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무렵
정수아 제공
- 부모님이 학기 초가 되면 선생님한테 입양가정이라고 말했나봐요?
"선생님들도 입양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혹시 수업시간이나 학교 생활하는 중에 제가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으신 거죠. 저한테 선생님한테 말해도 되는지 물어보시고 괜찮다고 하면 미리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것도 제가 좀 자란 후에는 저한테 맡기졌지만요."
- 부모님이 수아씨 어릴 때부터 입양모임을 활발하게 하셨잖아요. 그때부터 만나는 입양친구들 있어요? 그 친구들과 다른 친구들과 느낌이 어때요?
"서너 명 있어요. 다른 친구들하고 느낌이 다르죠. 입양친구들은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다 알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훨씬 마음도 편하고 그래요."
- 입양이라는 사실이 친구관계에서 부담이 되긴 했네요?
"어렸을 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살면서 계속 그걸 생각하진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느껴져요. 저에 대한 자존감도 생기고 학교 다니고 일상을 사는 것도 바빠지고요."
- 입양된 본인하고 엄마가 낳은 동생들하고 부모님이 차별을 두진 않겠지만 혹시 본인 마음이나 느낌으로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거나 하진 않나요?
"아니요. 전혀요. 그냥 저는 동생들 언니고, 엄마아빠 딸이고, 그런 생각밖에 없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아빠한테 입양에 대해 똑바로 배웠고 입양 관련 행사나 캠프 등을 빠지지 않고 다녔어요. 입양이 저한테는 너무 자연스러운게 됐기 때문에 어떤 다른 느낌이나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 생각 없이 나온 질문
- 낳아 준 분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나요?
"5학년 때인가 엄마하고 둘이 누워서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내 엄마는 어디 있어?'라는 질문을 했어요.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하니까 엄마 표정이, 완전 멘탈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네 엄마인데' 하는 느낌이요. 엄마가 너무 놀라서 아빠한테 말하고 울면서 다시 아빠한테 낳아 준 엄마 보고 싶다고 했어요. 아빠가 다음 날 홀트 사무실에 문의했더니 거기 선생님이 제가 너무 어리니까 좀 더 커서 그 때 찾아도 늦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고 아빠가 전해주면서 넘어갔어요."
-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었어요. 호기심에 물어본 거였어요. 저도 모르게 어떤 마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때 이후로는 그런 마음이 한 번도 들지 않았어요. 지금도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진짜로요. 아무 느낌이 없어요."
- 입양 친구들은 어때요?
"친구 중에 한 명이 (낳아준 부모를) 만났다고 했어요. 한 번 만나고 그 뒤로는 안 만난 걸로 알아요. 한 번으로 끝이었던 거죠.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그 친구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요."
- 입양 친구 중에 입양 때문에 어려움 겪은 친구 없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입양사실을 처음 알게 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사실을 부모님한테 직접 들은 게 아니라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어요. 부모님이 그제야 입양가족 모임에 나오기 시작하고 캠프에도 보내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그 친구를 만난 거죠.
한동안 정말 힘들어 했어요. 엄마아빠가 미웠다고 했어요. 좀 더 빨리 직접 말해줬으면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았을 거라고 그랬어요. 입양모임에 꾸준히 나오면서 조금씩 좋아졌어요."
-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강사 일을 한다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강사를 하셨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홀트에서 예비입양부모들에게 입양인 당사자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망설였는데 돈을 준다길래 했어요(웃음). 물론 제 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부모님도 권했고요."
-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가족소개하고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경험했던 입양 이야기를 했어요. 또 아무래도 사춘기를 궁금해 하시니까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사춘기니까 힘든거지 입양 때문에 힘든건 아니거든요. 입양이 변명거리는 돼도 실제 그것 때문에 힘든 건 없다고 솔직히 이야기했죠."
"입양사실은 최대한 빠르게 말해주는 것이 좋아요"
- 사춘기를 잘 넘겼나봐요?
"아니요. 저도 힘들었어요. 엄마랑 핸드폰 사용 문제로 싸우고, 화장 한다고 싸우고, 공부 안 한다고 싸우고 뭐 다른 아이들하고 똑 같은 문제로 힘든 거죠. 입양 때문에 힘든 건 정말 하나도 없었고요.
한 번은 엄청 화가 나서 가출하겠다고 마음 먹고 집에 밤늦게까지 안 들어갔는데 갈 데가 없는거예요. 도서관 가서 책 읽다가 밤 10시가 되니까 무서워져서 집에 들어갔어요. 부모님은 아무 생각없이 저를 찾지도 않았대요. 아무튼 그 뒤로는 무서워서 가출 생각은 한 번도 안했어요."
-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가족 안에서 낳은 동생들과 차별 받지 않는지를 가장 궁금해하세요. 입양 사실을 언제 말해주는 게 좋은지도 많이 물어보세요. 저는 최대한 빨리 해주는 게 좋다고 말해요. 저처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입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입양을 특별하지 않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 수아씨한테 엄마아빠는 어떤 사람일까요?
"엄마와는 서로 무척 의지를 많이 하는 사이에요. 엄마도 장녀고 저도 장녀잖아요. 엄마가 저한테 고민 얘기하고 저도 힘들면 쪼르르 엄마한테 달려가서 바로 얘기해요. 그냥 친구 같아요. 아빠는 나무 같은 사람이에요.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그런 사람요."
-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무조건 할 거예요. 엄마아빠를 보면서 컸고 부모님 사이가 무척 좋으시고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