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핼러윈 데이 대비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비롯한 경찰간부들에 대해 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 경찰들 첫 공판... 유족들 "말 안 되는 핑계로 유가족 우롱" ⓒ 유성호
지난 공판 준비기일에서는 각 피고인의 엇갈린 주장이 제기됐다. 지시를 내린 두 상급자는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한 반면, 이들의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한 하급자는 혐의를 인정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그런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이태원 유족, 법정에서 정보경찰 향해 "간곡 호소" 외친 까닭 https://omn.kr/23cry ).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발생의 원인 규명을 위해서라도, 정보 보고서 삭제 사건의 책임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이남훈씨 어머니 박영수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고서는 책임자들이 사전에 대비하고 주의에 귀 기울였다면 참사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라면서 "보고서를 삭제한 이유는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일 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음에도 경찰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유가족들을 우롱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참사 재발 방지의 관점에서도 해당 재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씨는 "안타까운 희생들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사건의 진상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사건 은폐를 위한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정보경찰의 보고서 삭제 행위는 절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므로, 진실을 향해 싸워가는 유가족들이 이 사건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TF 소속인 천윤석 변호사는 공소장에 적시된 사건의 주요 쟁점을 설명하며 피고인 측의 주요 주장들을 반박했다. 천 변호사는 '규정에 따라 목적이 달성된 보고서는 폐기돼야 할 보고서'였다는 주장에 대해 "문서가 삭제된 시점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새로운 목적이 (보고서에) 부여됐으므로 해당 보고서는 폐기돼선 안 되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같은 TF 소속인 전수진 변호사는 영국 힐스버러 압사 참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증거 삭제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기관의 조직적 진상 은폐에 대한 문제점들을 함께 지적했다. 그는 "(당시 영국 사우스요크셔 지방경찰은)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경찰에 불리한 증언을 삭제했다"면서 "경찰의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증거인멸과 은폐로 경찰, 시청, 경기장 관리 관계자 모두 불기소 처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힐즈버러 독립조사위원회는 재조사를 통해 경찰이 참사 직후 범죄집단 수준의 진실은폐와 공작을 자행했음을 밝혀냈다"면서 "힐즈버러 참사와 같은 경찰의 조직적 은폐와 책임자 처벌 방해가 이태원 참사에서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핼러윈 데이 대비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비롯한 경찰간부들에 대해 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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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위험 보고서' 삭제 이유는 단 하나,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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