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00쪽. 101쪽. 본문
문종필
"이 책은 나의 감정을 관찰한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왜 우울할까? 나는 왜 이 상황이 불편한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원인을 찾았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나'를 정직하게 인식하는 과정이 기록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최다혜는 "나의 자존을 끊임없이 끌어내리고 있던 것은 바로 나"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본인도 엄연히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작가'를 이상적인 존재로 떠받들었던 시절을 반성하기도 한다. 긍지가 부족했던 '나'를 거울을 통해 쳐다본 것이다. 그러나 다소 위축된 '나'의 이런 모습은 시간이 점차 지나가면서 작가'되기'의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전시회에 찾아온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탐닉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쳐다보면 '미래'를 설계한다. 즉, 그녀는 "나는 이미 작가로서 완벽한 조건들을" 갖추었다고 '확신'하게 된다. 보잘것없었던 자신을 온전히 응시하며 과거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나'는 '나'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작가탄생 서사만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고백의 형식이 그림을 통해 색다르게 펼쳐진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회화'의 형태로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있으니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지점은 텍스트 보기의 즐거움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최다혜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짧은 호흡이다. 짧은 호흡으로도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은 한 작가의 스타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뭔가 조금은 더 길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
긴 서사로 자신의 장점을 증폭시켜야 할 때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이런 바람은 그녀의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애정 섞인 마음이다. 언젠가 긴 호흡을 통해 그녀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최다혜는 자기소개에 이런 말을 적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형식'을 <우월하다는 착각>을 통해 독자들이 마음껏 즐기기를 바란다. 최다혜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말을 적는 것으로 이 짧은 리뷰를 마친다.
우월하다는 착각
최다혜 (지은이),
곰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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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를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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