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와아집도 속의 표암, 김덕형, 심사정, 최북, 허필. 김홍도.당대 조선에서 한 가락씩 하는 인물들이 모여 풍류를 즐겼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책상에 기대어 거문고를 타는 사람은 표암이다. 곁에 앉은 아이는 김덕형이다. 담뱃대를 물고 곁에 앉은 사람은 현재이다. 치건을 쓰고 바둑 두는 사람은 호생관이다... 구석에 앉아 바둑 두는 것을 보는 사람은 연객이다... 퉁소를 부는 사람은 김홍도이다. 인물을 그린 사람은 또한 홍도이고, 소나무와 돌을 그린 사람은 곧 현재이다. 표암은 그림의 위치를 배열하고, 호생관은 색을 입히고, 모임의 장소는 곧 균와이다." - <시대를 앞서간 예술혼, 표암 강세황>(전시도록)
표암은 어떻게 하면 우리네 산수를 더 깊이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적극적으로 서양화법을 도입하여 <송도기행첩>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화훼도를 통해 여러 풀벌레를 담백한 그림으로 남겼다. 그의 초충도는 무를 넣어 우려낸 맑은 황태장국을 먹는 느낌이다. 단순하고 심심한 느낌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무의식에 남아 계속 떠오르게 만든다.
떼창을 하는 여치 무리
<패랭이와 방아깨비>, <벼와 방아깨비>, <모란과 나비> 등의 작품으로 메뚜기 무리와 나비류를 자주 그렸다. <맨드라미와 여치>라는 작품을 남기면서 적은 글을 보면 누군가의 "주문으로 억지로 그리지 않아서 즐겁다"고 썼다. 맨드라미의 묘사는 과감히 생략하고 여치는 일부러 부각시켜 강약의 리듬감을 화폭에 담고 있다.
여칫과에는 여치를 비롯하여 베짱이, 쌕쌔기, 매부리 등이 속해있다. 여치가 비교적 똥똥한 몸통에 겉날개가 배끝까지 자란다면 베짱이는 날렵한 체구에 날개가 몸집의 두 배 정도로 길어서 잘 날아다닌다. 덩치는 여치가 조금 커서 40mm를 넘으며 베짱이는 35mm 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