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0회권을 뽑는 순간이때까지만 해도 신나서 아들은 기록을 남겼다.
유종선
지하철은 곧 도착했고 우리는 열차에 탔다. 그런데 노선도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반대로 탄 것 같았다. 가야할 역엔 불이 꺼져 있고 지나온 역(으로 추정되는 역들)에는 불들이 켜져 있었다.
"내리자! 반대편인가 봐."
"네?"
아직 울음을 멈춘 지 얼마 되지 않는 아들은 아빠가 이끄는 대로 하릴 없이 열차에서 내려 표를 넣고 개찰구를 나갔다. 반대편에서 나는 10회권을 다시 사서 아들과 지하철에 탑승했다. 그리고 한 정거장을 간 후 깨달았다. 아까 거기가 맞았구나.
"우주야, 아까 그 방향이 맞았어. 다시 내리자."
울먹울먹, 오열이 다시 장전되고 있었다. 얼른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지하철 역을 나갔다. 넓은 길이 나왔다. 우주는 아까부터 쉴 새 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고 나는 거의 정신이 나가 있었다. 나는 반대편(으로 추정되는)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탄 열차도 우리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대혼란. 우주는 결국 오열을 발사했다. 집결 시간도 지났다. 예약한 가이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디까지 오셨나요?"
"제가요… 지하철을 잘못 타서요…."
"네? 어디신데요?"
"반대편으로 다시 내려갔는데도 지하철이 거꾸로 가서요, 여기 왜 이런 걸까요...."
"아... 네...."
출근시간이라 택시도 좀체 잡히지 않았다. 우주에겐 하늘이 무너져 있었다. 우아앙 울다가 갑자기 우주가 말한다.
"이거 인종차별 아니에요?"
"에이 그건 아니야. 아무 상관 없어."
어디서 그런 건 읽었니… 차라리 그런 거라면 아빠가 이렇게 창피하진 않겠다. 그런데 제발 좀 그만 울자. 내가 울고 싶다, 야. 오래 기다려 간신히 우버를 탔다. 한 시간 전 숙소를 나설 때는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었는데 지금은 관광지를 벗어난 도로에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택시를 탄 아들은 모든 게 서러웠다.
집결 시간을 한참 지나, 현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가이드 투어에 합류했다. 합류하자마자 우주는 가이드 분께 나의 실수를 고해바쳤다. 사람들이 비교적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민폐일까 봐 가장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방해를 끼친 것 같진 않았다.
여행의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