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닦는 날
이훈보
생산성과 효율
창을 닦는 것을 일상의 업무로 가져오되 수고스럽지 않아야 하기에 우선 도구를 개편했습니다. 작은 분무기와 걸레가 아니라 긴 노즐이 달린 중형 압축분무기와 물기를 제거할 때 쓰는 와이퍼를 구입합니다. 이제 저는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나 꽃가루가 날리는 다음날이면 서둘러 대형 분무기에 물을 채우고 창에 뿌려댑니다.
넉넉한 분무로 창에 물기를 뭍히고 먼지들을 충분히 불려줍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단숨에 와이퍼로 물기를 닦아 내죠. 마무리는 부드러운 천으로 얼룩을 제거합니다. 그럼 생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빠른 속도로 창문을 닦을 수 있습니다. 길어도 십분이 넘지 않고 크게 수고스럽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창을 닦고 있을 때면 늘 어린시절의 제 모습이 떠오른곤 합니다. 대체 왜 그때는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우선 장비가 없었겠죠. 하지만 큰 틀에서는 창을 어떻게 닦아야 한다는 개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창을 닦으라는 지시만 있었고 효율적으로 닦는 방법을 배우지는 못했지요. 노동력과 신문지는 풍부했으니 효율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이제 와서 그 가르침에 대해 따지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행위가 그대로지만 효율이 납득이 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지점이죠. 업무시간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을 해야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인내합니다. 다만 그 효율이 중요하죠. 생산성과 효율은 누군가를 짜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쉴 시간과 일상의 회복을 위해 중요한 개념이 되어야겠죠.
자본주의가 생산성과 효율을 이야기하지만 그 목적이 착취가 되어서는 안될 겁니다. 매몰되기보다 되살아나기 위한 효율이 우리에게 필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때 한 잔의 커피가 함께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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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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