 방패 안에서 만들어진 '원전 안전 신화'는 내부고발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아주 조그만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틈에서 장마리는 무엇을 고민하였고, 또 어떤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
"월성 원전의 방사능 유출 문제를 알리게 되면서,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서 꼭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와 오랫동안 연대해왔던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김석연 변호사님, 지역에서 전문가 강의를 스무 번 하면서 알게 된 지역의 활동가 선배들, 열성적으로 취재하고 있던 포항 MBC의 장미쁨 기자, 게다가 진행하던 과정에서 추가로 공익제보자가 나타난 거죠. 물론 저도 '우리의 기대처럼 이 문제가 제대로 알려질까?'라는 고민도 했지만... 계속해서 이 문제를 함께 알리는 사람을 만나고, 무엇보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자신들이 받아온 피해를 직접 증언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정말 중요했죠.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지만, '어, 저거 더 알고 싶은데? 피해자분들은 어디가 아팠지?' 이런 작은 관심에서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그 모든 사람과 그들의 활동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작용했던 것 같아요. 시민들은 '어떻게 공익을 추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국가의 기관들이 혹은 준 국가기관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나'하는 분노를 하게 되는 거죠. 우리가 잘 모르는 시간 동안 갑상선암 피해자들이 생겼고, 누구는 사망했고,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가족까지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 거죠. '나 이 일에 참여하고 싶어, 그 사람들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서명과 후원, 언론이나 방송 댓글과 공유...' 많은 분들이 이런 다양한 방식으로 저희를 지지했는데, 저는 거기서 시민들의 반응을 느꼈어요."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방사능 유출 문제'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심하고 고민했지만, 결국 "이 길이 맞다"라는 확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장마리는 하나를 더 바라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활동과 참여, 때로는 내부고발로 가능해진 월성 원전 방사능 유출 문제를 다루면서, "어떤 식의 결실은 꼭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말하는 '꼭 내야 하는, 꼭 내고 싶은 결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용기내어 제보한 이들... "책임감 느꼈다"
장마리는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누출 문제로 두 명의 공익제보자가 나타났고, 그중 본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린 이희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위촉 연구원이 참여연대에서 시상하는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 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정말 공익을 위해서, 자신의 많은 것을 걸고, 위험을 무릅쓰며 희생을 감수하고 언론과 대중 앞에 서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하신 거잖아요"라며 힘든 상황에서도 공익을 위해 제보한 이희택씨를 손꼽아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희택씨를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 상'으로 선정한 이유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30년 넘게 근무하며 원전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해 온 이희택씨는 보고서를 통해 KINS에 월성 원전에서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실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누수 때문이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높인다며 2012년에 설치한 격납건물여과배기(CFVS) 설비가 수조 바닥을 7곳이나 관통해 차수막이 파손되었다는 사실들을 KINS 내부에 알려왔다. 이후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물이 새고 있음을 촬영한 사진, 영상 등의 증거가 나오고 원자력안전위에서 이를 인정했음에도 방사능 누출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2022년 10월, 결국 본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0월 22일 뉴스타파 '방사능 줄줄 샌다...어느 원전 전문가의 고백' 기사에서는 이희택 박사가 상급자인 A 본부장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는데, 이 박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당시 A 본부장은 이희택 박사에게 "향후에도 그 부분을 잘 확인해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선배님이 사업자들한테 하고 싶은 조치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내부적으로 잘 고쳐지면 되는 거 아닌가 정도로 들린다. 그러나 이희택 박사는 "아니요. 나는 국민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내용을 오픈해서 국민들이 알게끔 해야 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단호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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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기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제가 그분이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수년간 홀로 힘써온 이력과 정리한 자료들이 공개됐을 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고독한 여정을 선택하기 위해 거쳤을 여러 고민들을 감히 짚어봤어요. 특히 누출 문제를 같이 진행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굉장히 감사하다.' 이분은 자신의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계신 거잖아요. 나도 그렇게 멈추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어요.
사실 이희택 박사님은 공익제보를 한 뒤에도 아직 재직 중인데, 저처럼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주변 모두가 지지해줄 수 있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계신 것도 아니잖아요. 40년 가까이 KINS에서 일해서, 그게 전부일 텐데. 진실을 위해,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런 제보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원전의 안전 문제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지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 무엇보다 책임감을 느꼈죠."
장마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누군가와 어딘가에서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이 문제를 더 잘 알리기 위한 책임감을 느꼈다. 또한 이 책임감은 '꼭 성공하고 싶은, 꼭 결실을 내고 싶은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나타난 공익제보자들의 활약과 우리를 지지해주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제기한 입장에서 그린피스가 이것을 하지 않았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일종의 기분 좋은 부담감' 같은. 저로서는 정말 죽을 때까지 못 잊고, 이 일을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마지막까지 감사하다는 마음일 거고요.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진행하는 이 캠페인에 동의하고 함께 싸워줄 분들이 정말 많을 텐데, 전 항상 그런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고, 만나고 싶어요. 그분들이 거기, 그곳에 계시는데, 황분희 어머니처럼 오랜 시간 마을에서 상여시위를 하는 분들도 계시고, 또 활동가, 기자, 변호사들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서 이 어려운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저와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료시민'이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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