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4월 4일 대전 시청네거리에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우리 동규가 그날 왜 못 돌아왔을까요?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
아직 아이 사망 신고도 못 했어요.
아이의 마지막 말도 듣지 못하고 마지막 모습도 보질 못했어요. 부모로서 자식이 이 세상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을 알고 싶은데 모든 게 다 추정, 추정, 추정뿐이에요.
소방일지를 받았는데, 동규에게 온기가 남아 있었고 미세하게 맥이 있어서 제세동기를 사용했대요. 그런데도 사망 시각이 10시 15분, 추정이에요. 나랑 그날 밤 9시 50분까지 카톡도 했는데. 사고가 10시 넘어 발생했다고 하고, 제세동기까지 사용했으면 10시 15분 사망이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 정확한 시간과 위치는 아니더라도, 정부가 갖고 있고 모을 수 있는 정보라도 모아서 최대한 사실에 가깝도록 확인해주길 바랐던 건데. 그 정도의 노력도 없으니 정부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 아이 마지막 행적이라도 찾고 싶어서 날이면 날마다 인터넷을 뒤지다 동규 사진을 발견했어요. 그 많은 아이들과 함께 노란색 타올을 덥고 이태원 바닥 쓰레기더미 옆에 대자로 뻗어서 누워있는 사진. 그걸 봤을 때는 뭐라고 말로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길바닥에 그렇게 누워있도록 누군가는 우리 동규를 옮겼을 거잖아요. 혹시라도 거기 있던 사람이 들고 있던 카메라나 경찰 바디캠에 찍혔을 수도 있으니까, 알아봐달라는 거예요.
당일 현장에 있었던 소방공무원을 만났는데 그분이 밤 11시 50분에서 12시 사이에 현장에 도착했대요. 사고가 나고 1시간이 지났을 때인데도, 성인 남자 허리 높이만큼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대요. 새벽 4시까지 현장에 정말 사람 머리밖에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대요. 길이 막혀서 구급차에 태워놓고도 45분 동안 출발을 못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건 제대로 통제가 안 됐다는 얘기인 거잖아요? 이 사고가 저 먼바다에서, 어디 높이 날던 비행기에서 난 사고가 아니잖아요? 끝과 끝이 아주 짧은 골목, 누구나 다니는 도시 한 가운데 길거리에서 난 사고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밖에 대처를 못 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여름이 되면 물놀이 가고 가을이 되면 단풍놀이 가고 다들 그렇게 다니잖아요? 그거랑 똑같이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즐기러 이태원에 간 것뿐이에요.
그날 하루만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라 해마다 있는 축제였고 그동안 문제가 없었잖아요? 놀러 간 게 문제라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만 있어야 하나요? 그렇지도 않잖아요? 거기가 그렇게 사람 죽는 곳인 줄 알았으면 어느 부모가 아이에게 "잘 갔다와" 그러겠어요. 거기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었고, 누구나 다니는 골목이었어요. 그런 곳에서 아이들이 죽은 거예요.
"우리는 가해자가 아니에요, 피해자입니다"
이 많은 사람이 참사를 당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아이들은 얼굴도 내비칠 수가 없고 이름조차도 내보일 수가 없는 걸까,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녹사평역에 우리가 분향소를 차렸지만 임시라고 생각했어요. 정부가 제대로 된 분향소를 해줄 줄 알았죠. 하지만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서울시에서 제안한 곳들은 어느 한 곳도 저희 아이들 사진을 갖다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어요(서울시가 제시한 3곳은 모두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임대료가 비싼 상업용 건물이었다 - 기록자 주).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유가족이 거절했다는 말만 하니까 사람들은 저희한테 그러는 거예요.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 얼마나 으리으리한 데를 원하냐?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녹사평역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분향소가 있는지 모르시는 분도 많았어요. 우리는 상처를 입고 너무 아픈데 '신자유연대'라는 사람들이 와서 안 들어도 될 말들까지 해대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참사 100일(2월 5일)을 기점으로 서울 시청으로 분향소를 옮겼어요. 처음에는 광화문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서울시와 정부가 전날부터 차벽을 치고 경찰을 배치해서 막다 보니 결국 서울시청 앞으로 가게 됐어요.
