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혜씨 부부
홍주혜 제공
홍주혜(39)씨는 2010년 결혼했다. 남편(박상준, 38)과는 소개로 만나 일 년 연애한 후였다. 두 살 위 언니도 같은 해 결혼했다.
아이를 원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공교롭게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5년을 기다리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는 난임이었다.
원하는데 생기지 않는 데서 오는 갈급한 욕망과 다른 사람들은 원하면 다 되는 임신과 출산이 나만 비껴가는 것 같단 소외감이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일상을 주눅들게 했다.
자연임신에 대한 희망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5년이 지나자 그녀가 먼저 시술을 제안했다. 처음에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세상이 환히 밝아지는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심장이 떨릴 만큼 기뻤다. 일가 친척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기쁨을 나누었다.
8주차, 드디어 아이 심장 소리를 듣는 날이었다. 그런데 심장이 안 뛴다고 했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충격과 조바심이 뒤섞인 3일을 보내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 날도 심장은 뛰지 않았다. 아이가 이미 죽었지만 자궁 안에 있는 계류유산이라고 했다.
그게 마치 본인의 어떤 잘못이나 실수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혜씨가 받은 충격은 컸다. 그 날 시술을 하고 몸도 마음도 온전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 날 마음이 무너져 내렸어요."
하지만 한 번으로 모든 걸 포기할 수 없었다. 두 달 뒤 두 번째 시도를 했다. 실패였다. 처음과 같은 문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까지 생겼다. 잦은 호르몬 처방의 결과였다. 휴식기를 가졌다.
2년 뒤인 2018년 시험관 시술로 세 번째 시도를 했다. 성공은 했는데 자궁외 임신이었다. 아기집까지 본 그날 집에 오자 복통과 하혈을 했다. 이미 두 차례 계류유산의 아픔이 있었는데 이건 충격에 충격을 더한 격이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6개월 후 그녀는 네 번째 시도를 했지만 처음 높게 나왔던 임신 수치가 며칠 뒤에는 떨어져 있었다. 자궁협착이었다. 또 죽은 아이를 떼어내는 시술을 했다. 이번에는 자궁까지 건드려야 했고 전에 없던 다른 약까지 먹어야 했다.
다섯 번째는 많이 망설였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따라 잘한다는 곳으로 병원도 옮겼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과거와 똑같이 8주 만에 계류 유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