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에 따라 골라 먹는 편의점 캔맥주'에 대한 글이었다. 글을 읽는데 마치 먹방 ASMR을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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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가. 국어 숙제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내민 문제가 있었다. 나 역시 이게 무슨 말일까 싶어 한참을 고민했던 문제. 정확한 예시문은 아니나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다들 한번 풀어보시라.
으르렁으르렁 [ ] 말은 재밌습니다.
토끼가 깡충깡충 곁으로 뛰어왔습니다. [ ] 말은 실감이 납니다.
뚫어지게 지문을 응시하다가 내가 빈칸에 적은 말은 [반복되는] 말이었다. 또 하나는 [흉내 내는] 말. 아이에게 혹시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냐고 물으니 그런 것 같단다. 정답은, 딩동댕. 교과서를 보니 반복되는 말, 흉내 내는 말, 실감 나는 말 등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반복되는 말이나 흉내 내는 말은 주로 의성어, 의태어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더 찾아봤다.
의성어는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이에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의성어나 의태어를 사용하면 더욱 재미있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의성어는 '야옹야옹'처럼 반복되는 리듬을 가지고 있어서 말의 재미를 살려 쓸 수 있답니다'라고 하고요. - 네이버 지식백과, 초등 전과목 어휘력 사전
의태어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입니다. 의태어를 사용하면 내용을 더 실감 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천재학습백과 초등 국어 용어사전
의성어, 의태어 둘 다 '실감 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공통점이 보인다. 그러니 글에 여러 가지의 의성어, 의태어가 있을 때는 그냥 흘려 읽지 말자. 제목으로 뽑았을 때 실감 나고 재밌을 수 있으니까.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물론 이유 없이 본문에 넣으라는 말은 아니다). 아래 예시 제목을 보자.
1. 따깍, 코왈 코왈, 포그르르... 입으로 먹는 술이 아니었네
2. 타타타타... 사진 작가들 셔터 소리 빨라지는 곳
1번은 '기분에 따라 골라 먹는 편의점 캔맥주'에 대한 글이었다. 글을 읽는데 마치 먹방 ASMR을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맥주 한 잔을 따르는 소리가 이렇게나 다양했나?' 맥주를 귀로 마신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맥주 한 잔을 먹고 싶어졌으니까. 그렇게 맥주 따르는 소리를 적어 표현한 의성어를 제목으로 뽑아 썼다.
2번은 코로나 시대의 히든 스팟 충남 태안 운여해변에 대한 소개 글이었다. '출사를 나온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란 대목을 부각시키려고 본문에 없는 의성어지만 '타타타타'라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끄집어내 제목으로 지었다. 나는 '타타타타'라고 했지만, 누군가는 '차라라락'이라고 소리를 흉내 낼 수도 있겠다.
'사물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듯이 생생하게 표현한 것'을 감각적 표현이라고 하는데(역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다), 오감을 동원해서 표현한 내용을 제목에서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새롭고 재밌다. 독자를 자극 시키기도 한다. 또 표현을 반복하는 것은 강조의 효과도 있다.
사진을 뚫어지게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