기자들을 만나면 저희는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아픈 얘기를 꺼내서 말하는 건데... 아, 참 교묘하게 기사들을 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대로 전달이 안 되니까 저희에게 함부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시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하고 싶었어요. 시청 앞 분향소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 박진 외교부장관, 권영세 통일부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이희훈
저희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물러날 뜻이 없어요. 서울시와 정부가 영정도 위패도 없이 엉터리로 했던 분향소를 이제 제대로 차린 거잖아요.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계고장을 보내 강제 철거를 하겠다고 협박을 해요.
분향소에도, 유가족 대기실로 만든 천막에도 전기가 없어요. 추위를 막으려면 비싼 기름을 써야 해요. 그마저도 아껴야 해서 웬만하면 잘 켜지 않아요. 분향소도 급하게 만들다 보니 엉성해요. 어제오늘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다 보니까 계속 휘청휘청하고 아이들 영정 사진이 떨어지기도 했어요(5월 12일 현재, 분향소의 상황은 그대로다. 날이 더워지면서 유가족 등이 분향소 내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편집자 주).
대통령은 사과조차 하지 않아요. 저희 유가족한테는 눈을 감고 귀와 입도 닫으셨죠. 왜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저희는 피해자지 가해자가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너무 힘들어요. 화가 나요. 이 가슴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품고 살고 있어요.
매일 철거를 하네 마네 하는 소리에 마음 졸이지 않고 편하게 아이들을 보러 오고 싶어요. 추모해 주러 오시는 분들한테 진짜 위로도 받고 싶어요. 시민들께서 이 아이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마지막 희생자인 사회가 되도록 시민들께 도움도 받고 싶어요. 그런데 강제 철거를 하겠다고 하니 매일이 불안해요.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지난 4월 11일 서울시는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에 변상금 2899만2760원을 내라는 통지서를 보냈다 - 편집자 주).
"매일 10월 29일로 되돌아가요"

▲지난 4월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조혜지
분향소에 와서 이렇게 움직일 때는 지치는 줄도 몰라요. 내 아이 일인데, 내가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밖에 없으니까 힘든 줄도 몰라요. 근데 집에 가면 그 공허함을 견디기가 참 힘들어요. 아, 내가 오늘도 뭔가를 하긴 했나? 뭐가 바뀌긴 바뀌었나... 밤만 되면 나는 또 10월 29일로 돌아가는 거예요.
얼마 전부터는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 동규를 떠나보낸 게 어제 일 같은데 벌써 4개월이 다 됐네. 이러다 1년도 금방 갈 텐데, 그 순간에도 이룬 게 아무것도 없고 그때까지도 내가 살아 있으면 어떻게 하지?
아이를 보냈는데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이해도 안 되고, 살겠다고 밥을 먹는 나 자신에게 치가 떨려요. 우리 아이는 살고 싶었던, 하지만 살 수 없는 오늘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의미 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거예요. 그게 매일 반복돼요. 시간이 빨리 지나면 내가 우리 아이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지는 거겠지 그 생각만 들고. 그렇다고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없어요. 살아있는 동규 동생, 그 아이까지 놓치면 안 되니까...
내가 우리 동규를 17년을 키웠으니까, 우리 동규 키우던 날들을 생각하며 지내다 보면 17년은 살아질까요? 날이 좋으면 우리 아이 때문에 날이 좋은 거고, 뭔가 좋은 일이 있으면 우리 아이 때문에 좋은 일이 있는 거고, 웃을 일이 있으면 우리 아이 때문에 내가 이렇게 웃는구나 싶은 날이 나한테 올까요? 언제쯤이면 그렇게 될까요?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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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 https://416ac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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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말합니다, "밤만 되면 10월 29일로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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