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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 취급받고 끌려 나갈 만큼 잘못한 적 없습니다"

[현장] 야간문화제 강제해산에 경찰 상대 국가배상 소송 제기... "오는 9일, 다시 노숙문화제"

등록 2023.06.01 15:36수정 2023.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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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유린 정부, 경찰상대 국가배상 청구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2차 노숙문화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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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유린 정부, 경찰상대 국가배상 청구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2차 노숙문화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이 사진만 보면, 마치 중범죄를 저질러 끌려가고 있는 형상입니다. 우리 조합원은 단지 문화제에 참석해 뒤에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여성이라고 여경들이 잡아 끌어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속옷이 다 비치고, 가슴이 억눌리고, 내 발로 가겠다고 외쳤는데 (경찰) 6명이 붙들고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초록색 노조 조끼를 입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문 앞에 선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 지부장은 소속 조합원이 경찰에 들려 나가며 절규하는 사진을 들고 있었다. 마이크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박 지부장은 지난 5월 25일 대법원 앞 야간문화제를 진행하다 겪은 과정을 설명하며 "(당시 경찰은) '기자, 시민 여러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달라'고 했다. 그럼 조끼 입은 저희는 폭도이며 폭군이라는 건가"라고 소리쳤다. 박 지부장은 이어서 오열하며 말했다.

"다 잡아 가두십시오. 원대로 듣기 싫은 소리하는 국민들은 다 잡아 가두십시오. 다 잡아서, 단 한 명도 대통령에게 말 하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잡아 가두십시오. 그럼 대통령이 원하는 나라가 올 것입니다. 다 잡아 가서 단 한 명의 민주노총도 남지 않는 그런 나라 만드십시오.

왜 민주노총을 가입했냐고 물어 보신다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만들었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가입했습니다. 비정규직 옷 입고 그렇게 10년을 힘들게 싸웠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이렇게 개·돼지 취급받으며 끌려 나갈 만큼 잘못한 적 없습니다. 대법원 앞에 또 갈 겁니다. 또 끌어내고, 또 가두십시오. 그래도 끝까지 갈 겁니다."
 

강제해산 당사자 등 58명 소송 참여... "민주주의, 전두환 시대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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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유린 정부, 경찰상대 국가배상 청구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2차 노숙문화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인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당시 강제해산을 직접 지휘한 서초경찰서장, 서초서 경비과장 등 경찰 측 등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가한 원고는 총 58명이다.

이들은 당시 경찰이, 신고 대상이 아닌 문화제 형식의 집회를 원천 봉쇄 및 강제 해산 시킨 것은 원고들의 ▲집회 참가 자유 ▲집회 장소에 머물 자유 ▲불법 체포 당하지 않을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정신적 손해 배상 100만 원을 청구하겠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인 김유정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5월 25일 문화제가 있던 날 오전, 경찰들에게 집회 대응에 문제가 생겨도 면책을 시키겠다는 언사를 하며 위법 행위를 종용했다"면서 "당시 경찰의 행위는 기존 법 체계에 비춰 봐도 명백히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우리나라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고,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야간문화제 기획자로, 경찰에 연행됐던 문화기획자 이사라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초경찰서에 연행된 날은 제 52번째 생일이었는데 (그날) 수갑에, 유치장에 거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면서 "집회 문화제를 기획하며 이렇게 잡혀간 일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없었다. 시작도 안 한 문화제를 막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냐"고 되물었다.


이영수 한국지엠부평 비정규직지회장은 3년간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들이 노숙 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강조했다. 이 지회장은 "한국지엠 사건의 경우 모든 노동자들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불법파견이 존재하므로 정규직 전환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는데, 그게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간다"면서 "대법원 앞에만 가면 (비정규직 사건 재판이) 블랙홀에 간 것처럼,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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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시위 자유유린 정부, 경찰상대 국가배상 청구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2차 노숙문화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당시 문화제 현장에 있었던 송경동 시인은 '집회 엄단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송 시인은 "우리 주권자, 시민, 노동자들이 바로 잡아 놓은 한국사회의 최소 민주주의를 집권 1년도 안 되어 다 짓밟겠다고 한다"면서 "문화제를 하려 했다는 이유로 기획자를 현장에서 연행했다. 문화예술인들은 끝까지 대통령과 경찰청장, 이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오는 6월 9일부터 10일까지 대법원 앞에서 전과 같은 방식으로 2차 노숙 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전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는 "전두환 시대로 돌아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 내고,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유월항쟁 민주주의 정신을 가슴에 달고 2차 농성 문화제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자유 #자유 #비정규직 #윤석열 #윤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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