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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된 버스, 64세 기사... 오도 가도 못하는 오지 주민들

춘천시 오지마을 조교리 마을버스 운영난... 고령 주민들 시장·병원 출입 언감생심

등록 2023.05.23 16:15수정 2023.05.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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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진입 전 나오는 구불구불한 고개길과 경고판(좌). 조교 1리를 지나 좁은 길을 달리면 나오는 조교 2리 입구와 '기업형 새농촌 선도마을 선정' 플랜카드(우). ⓒ 한림미디어랩 The H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조교2리 주민들은 시내로 나오기 위해 1km 거리를 걸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너간다. 육로로는 홍천으로 나가 다시 춘천으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1972년 소양강댐 건설로 인근 지역이 수몰되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주민의 귀중한 이동 수단이던 마을버스가 기사·예산 부족 등 운영상의 문제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1일과 15일, 누리삼 마을로 불리는 조교2리를 찾았다.

내부 엔진 과부화, 정년의 버스기사
 
 
나갑순(82·여)씨는 "마을에 정착한 뒤 20년은 배로 다녔는데, 마을에서 선착장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해. 시내에 장 보러 마을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나씨뿐 아니라 70, 80대가 다수인 조교2리 주민 전체에 해당된다.  

소양강댐 건설로 졸지에 '오지'가 돼버린 조교2리 주민들은 장이나 병원에 가는 일에도 큰 결심이 필요했고,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위해 일찌감치 부모님과 떨어져야 했다.

마을버스가 들어선 것도 한참 뒤인 2013년에서야 가능했는데 당시 이장을 맡고 있던 고 황해범씨의 공이 컸다. 강원도에서 진행한 새농촌건설운동 사업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마을에서 자동차를 구입했고, 황 전 이장이 춘천시를 설득한 끝에 운영비를 지원받게 됐다.

결국 이렇게 마을에서 버스를 직접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첫 사례가 탄생했고 2014년 농림축산부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으로, 이듬해에는 '전국 최우수' 교통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게 10년을 달린 마을버스는 2023년 현재 내부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점점 정기운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사 확보와 적정한 인건비 조달이다. 평소 마을에서 두촌터미널까지 하루 세 번 왕복 운행하는 이 마을버스의 기사는 역시 황해동(65)씨가 맡고 있다.

마을버스 시작 당시부터 변함이 없는 하루 5만 5600원의 기사 인건비로는 생활이 어려워 양봉업, 산양삼 농사 등에 종사하며 기사일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춘천시민버스 기준 노동조합과 사측이 정한 기사 정년이 만 64세임을 감안하면 새로운 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황 기사를 대체할 마을의 젊은 인력도, 현재 인건비로 외부에서 들어올 버스 기사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 교통과 관계자는 "하루 세 번 노선을 왕복하기에 운행시간이 짧다"며, 인건비 증액에 관해서도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교리 마을버스 지원금 연 4000만 원. 이를 통해 차량 유류비와 수리비, 보험료 등과 기사 인건비 등을 지출한다. 그러나 운영 10년 차에 접어든 지금, 인건비는 물론 차량 노후화에 따른 유지비용, 지난해 경윳값 파동 등 불안정한 유가 등 조교리 마을버스 운행의 장애물은 점점 그 무게가 커지고 있다.

"나이 80살, 병원 가야 하는데..." 도움 필요해

마을버스 사무장을 맡고 있는 황희숙(49·여)씨는 "지난해에는 유류비가 한 달에 70만~80만 원이 나오기도 했다"며 "사람이 없을 땐 장날에 시장에도 안 가고 이미 많이 아끼는 중"이라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버스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주민들이 장보러 혹은 병원에 안 갈 수는 없다. 조교 1리에 머문 지 60년이 넘은 변옥환(83·여)씨는 "다른 사람 차 빌려 타서 병원 가면 기름값이라도 주고 가야지 그냥 가냐"며 차 없는 어려움을 전했다.

조교 1리에서 나고 자란 나정애(86·여)씨도 "남의 차 빌리면 불편스럽고, 돈은 더 들어간다. 그게 얼마나 치사스러운가"라고 말했다. 조교 2리의 나갑순(82·여)씨는 "차를 얻어 타면 기름값으로 하루 품값을 따져 4만~5만 원씩 줘야 한다. 양심상 미안하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주민들이 마을버스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을 뻔히 아는 황씨도 고민이 많다.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막상 할 사람이 없으니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 자신도 나이가 들다 보니 병원 갈 일이 잦아지고 하면서 "버스 운전 시간 만들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소양강댐 건설 이후 주변이 수몰되면서 오지 마을이 된 조교리 주민들은 장 보러, 병원 치료하러 시내 나갈 일이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승윤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조교리 마을버스 #오지마을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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