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17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태원 참사 간담회 당시의 무대 측 사진. 좌측부터 김현숙 님(최재혁 씨의 어머니), 김영남 님(최혜리 씨의 어머니), 이종철 님(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옥수 님(박현진 씨의 어머니), 조미은 님(이지한 씨의 어머니), 발제자 박세은, 발제자 윤김진서.
소셜투어
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은 '공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미은씨는 "희생자가 내 가족이었다면, 혹은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정치적·사법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 사회적 참사가 재발한다면, 나의 미래의 아이가 그 참사에서 희생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고 공감해 달라"고 호소했다.
끔찍한 상황 속에 '나'를 대입해 상상 속에서나마 유가족의 심정을 유추해보았다. 상대방과 처지를 바꾸어보는 '역지사지'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다른 사람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행위를 너도 다른 사람에게 행하라'라는 황금률과도 일맥상통한다. 종교를 막론한 기본 윤리로써, 상대방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고 공감한다면 그 고통을 생생히 받아들이고 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힘을 가지면 연대 또한 길어질 것이고, 굳건한 연대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 장기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진실로 다가가기 위해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난 4월 20일, 국민동의청원 5만 명 서명을 달성해 국회에 발의된 '10·29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또한 이번 간담회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였다. 패널로 참석한 다섯 명의 유가족은 모두 이태원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미은씨는 9년 전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9년째 이루어지지 않는 걸 보고 우리도 장기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음에도 세월호가 어떻게 침몰했고, 왜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는지 아직 명명백백히 밝혀지지 않은 것처럼, 이태원 참사도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수사만 이어질까 두렵다는 말씀이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다수가 청년이었던 만큼, 유가족 중에도 그들의 부모 세대인 중장년층이 많았다. 그들에게 청년 세대의 연대는 더 큰 의미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을 향해 '미래의 희망', '사회의 주역'이라고 부르며 "기성세대인 우리가 하지 못하는, 더 오래 기억하는 일을 해 달라"고 굳건한 연대를 당부했다.
'참사가 흔한 나라' 대한민국의 불명예를 끊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것인지, 좋은 시간을 보내러 갔다가 목숨을 잃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나라에서 숨죽이고 살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린 것이었다.
유가족 간담회를 마치며
이번 간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영남씨의 딸 고 최혜리씨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해 졸업 전시를 앞두고 있었다. 김영남씨는 10월 29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그렇게 열심히, 즐겁게 살던 내 딸이 하루아침에 주검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눈물지었다. 고 최혜리씨의 졸업 전시는 담당 교수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치러졌다고 한다.
그날 이태원에서 사망한 159명의 사람들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우였고, 지하철 옆자리에 앉아 어깨를 맞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 간담회 중 김영남 님(최혜리 씨의 어머니)이 발언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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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과 함께 울고, 대답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던 청중들이 기억에 남는다. 재학생들과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졸업생들의 눈시울이 한꺼번에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포스터가 다른 포스터로 덮인다 한들 학내에서 학생들이 유가족들과 연대하는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청중들이 간담회에서 흘린 눈물과 유가족을 향한 위로의 박수는 청중과 유가족들에게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함께해준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이태원 참사가 완벽하고 선명한 화소로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연대의 손길이 필요한 때 그날의 당부와 다짐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면, 서명에 참여하거나 인증샷을 남기는 일처럼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단지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일이므로.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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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를 울린, 이태원 유가족의 '기억과 상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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